[Review] 몰입이 굉장한 연극 -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글 입력 2021.10.31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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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_욕망이라는이름의전차_최종포스터.jpg



 

엄청나게 기 빨린.. 몰입이 굉장한 연극이다.

 

모든 인물들은 하나같이 전부 결핍과 집착에 의한 욕망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 욕망이 개인적인 내용이 아니라, 인간의 부분을 담고 있어서 모든 인물이 이해가 되었다. 특히 개인적으로 주인공에 너무나 공감이 되었기 때문에, 연극을 보는 내내 너무나 공감되어서 힘들었다.


블랑쉬는 옛 저택 벨르브에서,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고 스텔라 집으로 간다. 자신만의 욕망을 가진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으며, 욕망들이 부딪히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욕망이라는이름의전차]_공연사진6.jpg

 

[욕망이라는이름의전차]_공연사진1.jpg

 

 

블랑쉬 - 첫사랑을 잊지 않고 살아간다. 남편의 비밀을 알고 충격을 먹자, 남편은 자살한다. 몰락한 귀족 가문의 영애이지만, 여전히 환상 속에 살고 있다. 남자의 친절에 기대어, 그리고 늘 화려하고 아름답게 치장하며, 이상을 현실처럼 여기면서 산다. 그래서 육체적으로 가벼운 남자들과도 많이 지내왔고,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무서운 현실'을 보지 못해 항상 불을 어둡게 하고 저녁에만 살아간다. 빛을 무서워한다.


1) 순수함. 곱게 자라왔고, 고운 만남을 했으며, 그렇기에 충격이 너무 과해서 그를 집어삼켰다. 겉으로 보이는 친절을 다 믿는다. 순수하게 그대로. 타고나길 순수하기도 하고, 굳이 머리 쓸 필요가 없었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편리하기도 하고, 이면을 보고 싶어 하지 않았을 것이다.


2) 그래서 환상으로 피했다. 미친 사람으로 보겠지만, 그는 그저 친절만을 바랐을 뿐이다. 남자들이 몸만 목적으로 접근을 했다 하더라도, 그 잠깐의 친절로 자신의 외로움과 공허감을 채워나갔을 것이다. 얼마나 아슬아슬한 바닥인가. 지독한 외로움과 절망, 자기혐오, 자기 파괴적 행동. 너무나 잘 그려지고, 진하게 느껴져서 너무나 힘들었다. 얼마나 더 열심히, 처절하게, 자신의 세계를 지키려고 노력했을까.


3) 내가 좋아하는 소설 '꼬리박각시'도, 이번에 엄청 공감하고 몰입했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속 블랑쉬 에게도 공통점이 있다. 지독한 외로움. 고립감. 벗어나기 위한 발버둥. 남자를 이용하는 것. 성적일 뿐이고 한낱 얇고 의미 없는 관계 일지라도, 언제나 나의 환상이 '진실이고 운명이고 사실일 것'이라고 매번 믿는다. 너무 아파서 눈물이 난다. 자신을 보지 않고, 타인의 욕망을 본인의 욕망으로 삼아 살아가는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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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리 - 가부장적이고, 폭력적이고, 다혈질이다. 폴란드 출신이지만 미국 이민자로 열등감, 자격지심을 갖고 있다. 육식동물 같다. 힘을 과시하고 자기 영역을 넓히고, 공격적이다. 위협적이다. 힘을 과시한다. 아킬레스건 약점을 들킬까봐 늘 경계태세이고 먼저 공격한다. 정말 싫은 타입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배경이 있기 때문이라는 게 이해가 돼서 더 싫다. 소리 좀 그만 지르세요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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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 - 블랑쉬 여동생. 언니를 아끼며, 현실에 적응하면서 지낸다. 이건 데이트 폭력인가.. 폭력적인 스탠리에게 맞으면서도,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으며 순응하면서 지낸다. 정말 마음이 아프고 안타까웠다. 하지만 시대상, 그리고 현실 사회의 어느 부분에서도 실제로 일어나는 일들이라서 뭐라 말할 수가 없었다. 생존하기 위해서, 그리고 구별을 못하고, 가스라이팅에 길들여져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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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 - 비중은 작지만, 그나마 가장 보편적인 상을 그렸다. 블랑쉬와 잠깐 만났으며, '순결하고 정숙한 여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자마자 바로 차버린다. 바라던 틀이 아니면 저주하고 끝내는 남자이다. 어디선가 많이 본 흔한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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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날 캐스팅은 블랑쉬 박해미, 스탠리 임주환, 스텔라 배정화 등등이 있다. 다들 연기를 너무 잘하고, 아우라가 관객까지 느껴져서 너무 버겁고 힘들었다. 박해미님 어쩜 그렇게 극적이면서도 실존하게 연기를 잘하신가요. 모든 배우님들, 그리고 스태프들 대단하십니다. 존경과 박수를.


시대상을, 고정관념을 너무나 잘 발견하고 표현해서 보는 내내 불편했다. 버거웠다. 다들 욕망을 하나씩 달고 전차 칙칙폭폭 달리는구나. 모두가 아슬아슬하고 위태위태해서 같이 미쳐버릴 뻔했다. 단체로 정신병자 같고, 하지만 저게 완전 진짜 현실 같고. 인간은 정말 약하구나. 생각이 많이 들었다.

 

답이 보이지 않았다. 그냥 다 같이 병원 가서 상담받고, 약을 먹고, 치료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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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 집착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처절하고 보기 싫은 자신의 모습을 직면해야 한다.

 

어두운 면을 보는 용기. 진짜 암흑이고 차갑고 쓰라리지만, 직접 대면을 해야 올라갈 수 있다. 내가 지금 많이 노력하는 부분이기도 하고. 신경을 조금이라도 놓치면 다시 내 덫에 다시 걸리지만, 자기파멸에 쉽게 빠지지만 그래도 꾸준히 보아야 길이 보이지 않을까. 자신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아, 블랑쉬가 늘 꿈꾸던 흰 세상에서, 에스코트해주는 멋있는 남자와 함께, 그런 결말을 맞이하고 싶다. 환상 속에서.



[최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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