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음악과 나를 잇는 다리, 브릿지 [음악]

글 입력 2021.10.15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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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시대의 대중음악을 얘기할 때 가사와 멜로디 만으로 그 음악을 분석하는 것은 더 이상 큰 의미가 있는 일은 아니다. 이미 누군가는 비슷한 노랫말을 썼을 것이며, 듣기 좋은 코드 진행과 멜로디 역시 나올만한 것들은 세상 밖으로 전부 나와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프로듀서들은 작, 편곡 과정에서 송 폼(song form)에 대해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송 폼이란 간단히 말하면 곡의 구조 형식이다. 인트로(Intro), 벌스(Verse), 코러스(Chorus) 등 음악을 조금이라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많이 들어봤을 단어들로 이루어져 있다.


각 파트는 하나의 음악 안에서 해야 하는 역할이 있다. 인트로는 곡의 시작, 벌스는 한 절의 시작, 코러스는 이 곡을 대표하는 후렴구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 파트별 역할에 맞는 작, 편곡 과정이 필요하고, 따라서 송 폼은 하나의 음악을 제작할 때 뼈대가 되어줄 만큼 상당히 중요한 요소이다.

 

 

Nirvana 'Smells Like Teen Spirit'

 

 

위 노래는 로큰롤 팬들에게는 너무나도 유명한 너바나의 ‘Smells Like Teen Spirit’이라는 곡이다. ‘Verse - Pre Chorus - Chorus’라는 전형적인 송 폼으로, 네 개의 코드만을 반복하며 록 역사의 한 획을 긋는 명곡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곡의 특징이 기존 진입 장벽이 높던 록 음악을 대중화 및 세계화하는데 일조하며 지금까지도 많은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고 있지만, 사실 나에게는 이 곡에 대한 한 가지 아쉬움이 존재한다. 반복되는 코드 진행과 단순한 송 폼이 자칫 듣는 사람을 지루하게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에스파(aespa) 'Next Level'

 

 

위의 노래는 최근 K-POP 히트곡 중 하나인 걸그룹 에스파(aespa)의 ‘Next Level’이다. 이 곡은 큰 틀의 주제가 확실하면서도, 계속되는 변주로 중독성과 신선함 모두를 챙기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이 곡도 곡 전체에 대한 통일성이 부족하여 호불호가 나뉘곤 한다.


때로는 가장 일반적인 것이 단점을 최소화하곤 한다. 송 폼에서는 바로 ‘브릿지(Bridge)’가 그렇다. 통상 코러스를 세 번 반복하는 곡에서 두 번째 코러스와 마지막 코러스 사이에 딱 한 번 나오는 그것.


브릿지 사용의 1차적인 목표는 곡 진행의 지루함을 극복하기 위함이다. 만약 브릿지 파트가 없다면 같은 구절만 두세 번 반복하게 되는 것인데, 그렇다면 듣는 사람은 그 노래를 끝까지 듣는 것이 지루할 수밖에 없게 된다. 어떠한 음악을 들을 때 1절만 듣고 넘겨버린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인데, 위와 같은 이유가 대표적인 원인이 되곤 한다.


하지만 나에게 브릿지는 지루함을 극복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노래의 결말을 짓기 위한 준비이자 마지막 코러스를 위한 도약. 즉, 모든 감정을 쏟아 붇기 전 최종 단계이다. 많은 작곡가들은 마지막 코러스의 극대화를 위해 브릿지 파트에 긴장감을 불어넣곤 한다.

 

크게 두 가지 모습이 있는데, 바로 사운드 레벨을 최대화하는 것과 최소화하는 것이다.

 

 

다비치 '너에게 못했던 내 마지막 말은'

 

 

‘괜찮은 척 비워낸 척 해봐도

사실 많이 힘들어서 당장이라도 네게 가고 싶어

지금은 아니어도 끝내 내 손잡아 줘’


이 곡에서는, 브릿지 파트에서 더 높은 보컬 멜로디를 사용하는 등 직전의 코러스보다 큰 레벨을 사용하여 정말 전하고자 한 메시지를 호소력 짙게 표현하고 있다. 브릿지 파트 이전의 가사에서 화자는 이별의 슬픔에 대해 어떻게든 극복해 나가려는 의지가 보이지만, 브릿지 파트에서는 진실된 마음을 전하며 이후 곡의 마지막까지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BTS(방탄소년단) '봄날'

 

 

‘You know it all, You’re my best friend

아침은 다시 올 거야

어떤 어둠도 어떤 계절도 영원할 순 없으니까’


이 곡은 위의 곡과는 반대로, 브릿지 파트에서 최소한의 악기만을 사용하여 곡의 송 폼 내에서 가장 작은 사운드 레벨로 마음속 이야기를 털어놓고 있다. 보고 싶은 사람을 볼 수 없는 슬픔과 이에 대한 체념은, 브릿지 파트를 통해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하며 마지막 코러스와 함께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전달하고 있다.


사실 누가 뭐라 해도 한 음악을 대표하는 파트는 반복해서 등장하는 코러스이다. 한 음악을 떠올릴 때, 혹은 그 음악을 누군가에게 소개할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구절은 코러스 파트이다. 하지만 왜 그 코러스가 해당 음악을 대표하는지, 무엇 때문에 그 코러스가 빛을 발하는지는 나는 당당하게 ‘브릿지’ 때문이라 말하고 싶다.


단 한 번 밖에 등장하지 않는 파트, 가장 긴장감이 극대화된 파트, 솔직한 마음속 이야기를 전달하는 파트, 그렇기에 더욱 값진 파트. 나는 왜 해당 파트를 브릿지라 칭하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음악과 나를 이어주는 다리(Bridge)임은 확실하다.


지금까지 음악 안에서 브릿지의 역할과 관련하여 대표적인 사용 예시 두 가지를 들었지만,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때 브릿지의 매력을 다시 한번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음악의 전반부 파트와 브릿지, 그리고 이어 등장하는 마지막 코러스 간의 연계 과정에서 느껴지는 이 짜릿함을, 음악의 감정선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이 기분을.

 

 

 

이호준컬쳐리스트.jpg

 

 

[이호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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