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의 하루, 정화(淨化) [사람]

글 입력 2021.10.04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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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을 사르는 행위 : 문향(聞香)


향을 사르는 행위를 통해 나를 정화한다. 향은 곧 내 몸이며 나의 정신, 즉 온전한 내가 머무는 집이다. 찰나의 비움으로 나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순간을 맞이하고 이따금 떠나보낸다.


내 손으로 향을 처음 산 것은 오대산 월정사에서였다. 불교에서 즐겨 사용하는 물건이기에 처음에 나는 종교적인 이유로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오대산 월정사 초입에 있는 전나무 숲길을 기억하고 싶었을 뿐이다. 갓 나온 새싹이 혹독한 세상살이 추위에 치여 도망치듯 떠나 이따금 오대산에 숨었다.

 

2020년 11월, 나를 맞이한 전나무 숲길은 그 어느 때보다도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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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로 나의 아침과 저녁 일상은 향을 피우는 나의 작은 움직임으로 시작과 끝을 맺었다. 요가와 명상을 하면서부터는 완전한 나의 일상이 되었다.

 

그리고 매일 나 자신과 약속을 하게 되었고 방 안에 이러한 나를 응원하는 또 하나의 집이 생겼다. 아버지께서 만들어주신 나무 선반은 나를 위한 손바닥 한 뼘 정도의 크기지만 그곳에는 온전한 내가 머무르고 있다. 향(인센스) 스틱과 홀더, 스트레칭 도구 등 나를 위한 물건들이 가득하다.


아침에 일어나니 잠이 덜 깬 정신이다.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또 하루를 시작해본다. 간밤 내내 정체되어 있던 공기가 한 바퀴 돌아 나가는 듯 코끝부터 벌써 새롭다. 향꽂이를 준비하고 불을 붙여본다. 미처 다 타지 못한 지난 시간의 흔적들을 태운다. 새로운 날을 맞이하기 위한 내 일상의 첫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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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돌아보는 내 일상의 마지막 약속이다. 세상에 살다 보면 본질적인 것을 놓칠 때가 많다. 세상의 기준에 휘둘리다 보면 나라는 것은 없어지게 된다.

 

그래서 항상 일과를 마무리하고 나면 다시금 내면의 중심으로 깊게 뿌리 내리기 위한 향을 피운다. 어떠한 선택과 결정이 내가 원한 바와 일치했는지, 나의 행위로 인하여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았는지 돌아본다.


얼마 전, 학부 시절 교수님의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첫 임용에서 '첫사랑'이라며 나를 처음 불러주시던 교수님은 십여 년이 지난 지금은 나를 '귀한 사람'이라고 부르시며 여전히 인생에서 도전하고 계셨다. 아직 세상에 나아가기 전 어린 학생들을 하나하나 사랑으로 보듬으며 이끌어주시던 모습은 세월의 흐름에 흰 머리와 주름이 되었다.

 

그러나 늘 변함없는 것은 일상에서의 스스로 지키고자 하는 행동의 실천, 그리고 안주하지 않는 삶의 또 다른 도전이었다. 제자의 삶을 응원하는 마음은 더욱더 묵직함으로 깊어졌다. 교안과 함께했던 교수님의 따뜻한 손은 그렇게 십여 년 만에 인센스 스틱 홀더로 다시 내 손을 찾아왔다.

 

과거와 미래가 아닌 현재, 오늘도 나는 향을 피우며 그저 바라본다. 눈에는 볼 수 없지만, 수없이 많은 내 몸의 세포들, 그리고 흔적도 없이 무수히 지나가는 감정들이 느껴진다. 그렇기에 향을 피우는 행위는 작지만 큰 의미이다. 나의 발걸음이 닿는 모든 곳이 내 삶의 길이 되듯, 아침저녁으로 향을 피우는 정화야말로 일상의 안식처에서 자신을 열고 돌아보는 나의 삶, 그 자체이다.

 

매일 아침저녁, 내 손으로 향을 피우는 것은 끊임없는 일상 속 생성과 소멸 속 지금-여기(here & now)에 집중하게 한다. 손끝에 닿는 향의 감촉과 코끝에 스쳐 지나가는 향기, 재가 되어 힘없이 떨어지는 모습은 매일 죽고 태어나는 세상 속의 나 자신을 일깨우게 한다. 세상 가치의 욕심을 내려놓고 순간에 집중하여 미련을 남기지 않는다.


찰나의 순간이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나의 안식처에서 오늘도 일상을 여닫기 위해 향을 피운다. 그리고 혹시라도 남아 있는 지난날 묵힌 것들을 마저 태우기 위해 노력한다. 매일 새로운 날을 맞이하는 나를 만나기 위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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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나의 방에는 2020년 겨울 오대산의 따뜻함이 피어오르고 있다.

 

교수님께서 전해주신 새로운 가르침, 학교를 떠난 삶을 살아가는 나의 또 다른 집에서 매일 타들어가는 향을 맡는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을 따뜻하게 격려하고 새로운 용기를 불어넣고 있다. 변함없는 그 응원의 손길이 담긴 인센스 스틱 홀더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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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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