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문화를 업(業)으로, 예술은 취미로 (7)

취미도 전략적으로 노력해야 해
글 입력 2021.10.03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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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업(業)으로, 예술은 취미로 (7)

취미도 전략적으로 노력해야 해


 

문업예취7.jpg

 

 

행정을 다룬 지난 글과는 다르게 오늘은 번외 편처럼 예술을 취미로 삼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다뤄보고자 한다. 지금까지 문화를 업으로 삼는 이야기를 꽤 오랫동안 다루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 이야기도 못지않게 나에게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제목에서도 같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예술을 취미로 하는 삶에 대해 다루고 싶은 이유를 먼저 설명해야 할 것 같다. 문화를 업으로 삼은 것에는 취업, 커리어,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등 꼭 해야 하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지만 "예술을 취미로"에는 그렇게 현실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지 않고, 어떻게 보면 이 글에서도, 내게서도 뒤로 미뤄져 있었다.


이렇게 미뤄두었지만 업을 얻기 이전에 나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데 취미는 중요한 것들이었다. 글을 쓰고 기타를 치며 나만의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취미들은 나의 삶에서 꽤 중요한 부분이었다. 공연을 보고 책을 읽고 글로 타인의 생각을 읽어내는 것도 꽤 흥미로운 취미였다. 취미와 그것으로부터 시작한 관심들은 내가 업을 얻게 해 주었고, 그 과정에서 얻은 인사이트와 노하우들은 일을 할 때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취미는 업에 밀려났다.


문제는 뒤로 미뤄두다 보니 한없이 미뤄진다. 업은 생각보다 더 빠르고 거대하게 삶을 채워나가 나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매일같이 하는 출근과 일에 더하여, 새롭게 생긴 관계부터 다달이 들어오기 시작한 월급을 관리하는 일까지 신경 써야 할 일이 수도 없이 많았다. 먼지가 쌓여가는 기타와 비어있는 메모장을 보며 비어 가는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주말이면 짐짓 모른 체하고 다른 '해야 할 일'들을 하느라 바빴다.

 

 

예술을 취미로 삼기 위한 노력


내가 취미를 다뤄온 과정을 분석해보니 일을 하기 전에는 별다른 노력 없이도 취미에 시간을 쏟을 수 있을 만큼 시간이 많았고 분명한 목표가 있었다. 에디터로 활동하면서는 영화와 공연을 한 달에 몇 편씩 보러 다니고 다녀와서는 글을 써야만 했다. 동아리 정기 공연이 있는 시기에는 한 달 내내 기타와 살았다. 그러고 보니 내 삶이 180도 달라졌는데 이전처럼 취미 생활을 하려 했다니 그건 너무나 무모한 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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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시간표 애플리케이션으로 만든 직장인 시간표, 막막하다.

 

 

지금은 시간이 없으니 전략적으로, 그리고 그때와 비슷한 목표를 가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취미도 '해야 할 일'의 영역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전략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도 깨달았다. 취미는 시간과 돈이 드는 '일'이며 의도적으로 관심을 쏟고 노력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단순히 좋아서 해온 취미 생활이더라도, 직업을 갖고 나면 남은 시간을 자유롭게 낼 수가 없다. 자유로운 시간과 마음이 있을 때야 그렇게 큰 의지가 없어도 빈 시간에 기타도 치고 여러 가지를 시도할 수도 있었겠지만, 이제는 취미를 위해서는 큰 결심을 해야 할 때였다.


정말로 오랜만에 먼지 쌓인 기타를 닦고 기타 줄을 갈고, 말랑해진 손가락이 아프더라도 코드를 잡는다. 무언가 손에 잡히는 것은 있지만 이전만큼의 가슴 뛰는 뭔가가 느껴지지는 않는다. 새로운 무언가가 필요하다. 오랜만에 나의 생각들을 문장으로 적어본다. 금방 흥미를 잃고 말았다. 취미를 내 삶에 다시 들어오게 하기 위해서는 노력뿐만 아니라 접근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했다.


혼자 연주하는 기타는 누군가와 함께 공연이나 한 곡의 완성처럼 하나의 목표를 위해서 합주를 하는 것보다 못했다. 목적이 없는 글들은 자기 반복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다시 쓸 동력을 잃고 만다. 거기에 더해 환경 문제가 조금 있었다. 기타를 치고 싶은 환경과 글을 쓰고 싶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했다. 새로운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돈과 노력이 조금 더 들겠지만, 이 정도의 노력이야 나의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데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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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하지 못하는 게 너무 아쉬웠다.

 

 

그렇게 지쳐가는 내 모습을 보며 처음으로는 다시 합주를 하고 싶어 나는 작은 밴드에 들어갈 결심을 하게 되었다. 처음 결심하고 합주실로 향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아직 해야 할 일을 끝내지 못하고 퇴근하여 합주실로 가는 나는 걱정과 피곤함에 가득했다. 손에 든 기타는 무거웠고 무엇보다 퇴근 후에는 그저 가만히 있고 싶은 유혹이 너무나 크게 다가왔다. 이 유혹을 이겨내는 게 왜 이리 어려웠고 이렇게 오래 걸렸을까.


첫 음을 연주하는 순간, 4년 만에 합주를 하는 순간 무언가 살아났다. 자연스럽게 열정과 새로운 기타나 연주에 대한 관심도 싹트는 순간이었다. 나는 어쩌면 기타를 연주하는 것보다 모여서 합주를 하는 취미를 가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시 합주를 하려고 결심하지 않았다면 느낄 수 없는 감정들과 생각들이 떠오르면서, 결심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로는 글을 쓰는 취미에도 목표를 가지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는 글을 쓰고 싶었고, 내 경험으로부터 새로운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더 좋은 환경에서 글을 쓰기 위해 5년간 사용해온 노트북 대신 새로운 컴퓨터도 장만했다. 그렇게 <문화를 업으로, 예술을 취미로>를 연재하게 되었다.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들을 보며 책임감과 장기적인 목표도 어렴풋이 생기게 되었다. 그리고 열심히 쓰다 보니, 꼬리에 꼬리를 무는 궁금증으로 다른 사람들의 글까지 더 열심히 읽게 되었다.

 

 

취미는 삶의 장기전을 위한 원동력


합주를 끝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밤 11시가 다되어간다. 아직 마무리를 하지 못한 글도 써야 한다. 내일 아침이면 다시 출근해야겠지만 어쩐지 집에 가는 길이 피곤하지 않다. 빨리 다음 합주를 하고 싶었고, 집에 가서도 기타 연습을 하고 싶었다. 사람이 들어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르다더니, 2시간의 합주로 인해 나에게 무슨 변화가 생긴 걸까.

 

취미는 삶을 건강하게 살기 위한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일을 처음 시작하고 친구들에게 "내 삶의 목표는 불로소득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하고 다녔다. 최소 30년은 일을 하고 살아가야 한다는 부담감과 스트레스부터 비롯된 비현실적인 상상이다. 이렇게 업으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는 사무실에서, 업에서 풀 수는 없다. 당장 내일 아침이 되면 가방을 들쳐 메고 출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곳에서 얻는 나름의 보람과 성과는 있지만 그것은 업을 위한 것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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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장기전이다, 반환점 없이 아주 긴


 

삶은 반환점이 없는 마라톤 같은 장기전이다. 지치면 쉬어가야 하고 힘을 얻어야 한다. 그리고 취미는 삶을 지속할 수 있도록 나를 일으켜 세워주는 원동력이다. 예술은 날이 갈수록 삭막해지는 우리 삶에 화려한 색깔을 더해줄 수도 있다. 그 방식이 예술이 아닌 삶에 활력을 더해줄 수 있는 그 어떤 것이 되더라도 좋다. 좋은 커피 향을 찾아가는 취미를 가져도 좋고, 게임이나 스포츠를 즐기거나, 친구들을 만나 수다를 떨거나, 미뤄둔 공부를 하는 것마저 취미가 될 수 있다. 그렇게 취미를 갖게 되면 이전과는 다른 힘을, 삶과 업을 이어나가기 위한 무언가를 얻게 될 것이다.

 


[손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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