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강희안의 '고사관수도' [미술/전시]

내가 좋아하는 예술-그림
글 입력 2021.09.26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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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술 작품 중 강희안의 <고사관수도>를 가장 좋아한다. 내가 <고사관수도>를 좋아하는 이유를 크게 세 단어로 설명하고자 한다. 첫 번째 단어는 추억이다. 내가 첫 번째 단어로 추억을 고른 이유는 <고사관수도>를 보고 있으면, 내 고등학교 3학년 때의 시절과 내 유년시절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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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사관수도>를 처음 접한 시기는 고등학교 3학년 한국사 수업 시간 때였다. 조선 초기의 문화를 설명하는 수업에서 <고사관수도>라는 작품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수업시간에는 “이 그림 나오면 조선 초기 문화 말하는 선지 고르는 거야.” 라는 선생님의 말씀과 함께 넘어갔지만, 나는 <고사관수도>에 계속해서 눈길이 갔다.


그렇게 넘어가듯이 배운 <고사관수도>에서 당시의 나는 편안하고 인자한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수업시간에 받았던 편안하고 인자한 느낌은 나에게 많은 위로가 되었다. 실제로 <고사관수도>를 휴대전화 앨범에 즐겨찾기를 해놓고 공부를 하다가 지치거나 야간 자율학습이 끝나고 집에 가는 셔틀버스 안에서 자주 들여다보며 힘을 얻기도 했다.


이후 나는 <고사관수도>를 보면 한강 다리 위를 건너는 셔틀버스에 타 있던 고3 시절의 나와 야간 자율학습 도중에 그림을 들여다보며 힘을 얻어 다시 공부를 시작하곤 했던 내가 떠오른다. 이러한 차분하고 조용한 추억뿐만 아니라 <고사관수도>는 나로 하여금 활기차고 밝은 추억도 떠오르게 한다. 바로 나의 유년시절이다.

 

<고사관수도>에 그려져 있는 바위와 흐르는 것처럼 보이는 물 때문인지 <고사관수도>를 보고 있으면, 가족끼리 계곡으로 놀러 가서 하늘이 비치는 맑은 계곡에서 놀다가 지쳐 계곡 안의 작은 바위에 앉아 쉬던 나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처럼 강희안의 <고사관수도>는 나에게 고3 시절 열심히 살았던 내 모습과 유년시절의 티 없이 맑은 내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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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단어는 이상향이다. 나는 유년시절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서울에서만 살았다. 그래서 주위의 자연을 많이 접해보지 못했다. 그래서 나에게는 ‘자연’이라는 단어는 ‘상상의 나래’와도 같다. 강희안의 <고사관수도>는 물이 흐르고 바위가 있고 인물의 뒤로 나무와 갈대가 흔들리고 있다.


그러한 자연 속에서 바위에 팔을 포개어 놓고 볼을 편안하게 팔에 대고 쉬고 있는 선비의 모습은 편안해 보일 뿐만 아니라 선비가 바위인지 바위가 선비인지 구별이 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러한 장면은 나에게 ‘물아일체’를 떠오르게 하는데 이는 나의 이상향이다. 늘 높은 건물, 화려한 네온사인에 묻혀 살아온 나에게는 자연스럽게 내가 겪어보지 못한 자연과 함께하는 삶이 이상적인 즉, 내가 원하는 삶이 되었다.


<고사관수도> 속의 선비는 이미 내가 원하는 삶을 사는듯하여 나는 <고사관수도>를 볼 때마다 부러움을 느낀다. 또한 <고사관수도> 속 선비의 표정에서 얼마나 본인의 삶에 만족하는지가 보이고 긴장되고 초조한 감정이 아닌 편안하고 안락한 감정이 얼굴에 드러나기 때문에 보는 나도 편안하고 안락한 느낌을 받는다.


사람들이 가고 싶은 여행지 사진을 본인의 일기장이나 책상 앞이나 휴대전화 화면, 컴퓨터 화면으로 해놓고 대리만족하는 것처럼 나도 <고사관수도> 속의 선비가 사는 삶을 통해 대리만족한다. 이처럼 강희한의 <고사관수도>는 나에게 있어 이상향이다.


세 번째 단어는 배움이다. 나는 <고사관수도>를 통해 물에 대한 동양의 철학적 사고를 알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림을 볼 때의 태도도 배웠다.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이라는 책을 보면 강희안의 <고사관수도>를 통해 물에 대한 동양의 철학적 사고를 말하는 부분이 있다. 이 책은 물에 대한 동양의 철학적 사고 3가지를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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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는 동양 철학의 바탕을 이루는 큰 틀의 하나인 오행을 살펴볼 때 물은 가장 첫 번째로 꼽힌다는 점이다. 아기가 어머니 자궁의 따뜻한 물에서 자라는 것처럼 물은 가장 기원적인 생명의 상징이라고 한다. 둘째는 물은 정치의 성패를 가늠하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점이다. 정치의 성패를 가늠하기 위해 동양에서 사용하던 64괘 중 6개의 괘가 물을 뜻하는 감괘를 포함한다고 한다.


셋째는 물은 문명과 문화의 상징이라는 점이다. ‘동양 사상의 근본 이치가 모두 담겨있다는 하도와 낙서는 전설에 의하면 하수와 낙수라는 강물에서 나왔다고 한다. (중략) <고사관수도> 속의 선비에게도 독서는 하루 중의 일과 중 큰 부분이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 역시 맑은 물을 바라보면서 어쩌면 제일 먼저 하도와 낙서를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라는 부분에서 이러한 동양의 철학적 사고를 엿볼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고사관수도>를 다시 들여다보았다. 그냥 가볍게 그림을 볼 때와는 다르게 바위와 물, 갈대의 흔들거림 같은 세밀한 부분들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그러자 그림을 보고 처음 느꼈던 편안한 느낌뿐만 아니라 다양한 것들이 눈에 들어오게 되었다. 강희안의 <고사관수도>라는 작품에 관심을 두게 되고 그 덕분에 나는 작품을 볼 때 분위기나 색감뿐만 아니라 작품 속에 있는 그림들 하나하나에 주의를 갖고 그 의미를 생각하며 면밀하게 봐야 한다는 점을 배우게 됐다.


이처럼 나는 추억을 떠오르게 하고 나의 이상향을 담고 있으며 나에게 동양의 물에 대한 철학적 사고와 그림을 보는 태도를 배우게 해준 강희안의 <고사관수도>를 좋아한다. 이 작품 덕분에 나는 많은 위로를 받았고 내가 전혀 알지 못했고 처음에는 관심도 없었던 물에 대한 동양의 철학적 사고를 배우게 되었다.

 

또한 <고사관수도>를 통해 작품을 보는 태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그저 고3 시절 한국사 시간에 선생님의 짧은 말 한마디와 함께 넘어가 버린 그림이었지만, 나에게는 그 어떤 작품보다도 빛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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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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