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열린 연대를 향하여 [다큐]

김보람, <피의 연대기>, 2018
글 입력 2021.09.25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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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람, <피의 연대기>, 2018


 

“너 혹시 생리대 있어?”

 

중고등학교 재학 시절 나는 생리대가 없을 때, 반 친구에게 위처럼 묻곤 했다. 그리고 나 말고도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하며 도움을 주고받는 이들은 꽤 많았다. 그런데 왜 생리를 한다는 말도 ‘그날’이라고 표현하고, 언제부터 생리대 있냐는 물음을 낮은 목소리로 내뱉게 된 걸까.

 

이에 대한 물음은 아래 다큐멘터리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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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람 감독의 다큐멘터리, <피의 연대기>는 여성의 생리에 대한 모든 것을 다룬다. 2018년 개봉되어 네이버 평점 9.58을 차지하고 있는 이 다큐는 제6회 들꽃영화상(민들레상), 제3회 서울독립영화제 새로운시선상, 제17회 서울국제영화제 ‘피치&캐치’ 다큐멘터리 옥랑문화상 등 많은 수상 이력이 있다.

 

 

 

생리를 둘러싼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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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는 사회적으로 암묵 처리가 된 여성의 신체적 생리 현상에 대해 드러낸다.

 

나이나 세대, 인종에 상관없이 많은 여성이 다큐에 등장하며, 생리를 처음 하게 된 날부터, 생리대에 대한 역사, 탐폰과 생리컵을 사용하는 법까지 다양한 내용을 담았다. 생리대 보급이 어려웠던 시기 생리대를 만들어 쓰던 어르신, 생리컵 사용 리뷰를 자신의 채널에 공유하는 영국 청소년을 보며 관객은 연대의 지평선을 확장한다.


한편 몇 년 전 지하철 시트에 묻은 생리혈을 두고 논란이 되었었다. 다큐는 이 사건을 조명하며 여성의 생리를 둘러싼 사회적 인식을 보여준다. 온라인에서는 이를 두고 ‘왜 참지 못했냐’는 의견이 난무했다. 아무도 질환 측면에서 고려하지 않고, 여성이 생리혈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는 것에만 중점을 두어 비난을 던진 것이다.

 

그리고 이 비난의 기저에는 생리혈은 그동안 불경한 것이기에 감추어야 할 급급한 존재로 여기는 인식이 있었다. 감독은 이 근거들을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통해 들려준다.

 

 

 

탐폰, 생리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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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를 통해 실용성과 경제성을 갖춘 실용적인 생리용품들도 알아갈 수 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파피루스로, 고대 일본에서는 종이로, 로마에서는 양털로 탐폰을 만들었다고 한다. 다큐에 등장하는 네덜란드 국적을 가진 여성은 네덜란드에서는 편리하며 경제성이 있는 탐폰을 많이 사용한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아직 많은 여성이 삽입형의 생리용품을 쓰기 어려워한다. 그 이유는 일단 질 내부에 들어간다는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신체를 자세히 아는 것부터 낯섦을 느끼는 이들 역시 많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리고 이 두려움의 뿌리에는 사회적으로 언급되는 ‘처녀막’이 있다. 실제로 처녀막은 성관계의 여부와 관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오래전부터, 남성 중심적인 시각에서 여성의 순결을 결정짓는 요인이라는 강력한 프레임을 씌워버렸다.

 

그러나 2021년 2분기,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정보를 수정했다. “‘질 입구 주름’의 전 용어”라고 말이다. 즉 처녀막이 아닌, ‘질 주름’은 “여성의 외부 생식기와 내부 생식기의 경계에 위치해, 질 입구 일부를 덮고 있는 섬유 ‘조직’”이라고 한다.


질 주름은 격한 운동을 했을 경우 파열될 수 있으며, 또 태어날 때부터 주름이 없는 사람도 있다. 더구나 질 주름이 파열되었다고 해서 출혈이 되는 것도 아니며 사람마다 다르다. 이제야 처녀막이라는 용어가 사전적으로 수정되었다. 여성은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지만, 여성의 신체에 대한 적극적인 교육과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하지만 앞으로 바뀔 가능성이, 후퇴의 역사를 훨씬 앞질러 나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더 잘 피 흘리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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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이 코로나 19 백신과 생리 불순 간 상관관계를 찾는 연구에 착수했다. 몇몇 여성들은 백신 접종 후 생리 불순, 생리통 악화, 하혈 등을 겪었다. 폐경을 맞은 여성들도 백신 접종 이후 다시 생리를 시작했다는 사례도 등장했다. 접종 후 생리 불순을 호소한 여성은 미국에서만 15만 건, 영국에서 3만 건의 문의가 접수될 정도로 많았다.


물론 밝혀진 명확한 인과 관계가 없다. 이 글에 백신에 대한 거부감을 실으려는 의도도 전혀 없다. 하지만 여성이라면 생리 불순, 자궁질환, 하혈, 임신에 대한 걱정 등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적으로 많은 여성이 불안함과 부작용을 겪은 현실을 보며, 과연 여성의 신체적 반응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있었는가에 대한 의문은 충분히 제시할 수 있다고 본다. 오랫동안 인류의 역사에서 생리는 여성과 남성에게 어떻게 각인 되어왔는지부터 생각하면, 결코 쉽게 간과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큐는 대부분 화장실에 필수용품인 생리대가 없는 것, 저소득층을 위한 생리용품에 대한 지원이 없던 사각지대 역시 언급하며, 여성이 더 잘 피 흘려야 한다고 끝을 맺는다. 이렇게 김보람 감독의 <피의 연대기>는 성별과 나이를 떠나 모두가 보아야 할, 유익하고 실용적인 다큐멘터리이다. 꽤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다큐는 경쾌한 배경 음악을 사용하고, 애니메이션, 인터뷰 등 다양한 장면을 교차시키며 편안한 분위기로 다가간다.


앞으로 더 많은 여성이 더 잘 피 흘리기 위해 사회적인 시선과 분위기, 구조화된 정책이 중요하다. ‘피의 연대기’에서 여성 자신의 신체에 대해서도 수동적이지 않도록, 여러 측면에서 연대의 끈이 전달되길 바란다.

 

 

* 인용 출처 및 참고자료

- HUFFPOST, 이소윤, “국립국어원이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처녀막’ 대신 ‘질 입구 주름’이라는 단어를 표준어로 등록했다”, 2021.07.29

- 조선일보, 최혜승, “폐경 여성, 코로나 백신 맞고 생리… 美 부작용 연구 착수”, 2021.09.22

- YTN, 김형근, “백신 접종 후 생리불순 호소 잇따라...미국 15만 건·영국 3만 건”, 2021.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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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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