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울이 나를 먹었습니다 [사람]

나는 겨우 내가 되려 한 걸까
글 입력 2021.09.24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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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우울이 나를 잠식해 오는 순간이 있습니다. 끊임없는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어 아무것에도 집중하지 못하는 순간 말입니다. 그럴 때면 저는 우울을 회피하려 하기보단 그 속으로 빠져 들어가려고 합니다.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죠. 그러고는 생각해봅니다. ‘지금, 왜 우울하지?’

 

생각해 보면 우울은 정말 갑자기, 단순하게 찾아옵니다. 좋아하는 누군가, 혹은 싫어하는 누군가의 별거 아닌 말과 행동이 될 수도 있습니다. 또는 과거의 기억이 지금의 나를 사무치게 괴롭혀서 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왠지 슬퍼 보이는 날씨 때문일 수도 있고요.

 

지금 겪는 저의 우울은 복합적입니다. 누군가의 말과 과거의 어떤 기억, 그리고 생량한 날씨 모두 때문이니까요. 하지만 그보다 더 근원적인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지금 나의 처지나 무기력함 등도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더 이상 묻지 않고 그냥 이해하려고 합니다. 감정과 기분을 말이죠.

 

우리가 느끼는 우울을 표정과 행동으로 드러낸다면 다른 사람들은 그 사람을 기피할 것입니다. 감정은 전염성이 있기에 우울한 사람을 피하려 드는 건 감기 걸린 사람의 기침을 피하는 거만큼이나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자기 자신조차 그 우울을 외면하는 건 조금 슬픈 일입니다.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게 두렵다는 뜻이니까요.

 

그렇기에 저는 적극적으로 제 우울을 마주하려고 노력합니다. 우울하면 더 우울해지려고 하면서 말이죠. 전반적으로 어둡고 음울한 분위기의 영화를 찾아보거나 슬픈 가사의 노래를 듣는 게 그 방법입니다.

 

그러면 오히려 위안이 됩니다. 나의 우울과 다른 누군가의 우울을 만나 치유되는 과정은 마치 –와 –가 곱해져 +가 되는 수학 개념 같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영화 ‘디태치먼트’의 배우 애드리안 브로디와 ‘우울 시계’, ‘하루 끝’, ‘우린 봄이 오기 전에’ 등의 노래를 만든 가수 종현에게 늘 빚을 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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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보다도 나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했던 시절에 저는 우울을 회피하려고만 했습니다. 우울하면 힘들고 외로워 아무것도 하지 못하니까 말이죠. 그래서 친구한테 전화해서 수다를 떨거나 일부로 약속을 잡아 그 기분에서 달아나려고 애썼습니다.

 

누군가와 관계되어 있는 그 시간 동안에는 그 우울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었지만 그 시간이 끝나고 다시 혼자가 될 때면 회피했던 그 우울은 다시금 고개를 들었습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 것이죠. 그러면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결국 우울을 마주하는 것만이 방법이라고 저는 판단한 겁니다. 우울한 상태에서는 누군가와 연락을 하거나 함께 있는 순간에서조차 외롭고 힘이 들었습니다. 상대방에게 우울을 옮길까 티를 내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했습니다. 누군가 당신의 우울을 진심으로 함께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정말 행복한 일입니다. 당신의 우울까지 사랑해 주는 사람은 당신의 모든 것을 사랑해 줄 수 있을 테니까요.

 

자신의 우울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는 것은 복된 일입니다. 누군가는 그림으로, 누군가는 음악이나 영화로 이를 표현할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제 우울을 글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도 복 있는 사람입니다. 마음속에만 우울을 담아 놓는 게 아니라 글로 표현하고 공유할 수 있으니까요.

 

쓰다 보니 ‘우울’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했습니다. 제 마음의 상태 때문일 것입니다. 글을 써야 하는데, 영화도, 책도 못 보겠기에 제 솔직한 지금의 감정을 두서없이 나열했습니다. 때문에 창피할 정도로 부족한 글을 쓰게 됐지만 마음은 조금이나마 편안해진 거 같습니다.

 

얼른 다시 영화와 책을 보고 심층적인 글을 쓰고 싶습니다. 우울한 누군가가 이 글을 본다면 제가 그랬던 거처럼 조금이나마 우울에 긍정적인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끝없이 침잠되는 저의 슬픔이 당신에겐 힘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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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도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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