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좋지도 싫지도 않았던 3년 전 나홀로 유럽여행 [여행]

글 입력 2021.09.20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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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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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조금 시간이 지난 것처럼 느껴지는 2018년 10월 1일, 나는 혼자만의 39박 40일의 유럽 여행을 떠났다. 당시 나는 휴학 중이었고, 몇 개월 간의 지속적인 아르바이트로 시간과 돈이 모두 있던, 인생의 얼마 없는 시기였다.


지금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여행 때문에 해외에 나가는 일이 조심스러운 시기지만, 당시 대학생들에게 ‘유럽 여행’이란 대학 생활 중 기회가 된다면 한 번 쯤 해볼 만한 일이었고 주변에도 다녀온 친구들이 제법 있었다.


신기했던 점은 친구들마다 각국의 감상이 제각각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친구들에게만 해당되는 부분이 아니었다. 다른 여행들과 달리 유럽에 다녀온 사람들은 좋았던 나라와 도시를 모두 다르게 언급했다. A는 이탈리아를 최고의 여행지로 뽑았지만, B는 최악이라고 말했다. 무조건 좋은 나라도, 무조건 별로였던 나라도 없었다. 나는 궁금해졌다.


내가 좋아할 만한 여행국은 어디일까? 어디에 가서 최고의 기분을, 또 최악의 기분을 느끼게 될까. 유럽에 대한 환상도, 흥미도 없던 나는 돈과 시간이 둘 다 있던 시기의 뽕(?)을 뽑기 위해, 그리고 여행국의 랭킹을 매기기 위해 그렇게 유럽으로 떠났다. 어떤 나라가 좋았고, 어떤 도시의 어느 관광지가 좋았는지보다는-블로그 검색하면 더 잘 나오니까-, 40일 동안 느꼈던 점을 토막 내어 적어볼까 한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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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겁이 많은 편이다. 모든 측면에서 그런 건 아니고, 새로운 일을 할 때 특히 겁을 내는 편인데, 무의식적으로 힘을 많이 들이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때문에 장기 해외여행을 혼자 떠나는 것이 처음이었던 나는 가기 며칠 전부터는 두려움에 시달렸다. 40일의 세부 일정을 세웠음에도 왠지 유럽에 가면 거대한 (불운의) 사건이 날 집어삼킬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생각보다 잘 다녔는데, 심지어 주변인 모두가 놀랄 만한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가고자 계획했던 곳들을 다니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맛있는 것도 제법 먹었다. 하루 평균 25000보씩 걷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났다. 크고 작은 걱정을 하다가도 막상 상황에 던져지면 어떻게든 해냈다.


‘에펠탑? 그거 맨날 엽서에서 보던 거 아니냐~’. 너무나도 익숙한 존재였던 세계 각국의 랜드마크를 직접 눈으로 볼 때의 또 다른 감동이 있다는 것도, 나는 한식이 없으면 살 수 없다는 것도, 혼자 하는 여행의 9할은 날씨에 좌우된다는 것도 18년 유럽 여행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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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행을 다녀왔던 주변 사람들, 그리고 미디어 속 다양한 사람들은 모두 유럽 여행에 대해 긍정적이었다. ‘너무너무너무’ 좋았다는 친구들의 언급, 새롭고 낭만적인 분위기와 여행의 설렘을 부각하는 미디어 속에서, 나도 잔뜩 행복해하거나 방방 뛰는 나를 약간 기대하긴 했다.


그리고 난 예상대로 너무 행복해서 울지도, 크게 신나하지는 않았다. ‘좋았다’! 로 정리할 만한 정도의 여행이었다. 그래서 여행의 마지막 도시에서도 집에 돌아가기 싫다거나 아쉽다는 소리가 입에서 잘 나오지 않았다. 그러기엔 난 내 방을 너무 좋아하고, 40일 동안 그 정도 걸었으면 이젠 좀 쉬어줄 때도 됐다. 매일이 행복하거나 새로운 ‘나’를 만난다는 것은 역시 어려운 일이었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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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 내용에서 유추 가능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혼자 지내는 것을 좋아하는 계획형 집순이다. 때문에 40일 동안 내내 혼자 여행을 지속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내가 스스로 혼자 뭔가를 하는 걸 좋아하고, 어느 정도 잘 한다고 생각했던 것은, 내가 상황을 어느 정도 알거나 그에 익숙한 상황이라는 것을 간과하고 내린 결론이라는 것이다.


내가 아는 사람 0명, 날 아는 사람 0명. 그리고 영어 혹은 그 밖의 모국어 아닌 언어, 전혀 다른 생활 반경 속에서 혼자서 모든 걸 일일이 신경 쓰고 긴장하고 있으려니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도 있었다. 약간 새로운 종류의 스트레스라 생소하긴 했다.(하하)  또 일행끼리 온 사람들은 새로운 좋은 것을 보고 나서 그에 관해 이야기하던데, 나는 그저 ‘오~’ 한 번 하고 지도 보고 갈 길을 가야 했다. 공감과 대화에서 오는 생각의 확장도 있을 텐데 그걸 누리진 못해서 아쉽다.


40일 중 며칠간은 처음 보는 사람들과 동행으로 다닌 적도 있다. 이유를 생각해보자면 위에서 말한 것 때문이기도 했고, 그리고 우연에 의해 숙소나 관광지에서 구해지는 경우도 많았다. 혼자 여행하시는 분들이나 둘이서 오신 분들, 그리고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외국인 분까지. 일회성 만남은 내 예상처럼 어색하기도 했고, 그와 달리 고맙고 좋은 순간들도 있었다. 익숙한 사람들과의 장기 여행도 궁금해진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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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통해 가장 크게 배웠던 것을 꼽으라면, 내가 내 생각보다 뭔가를 더 많이 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는 점이다. 그동안 나는 자신을 상당히 작게(aka.x빱)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40일 동안 7개국의 여행을 나름대로 무탈하게, 계획대로 이행할 수 있었던 건 많은 면에서 나의 노력이 있었다.


‘다시 돌아가고 싶다’거나, ‘너무 좋고 행복하다’란 감상 대신, 진솔한 나의 모습과 내가 내 생각보다 더 많은 걸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이 마음은 이후 다른 일에 도전할 때, 크고 작게 도움을 주었다.

 

언제 또 마음 편하게 해외여행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다음의 여행에서도 나만의 느끼는 바가 있는 여행을 하고 싶다. 혹은 하루 5000보도 걷지 않는 여유로운 여행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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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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