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人비트人: 인디애니페스트 2021

글 입력 2021.09.16 06:42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애니메이션, 그것도 인디 애니메이션을 보러 극장을 찾았다.

 

지난 9일부터 14일까지 약 일주일 동안 진행했던 2021 인디애니페스트. 아시아로, 독립보행, 새벽비행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 이름에서 무얼 골라야 할지 고민스러웠다. 나는 ‘릴레이 작가 초청전’을, 친구는 ‘새벽비행2’를 선택했다. 좋은 조합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미 작가로 활동 중인 사람들의 작품과 이제 막 피어오르는 작가들을 순차적으로 보는 것이니까.


이번 2021 인디애니페스트는 ‘人비트人’을 주제어로 내세웠다. 사전적 의미로 중간을 나타내는 인비트윈(inbetween), 애니메이션 용어로는 키프레임 사이에 들어가는 프레임, 그리고 영화제 슬로건에서는 ‘또 한 번 보고 듣고 말하는 우리들의 사이를 이어주는, 인디애니페스트’를 의미한다. 애니메이션이라는 매체를 통해 각자의 생각이나 일상, 누구나 혹은 누군가 관심 깊게 생각해 볼 이야기를 보여주려던 것이겠다.


어떤 이야기를 보고 들었는지 아래에서 조금 가까이 살펴본다.


 

 

14:45 새벽비행2


 

s04.jpg

 

 

헬리콥터 맘

시선

초인종 고장났습니다!

묵음

러프앤버프

연흔

첫사랑 보고서

너를 본 바다

청파동 사람들

아샤

 


이 프로그램에는 10개의 작품이 있다. 가장 좋았던 건 작품의 흐름이다. 짧으면 2분, 길면 거의 20분에 가까운 영상이 연달아 펼쳐지는 만큼 관람자는 피로감을 느끼기 쉽다. 작가마다 자신의 강점이나 만들고 싶은 이야기가 다르니, 아주 일상적이고 가벼운 것부터 꽤 무겁고 어려운 것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이때 무엇으로 시작해 무엇으로 끝나는 것만큼이나 순번을 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야 오롯이 이야기에 집중할 확률이 높아진다.


1시간이 넘는 시간이 생각보다 짧다고 느껴진 덕에는 적절한 배치가 있었을 테다. 여기에 마음에 드는 작품이 꽤 많은 것이 또 다른 이유였다. 나는 매체의 특성이 분명하게 느껴지는 작품을 좋아하는데, <시선>이 그러했다. 까만 그림자가 길어지고 짧아지며 공포를 표현한 건 애니메이션에서만 할 수 있는 연출이었다. 그 연출 자체에 독특한 특색이 있던 건 아니지만, 그림체와 캐릭터들의 모양새, 전개 방식이 만든 분위기가 압도적이었다.


그리고 이어졌던 <초인종 고장났습니다!>. 어두컴컴할 줄 알았던 분위기는 의외로 천진난만하게 흘러갔다. 자신의 복제인간을 만든 주인공은 제가 하는 일을 족족 방해하는 복제인간의 머리를 새로운 것으로 바꾸려 한다. 그러면서 얽히는 게 층간소음인 게 새로웠다. 무거운 다크서클과 어두컴컴한 방은 왠지 모를 불안감을 만들어 끝까지 오묘한 긴장감을 유지했다. 어쩌면 이전 작품의 여운이 여기까지 이어졌는지도 모른다.


<묵음>은 가장 일상으로 느껴지면서도 가장 거리감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었다. <시선>의 묵직함을 구체적으로 현실 상황에 적용해 풀이한 듯한 느낌. 밑바닥까지 다다랐다가 <러프앤버프>가 한 번에 분위기를 환기했다. 그 후로 일상과 비일상을 넘나드는 이야기가 이어지다가 까만 화면으로 끝이 났다.




18:30 릴레이 작가 초청전


 

s01.jpg

 

 

인비트윈(Inbetween)

코로나 시대

쿱드

악귀

코멧

블룸

표지 모델

낮잠(별별이야기 中)

사라져가는 그들에게

트리

푸쉬

 

 

외국 작가들 작품도 많아서인지 신기하다는 인상이 강했다.

 

특히 주제 의식이나 소재가 다양했다. 코로나, 사무라이, 환경, 비건 등 여러 시선의 이야기를 한꺼번에 경험하는 느낌이었다. 아주 색이 다른 이야기들이었지만, 이상하게도 하나로 흐르는 기분이었다. 그러니까, 어느 한 작품을 골라 ‘이런 점이 좋았다’기보다 릴레이 자체가 하나의 작품으로 읽혔다.


하나 또 인상적이었던 건, 생각보다 한국의 애니메이션도 뛰어나다는 점이다. 물론 소재가 한정적이라는 느낌은 많이 받았지만, 예상보다 훨씬 정교한 이미지들을 만났다. 애니메이션마다 풍기는 느낌과 인상이 달라도 각자의 메시지가 있고, 그 메시지를 살펴보며 이번 페스티벌의 의미를 곱씹어 볼 수 있어 좋았다.

 

다음 해에는 조금 더 자유로운 환경에서 관람할 수 있기를 바라 본다.

 

 

포스터_인디애니페스트2021_최종.jpg

 

 

[박윤혜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3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