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잘하고 있어, 넌 충분히 잘 해내고 있어." [사람]

글 입력 2021.09.10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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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 30분 지하철 안에서는


 

새벽의 정적을 깨는 알람이 울린다. 쉽게 떠지지 않는 눈을 감고 휴대폰을 찾아 손은 더듬거린다. 알람을 껐지만 잠은 깨지 않았다. 새벽의 어둠 사이에 낮게 흐르는 빛으로 겨우 눈만 끔뻑이고 있다. 40분 뒤, 5시 30분에 출발하는 지하철을 타야 하기 때문에 더는 이불 속에서 버틸 수 없어 일어난다.

 

 

출근 사진.jpg

 

 

7시 6분, 겨우 플랫폼 앞에 섰다. 오늘은 다른 날보다 유난히 사람이 많았다. 평소 같았으면 지하철의 소음을 즐기면서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었을텐 데 이날은 다들 어디로 가는지 궁금했다.

 

맞은 편에 앉은 아저씨는 부동산에 관한 책을 읽고 있었다. “부동산학과 교수일까?” “공인중개사 시험 준비하시는 걸까?” “공부하러 도서관 가시는 걸까?” 대각선에 앉은 아저씨는 활동적인 복장을 하고 가방을 한껏 끌어안고 있었다. “가방 안에 소중한 것을 넣어두셨나?” “아침 등산 가는 걸까?” “체육관 관장일 수도 있겠다!” 마치 호기심 가득한 어린아이처럼 머릿속을 질문으로 가득 채운다.

 

내가 관찰한 이분들에게 공통점이 있다. 새벽에 익숙하다는 것이다. 해도 기지개 켜는 새벽에 그들은 마치 오전 10시처럼 움직인다.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어느 누가, 새벽에 일어나고 싶을까. 해의 낮과 달의 밤에 맞춰 일어나고 잠들고 싶을 것이다. 그 욕망을 누르고 담담히 살아간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나는 무엇 때문에 새벽 5시 30분에 지하철을 탔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다. 타인을 향해 바쁘게 굴러가던 눈을 멈췄다. 아무런 움직임 없이 한참을 보내다가 눈이 다시 바쁘게 움직인다. 내가 지금 지하철에 앉아있는 이유를 찾은 것이다. 언밀히 말하면 찾은 것이 아니라 다시 깨운 것이다. 잊고 있었다. 지금은 미래에 이뤘을 꿈에 필요한 한 조각이라는 것을 말이다.

 

새벽에도 바삐 움직이는 이들이 다른 것으로 묻혀있었던 현재의 이유를 꺼낼 수 있었다. 우연히 만난 그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었다. 여느 날과 다름 없이 보낸 하루가 평범하게 그지없다고 생각하는 하루가 스쳐 지나가는 누군가에게 삶을 다시 일깨우는 동기가 될 수 있다는 깨달았다고, 타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당신은 소중한 사람이라고. 자긍심을 가지고 오늘도 살아가길 바란다고 속삭이고 싶었다.

 

 

 

이대로 괜찮나? 잘하고 있나?


 

열심히 사는 이에겐 항상 고민이 따라다닌다. 이 길이 맞는 길인가, 잘 걸어가고 있는가, 또는 타인의 참견이 섞인 말에 크게 흔들리기도 한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는 말처럼 미래를 위해 여러 하루를 펼친 사람일 수록 걱정이 많다. 그런 사람이 원하는 그리고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잘 하고 있어, 넌 충분히 잘 해내고 있어.”

 

 

식스센스1.jpg

출처: tvN D ENT

 

 

금요일 밤, 평일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편히 소파에 앉았다. 리모컨으로 채널을 돌리며 볼만한 프로그램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식스센스가 눈에 들어왔다.

 

무용동작치료 4단계를 하고 있었다. 선생님이 출연진에게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전소민은 “사랑해”, 오나라와 미주는 “잘하고 있어” 그리고 로꼬는 “네 마음대로 해”라고 대답했다. 선생님은 “나라씨, 잘하고 있어요.”라며 큰소리로 오나라를 향해 외쳤다. 오나라를 금방 감정이 올라왔다. 그렇게 모두가 그들이 듣고 싶은 말을 힘껏 외쳤다.

 

그 말을 들은 출연진처럼 모니터 너머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나도 눈물을 흘리며 그 말을 원했구나, 누군가에게 듣고 싶었다는 것을 알았다. 가끔은 싱숭생숭한 나의 마음이 잡히지 않고, 걷고 있는 길이 확실하든 불확실하든 타인에게 묻고 싶고, 잘 걷고 있다는 말을 듣고 싶을 때가 있다. 식스센스의 그 장면처럼.

 

 

어깨동무 사진.jpg

 

 

우리는 개체가 아니다. 어떤 방향으로든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래서 나는 사회가 서로를 바라볼 수도, 손을 맞잡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누군가에는 상투적인 말이지만 필요한 사람에게 전하면 세상의 그 어떤 말보다 특별하다. 특별함을 받은 사람은 그 기억으로 또 다른 사람에게 반짝이는 말을 전할 것이다. 반복되보면 우리 모두가 위안받고 나의 길을 굳건히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오늘 밤에도 근심으로 가득해 잠 못 이루고 있을 당신에게 잘하고 있다고 가을바람에 태워 보냅니다.

 

 

[황혜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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