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끝끝내 좋은 사람이 될 수 없었던 그의 이야기 - 좋은 사람

글 입력 2021.09.02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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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이라는 것만큼 이 세상에 어려운 것이 또 있을까.

 

어릴 적부터 다양한 곳에서 '좋은 사람'이 될 것을 강조하며, 많은 사람이 다른 이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비치기를 소망한다. 하지만 좋은 사람이라는 것은 어린이 영화나 만화 애니메이션에서 이야기되는 것만큼 그리 간단하지 않다.

 

이번 연도 초, 나 또한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에 많은 사람을 붙잡고 좋은 사람이란 무엇인지 물었던 적이 있다. 덕분에 수많은 답변을 들으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지만 결국 좋은 사람이라는 것에 명확하게 답을 내리기란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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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좋은 사람'에서는 이토록 많은 사람이 품고 있는 질문 '누가 좋은 사람인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영화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고등학교 교사 '경석'이 담임하고 있는 반에서 지갑 도난 사건이 발생한다.


범인을 찾기 위해 CCTV를 돌려보던 경석은 '세익'이 체육 시간에 교실에 들어가던 것을 확인하게 되고, 설상가상으로 다른 학생또한 세익이 체육 시간에 피해 학생의 옷을 뒤지고 있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경석은 세익을 따로 불러내어 이에 관해 이야기하려 하지만 세익은 본인은 범인이 아니라고 분노하며 억울함을 표현한다.


저녁까지 종이에 솔직한 심정을 적으라고 한 경석은 퇴근하여 자신의 딸 '윤희'를 데리고 다시 학교로 돌아온다. 세익이 자리를 박차고 나간 뒤 윤희는 실종되고, 다음날 교통사고가 난 채로 발견된다. 운전자는 세익이 윤희를 차도로 밀쳤다고 한다. 세익과 윤희가 사고가 난 그 당시 함께 있었던 것도 증명되었다.

 

또다시 모든 정황이 세익을 범인으로 지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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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석은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학교에서는 학생들과 거리낌 없이 장난을 치며 웃으려 노력하는 친근하고 좋은 선생님이었다. 바쁜 나날들 속에서도 딸을 챙기기 위해 노력하며 쉬는 시간에는 딸과 함께 갈 장소들을 찾아보며 좋은 아빠가 되고자 노력하기도 했다. 정말 좋은 사람의 교과서적인 모습이었다.


그렇기에 확증 없는 의심은 최대한 피하며 모든 정황이 세 익을 지목할 때에도 경석은 끝까지 세익을 믿고자 했다. 세익이 주머니 뒤지는 것을 목격했다 이야기하는 학생에게 잘못 본 것일 수도 있다고 이야기하고, 세익에게도 '네가 무슨 말을 하든 너를 믿는다'고 이야기하며 믿음을 드러냈다. 주변에 휘둘리지 않고 '옳은 길'을 가고자 하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나는 이러한 경석의 '좋은 사람' 같은 모습에서 큰 위화감을 느꼈다. 자신의 딸이 생사의 기로를 오갈 때도 오열하는 아내 곁에서도 그는 폭발적으로 감정적 동요를 일으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모든 정황이 세익을 지목하고 있을 때도 기계처럼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을 반복했다. 인간이라면, 상식적으로 자신의 자식을 잃어버린 부모라면 이성을 잃을 상황에서도 기이할 정도로 이성적으로 굴었다.


그런 경석의 모습에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범인으로 지목되는 세익보다도 경석에게 더 큰 불쾌감을 느꼈다. 경석의 모습이 나에게는 '좋은 사람'의 모습이 아닌, 자신이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급급한 모습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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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우선인 것 같다'는 생각이 그저 의심에서 그쳤으나 영화가 지속하면서 점점 확신으로 변했다.

 

딸이 다친 상황에서, 어떻게 된 것이냐 묻는 아내에게 경석은 사실대로 이야기하기보다는 자신이 덜 질책받는 쪽으로 이야기했을 뿐만 아니라 딸이 생사의 기로에 놓일 때도, 그 범인이 자신의 학생으로 지목될 때도 이성적이었던 그가 마침내 감정적으로 폭발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다름 아닌 자신에게 내려진 '접근 금지 명령'이었기 때문이다.


경석의 모습은 마치 좋은 사람이 되지 못하는 것에 두려워하는 것만 같았고, 실제로 '나쁜 사람'의 낙인과도 같은 접근 금지 명령이 내려지자 그는 이전과는 180도 다른 모습을 보이게 된다. 그토록 의심하기를 꺼렸던 세익에게 거친 행동을 하면서 범인이라 낙인찍히고, 술에 취한 상태로 학교로 찾아가 학생들을 때리는 일을 서슴없이 저질렀다. 마치 공든 탑이 무너져 자포자기해 버린 것만 같이 말이다.


영화가 다 끝났을 때, 결국 내 안에서 유일하게 나쁜 사람으로 남아있었던 것은 억울하게 누명을 썼던 세익도, 세익이 도대체 어떤 학생인지 알고 싶다며 감정적인 요동 속 앞뒤 생각도 못 하고 울었던 아내도 아니었다. 그 누구보다도 착한 사람으로 남아있고 싶어 했던, 그 무엇보다 착한 사람이 되는 것이 자신의 1순위였던 주인공 경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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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이라는 것만큼 이 세상에 어려운 것이 또 있을까. 좋은 사람이란 도대체 무엇이기에 이리도 복잡한 것이며, 좋은 사람이 되고자 했던 경석은 어째서 이리도 절망적인 사람이 되어버렸는지에 대한 고민이 일렁였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그 답을 찾아다녔던 과거의 나도 떠올랐다.


이런 어지러움 속 정욱 감독이 남긴 이 영화에 대한 설명은 연신 나의 고개를 주억이게 했다.

 

 

"좋은 사람이기 위해 내린 차선의 선택들이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오는지 지켜보고 싶었다.

 

그 나비효과를 통해 좋은 사람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가능한 일인지 질문하고 싶다."

 

 

[김혜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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