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오지랖은 넣어두세요 [음악]

글 입력 2021.08.30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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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를 기웃거리다 흥미로운 노래를 발견했다. ‘부끄뚱’? 처음 듣는 이름인데, 익숙한 얼굴이다. 부끄뚱은 코미디언 문세윤의 ‘부캐’였다. 버킷리스트인 가수의 꿈을 펼치기 위해 만든 캐릭터라고 한다. TV 프로그램 ‘1박 2일’로 문세윤과 인연을 맺은 라비가 그를 위해 곡을 쓰고, 피처링까지 곁들여줬다.

 

호기심에 부끄뚱의 데뷔곡 ‘은근히 낯가려요’를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했다. 재생을 누르고 가만히 들어보는데 이 노래, 심상치 않다. 졸린 눈을 비비고, 집중해서 음악을 들어 보기 시작했다.

 

 

 

은근히 낯가려요, 날 쉽게 보지 마


 


 

 

맛있는 음식을 누구보다 맛있게 먹는 사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호탕하게 웃는 사람. 함께 출연하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사람. 몇 개의 프로그램, 그보다 많은 짤막한 영상 클립, 그 속에서 만난 문세윤은 이런 사람이었다.


웃는 얼굴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 그래서 노래도 밝고 장난스러울 것 같다고 생각했다. 멜로디는 예상한 것처럼 발랄하고 몸을 들썩들썩, 흔들흔들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가사는 사뭇 달랐다. 환한 웃음 뒤에 가려진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은근히 낯가려요

날 쉽게 보지 마

좀 부끄러워요

모른 척 지나가줘요

 

의외라는 말도

신경 쓰여요

실망이란 말에

남몰래 울어요


- 부끄뚱, ‘은근히 낯가려요’ 中

 

 

문세윤도 연예인이기 이전에 우리와 같은 한 사람이었다. 처음으로 ‘맛있는 녀석들’ 같은 인기 프로그램으로 복스럽게 잘 먹는 그의 ‘이미지’가 아닌, 문세윤이라는 사람 그 자체를 떠올려보게 되었다.


나는 모르는 많은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는 게 분명 기분 좋기만 하진 않을 것이다. 연예인은 대중의 평가를 받는 게 당연하다는 알쏭달쏭한 프레임. 그 안에서 처음 보는 타인에게 선을 넘는 말들을 종종 듣고, 대놓고 따지지도 화를 내지도 못해 홀로 마음을 달랠 그의 모습이 그려졌다. 쓸쓸한 어깨가 생각나서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꼭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비슷한 경험이 한 번씩은 있을 것이다. 나의 작은 부분만 보고 이런저런 판단을 내리는 사람들. 칭찬이나 조언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지만, 콧대 높은 평가에 불과함을 알고 있다. 나도 잘 모르는 나에 대해 어떻게 그렇게 잘 아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생각보다 작아 보인다는 말도

내게는 상처가 되는 걸 아나요?

보기보다 조용하다는 말들도

하루 종일 생각이 나요

 

또 먹냐고 말하지 말아 줘요

오늘 첫 끼에요

새벽같이 일어나

바삐 살다 이제서야 좀

숨 돌리려는 참이라구요

나도 치열하게 매일 살아요


- 부끄뚱, ‘은근히 낯가려요’ 中

 

 

부끄뚱의 노랫말처럼, 눈앞에 보이는 외모는 가장 흔한 평가대상이다. 살이 좀 붙으면 걱정하는 척 비하하기, 또 살이 훅 빠지면 조언하는 척 잔소리하기. 머리부터 옷 입는 스타일, 피부, 손톱과 발톱까지 작은 부분 하나 놓치지 않는다. 혹시 외모 평가가 되지 않을까, 칭찬이라도 몇 번 더 생각해 보고 꾹 삼키는 사람은 억울해진다.


취업, 연애, 운동, 다른 어떤 분야라도 마찬가지다. 부모님, 교수님, 선배, 친구들 모두 나름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을 건넨다. 하지만 조언인지 아닌지 그 여부는 말을 하는 사람이 정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듣는 사람이 다양한 의견을 듣는 게 필요하다고 느끼고,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 때 조언은 정말 ‘조언’이 된다.


 

 

이 선 넘으면 침범이야 Beep


 



 

이쯤 되니 또 다른 노래가 떠오른다. 아이유는 좀 더 직접적으로 오지랖은 그만이라고 노래한다.

 

 

꼿꼿하게 걷다가 삐끗 넘어질라

다들 수군대는 걸 자긴 아나 몰라

요새 말이 많은 걔랑 어울린다나?

문제야 쟤도 참

 

Yellow C A R D

이 선 넘으면 침범이야 beep

매너는 여기까지 it's ma ma ma mine

Please keep the la la la line


- 아이유, ‘삐삐’ 中

 


나의 선을 함부로 넘지 말라고 날리는 경고장. 너의 비밀을 들려주는 것도 사양할 테니, 적정한 거리를 지켜 달라고 말한다. 공감하면서도 문득 궁금증이 생긴다. 대체 적정한 거리는 얼만큼 떨어진 거지?


가까운 사람들이 나의 성격, 취향, 가치관에 대해 말할 때가 있다. 어떤 연예인의 영상을 보내주면서 기분이 자주 오르내리지 않는 안정적인 성격이 나와 비슷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귀엽고 아기자기한 공간에 가서 내가 좋아할 것 같다고 사진을 보내주기도 한다. 너는 이러니까, 너에게 이게 필요할 것 같아서, 너라면 좋아할 것 같아서. 비슷하면서 다양한 말들을 건넨다.


그런데 참 묘한 일이다. 어떤 관심은 내가 없을 때에도 나를 떠올려주는 데 기분이 좋고, 괜히 뭉클한 감동이 느껴지기도 한다. 반면, 또 다른 관심은 ‘왜 나를 마음대로 규정하고 평가하지’ 기분을 상하게 만든다. 애정의 표현과 참견, 그 경계선이 너무 흐릿하다.

 

그래서 오지랖은 사절이라고 말하면서도 망설여진다. 과연 나는 자신 있게 오지랖과는 거리가 먼 사람인지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내 나름대로 고민해서 건넨 응원과 조언이 듣는 사람에 따라 오지랖일 수도 있지 않나? 내가 선을 넘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정답은 없다. 말 그대로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친구 A는 내 조언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좋아하지만, 친구 B는 기분이 상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면 대체 어떻게 이야기 나누며 살아야 할까?

 

 


그 정도 거리면, 그거면 돼


 



 

가끔 보는 얼굴

어색한 인사

그 정도 거리면 그거면 돼

자주 보진 말고

 

친한 사이라고 말하는 게 참 쉽지 않아

어쩌다가 마주치는데 만나면 둘도 없는

난 그런 게 너무 어려워


- 적재, ‘개인주의’ 中

 

 

입을 잠시 닫고, 귀를 더 밝게 열면 된다. 조용히 듣고 바라보면 이 사람은, 저 사람은 각자 어떤 사람들인지 알 수 있다. 그러면 그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어느 정도 선을 지켜줘야 할지 알 수 있다.


적재의 ‘개인주의’ 속 인물은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타인과의 거리가 매우 먼 사람이다. 서운하게 왜 그래, 널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 너 잘 되라고 그러는 건데, 괜히 여러 말 덧붙이지 말 것. 이 사람은 독립적인 사람이구나, 자기만의 공간이 중요하구나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된다.


두 걸음 물러서 있다가 그가 가까이 와 달라고 말할 때, 한발 다가서면 된다. 그렇게 조금씩, 서로 기분 상하지 않고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다.

 

 

 

거리를 지켜줘


 

지금까지 타인의 삶에 과하게 개입하지 말라고 열심히 말했다. 하지만 나도 알고 있다. 한국인이 정이 많아서, 이웃들과 따뜻한 마음을 나누던 시절이 있어서, 관심을 표현하는 방식이라는 것. 그래도 세상은 하루하루 달라지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습도 달라진다.


괜히 한 마디 거들고 싶어질 때, 한 번만 마음속으로 되뇌어보았으면 좋겠다. 이 말이 저 사람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걸까, 내가 이런 말을 듣는다면 어떨까. 항상 타인은 나와 다른 사람임을 생각하고, 그만의 거리를 존중해 주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명함.jpg

 

 

[이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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