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오늘의 이유

글 입력 2021.08.29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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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기대지 마시오

 

'이제는 좀 괜찮나 싶다가도, '그것'만 끼어들면 내 인생은 다시 무너지는 것 같아.'

 

어느 겨울, 친구에게 했던 말이다.

 

무언가를 아주 좋아하게 되면, 그리고 또 오래 좋아하게 되면 다 그런 것일까.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는 그랬다. 나보다 우선 하는 것들은 모두 그런식으로 내 안에 둥지를 틀었다. 나는 그것들을 버리지도 못하고, 늘 매달리는 모양새로 그것과 같은 자리에 머무르고자 했다. 다른 모든 게 다 변해도 그것과 나는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 혼자서도 단단한 사람이 되는 것이 내 오랜 꿈이었다. 휘둘리지 않고 내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사람, 작은 생채기에 매달려 정체되지 않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 어디에서도 나를 숨기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오랜 시간을 들여 마음을 정비하고, 생각을 정돈하고, 태도를 바꿔나갔다. 그 과정에서 나를 안정시키던 것들에 과감히 안녕을 고해야만 하기도 했다. 나를 안정시키고, 불안정하게 만드는 모순 덩어리들을 걷어내야만 했다.

 

하지만 끝내 버릴 수 없었던 '그것'과 같은 것들도 있었다. 이는 스스로에게도 납득이 되지 않아 끊임없이 변명해야만 했다. 오래 했잖아. 좋아하잖아. 이거 아니면 기댈 곳이 없잖아. 이 정도는 감당할만 하잖아. 이게 나를 죽이진 못할 거야.

 

속이다 보면 속아넘어간다. 사실 모른 척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내 눈을 가린다고 해서 세상이 날 위해 잠시간 극을 멈추어 주는 것은 아니다. 세상은 순리대로 흐른다. 모든 게 변하고, 사라진다. 그 사실 마저 외면하다가, 어느 순간 전과 같지 않은 모습의 '그것'을 보며 허망함에 물들었다.

 

낡아가고 있던 나의 마음이 보였다. 그제야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고, 나의 일부가 될 수는 있어도 나의 전부를 내어주지는 말아야겠다. 스스로 곧게 서있어야겠다.

 

근데 그래도 그것과 함께 했을 때 만큼이나 충분히 행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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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용 인생

 

자유롭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추상적이지만 가장 원하는 일이었기에 정의를 다시 해보았다. 내가 생각하는 행복이란? 지금껏 행복이란 무언가를 도전하고 순탄한 성취를 이루는 데 있다고 생각했고, 내가 그것이 부족해서 행복하지 못한 거라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더 스스로를 미워하고 내 모습 정반대 지점에 대한 환상을 품어왔었다.

 

그러나 이제와서 다시 생각해보니, 결국 행복은 매일 밤 가장 편안한 마음으로 이불 속에 누워 잠들기를 기다리는 순간이었던 것 같다. 그날 아침 눈을 뜬 순간부터 낮에 있었던 일과 대화들을 지나 날이 저물고 다시 내일 아침을 준비할 시간이 오면 보통 이런 생각들이 고개를 든다.

 

내가 했어야 했지만 하지 않았던 행동, 하지 말았어야 했지만 했던 행동, 망설이고 주저하는 동안 놓쳐버린 기회들, 아직 오지 않았지만 곧 닥쳐올지도 모르는 일들, 걱정하고 준비하면서 빼는 진땀들. 대부분이 후회와 걱정으로 인한 괴로움이었다. 이 일련의 과정들이 일상이 되어 알아채지 못했지만, 나는 그렇게 매일 조금씩 스스로를 갉아먹는 길을 걷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내 행동의 기준을 바꾸어야 할 차례다. 매일 아침 잠에서 깨는 순간부터 나는 다른 어떤 것도 아닌 오늘 밤 잠들기 직전의 나를 위해 살아가는 것이다. 잠들기 직전의 내가 괴롭지 않도록, '오늘' 하루를 아주 성심성의껏 살아내는 것.

 

마음이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일은 무조건 저지르고 본다. 저지르고 나면 후회할 줄 알았는데 생각만큼 그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해보고 나니 후련한 일들 뿐이었다.

 

더 나은 하루를 만들기 위해 일상의 루틴을 만들기로 정했다. 밤 늦게 자는 대신 그만큼 늦게 일어나 하루를 시작해왔던 나는 오전 일찍 일어나 하루를 열기 시작했다. 꼭 해야 하는 일들을 몇가지 정해두었는데 그중 재밌게 하고 있는 것은 '아침 일기'를 쓰는 것이다.

 

그 날 있었던 일은 그 날 정리해야 가장 생생한 감정을 담아 낼 수 있는 것 아닌가 생각했지만 아침에 쓰는 일기가 좋은 것은 다른 곳에 있었다. 조금 더 정돈된 감정과 시선으로 나 자신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다. 새벽에 쓰는 것보다 담백하게 상황과 감정을 서술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모색한다. 그렇게 계획과 다짐을 작성한 뒤 잠에 드는 것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되기 때문에 조금 더 활력이 생기고, 마음이 건강해 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일기를 쓰고, 문화예술 분야에 관한 뉴스 기사를 스크랩하고, 요즘 꾸준히 하는 공부를 조금씩 한다. 아침 준비로 다소 소란스러운 시간이 시작되면 잠시 독서를 한다.

 

별거 아닌 것 같은데, 이렇게 정돈된 하루를 보내고 잠자리에 들면 마음이 참 가볍다. 이렇게 스스로에 대한 성취감과 작은 만족이 쌓이면서 스스로를 지키고, 성장시킬 동력을 만들어내는 것 같다.

 

 

[고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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