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미술관은 예술 작품의 무덤인가 무대인가? [미술]

다큐멘터리 <더 울프 오브 아트 스트리트(The Price of Everything)>를 보고 온 두 사람의 대화
글 입력 2021.08.27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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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왓챠에서 시청 가능한 <더 울프 오브 아트 스트리트(The Price of Everything)>라는 다큐멘터리를 바탕으로 쓰였지만 다큐멘터리를 보지 않아도 글을 따라가는 데에는 크게 지장이 없다. 이 다큐멘터리는 예술과 돈, 예술과 시장을 주제로 미술계에 속한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의 인터뷰로 구성되어 있다. 예술과 시장이라는 대주제 안에는 무수한 쟁점들이 있지만, 이 글에서는 예술 작품의 종착지인 '미술관'과 '개인 컬렉션'에 초점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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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더 울프 오브 아트 스트리트> 를 보고 나온 미술인과 비(非)미술인의 대화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독자들이 스스로 이 대화의 또 다른 참여자라 생각하면서 글을 읽는다면 공감하고 반박하고 새로운 주장을 펼쳐보는 재미가 있을거라 생각한다.

 

***

 

예술과 돈이라...예술은 돈이라는 주제와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보니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네요.

 

특히 지금 시기에 보기 좋은 다큐멘터리였어요. 아트마켓, 아트테크, 컬렉팅 등등 요즘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만 봐도 예술시장 전반에 사람들이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 알 수 있잖아요. 지금 미술시장이 완전히 호황기에요. 옥션 뿐만 아니라 아트페어, 갤러리 매출도 급격하게 늘었죠.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에서 6월까지 국내 경매사 8곳의 경매 매출액이 1438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의 3배였다고해요. 불경기라지만 미술 시장은 오히려 상승세를 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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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아트 부산 전경 (이미지 출처: The Korea Times)


 

<더 울프 오브 아트 스트리트> 다큐멘터리에서 특히 미술관, 옥션 하우스, 작가 등 사람들의 다양한 입장과 관점이 흥미로웠어요. 에이미(Amy Cappellazzo, 소더비 글로벌 파인 아트 의장)가 말했듯 미술관은 정말 작품의 “무덤”인지, 리히터(Gerhard Richter, 예술가)처럼 다른 작가들도 자기 작품이 갤러리가 아닌 미술관에 소장되길 바라는지 궁금하더라고요.

 

모든 컬렉터가 그저 돈이 많아서 미술 작품을 하나의 사치품으로 소비하는 것인 줄만 알았는데 스테판(Stefan Edlis, 컬렉터)부부를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고…...제리 잘츠(Jerry Saltz, 예술 평론가)가 경매에 올라온 작품들은 결국 부자들의 소유가 되어 다신 볼 수 없게 될 것들이라고 말하는 대목도 신선하고 와닿았어요.

 

“미술관은 예술 작품의 무덤이다” 혹은 “명작의 무덤이다”라는 말은 미술계에서 통용되는 메타포에요. 미술관은 소장하고 있는 작품 수가 많아서 전시되지 않는 것들이 다수고, 작품들이 ‘화이트 큐브’로 불리는 현대 미술관의 흰 벽에 맥락 없이 진열되기도 해서 그런 말이 생긴걸로 알고 있어요.

 

누군가는 미술관이 작품을 “박제화”한다고 표현하기도 해요. 현실과 동떨어진, 마치 시간이 흐르지 않는 듯한 미술관이라는 공간에 그 상태 그대로 영원히 놓여 있을 것만 같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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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국립현대미술관 <박서보: 지칠 줄 모르는 수행자> 전시 전경


 

그럼 미술관이 작품의 무덤이라는 말에 동의하시나요?

 

동의하는 부분도 있어요. 전시장보다 수장고에서 더 많은 작품들이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건 사실이고, 미술관이라는 곳이 조금 비현실적인 공간임에도 동의해요. 그렇지만 이런 부분이 미술관의 여러 장점들을 상쇄시킬 정도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특히 지금 미술관은 많이 바뀌고 있어요. 가지고 있는 작품들을 열심히 활용하고, 좋은 기획으로 여태껏 주목받지 못했던 작가나 작품의 특정 면모를 보여주고요. ‘박제화’하지 않기 위해 다이나믹한 전시 방법을 고안하고 있어요.

 

그런면에서 저는 오히려 미술관을 작품의 ‘무덤’이 아니라 ‘무대’라고 말하고 싶어요. 주인공이 무대 위에서 핀 조명을 받듯이 미술관에 전시된 작품은 대중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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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테이트 모던(Tate Modern) 백남준 회고전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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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로얄 아카데미(Royal Academy of Arts) 안토니 곰리(Antony Gormley) 회고전 전경


 

그렇다면 작가는 자기 작품을 개인 컬렉터보다 미술관이 소장하기를 더 선호할까요? 다큐멘터리에서 게르하르트 리히터나 은지데카 아쿠니일리 크로스비(Njideka Akunyili Crosby, 예술가)가 그랬던 것처럼요. 리히터의 아내이자 예술가인 사빈 모리츠 리히터(Sabine Moritz-Richter, 예술가)는 돈이 많든 적든 모두가 미술관에 올 수 있고 작품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에 더 평등하고 민주적이라고 생각하던데요.

 

질문에 답하기 전에 미술 작품이 보여지는 ‘장소’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걸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요. 미술품은 작가가 완성하고 난 뒤 그 자체로 주체성을 가져요. 작가의 손을 떠난 작품은 어디서 어떻게 보여지는지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해석되고 받아들여질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어떤 것이 미술관에 전시되는 것만으로도 감상할 가치가 있다고 여기잖아요. 미술관 바닥에 놓인 안경을 작품인 줄 알고 열심히 관찰하고 사진까지 찍어간 사건이 있었는데 현대미술에 관련해 잊을만 하면 언급되는 에피소드 중 하나죠.

 

공감해요. 저도 미술관에서는 소화기조차 아름답고 특별해보여요. 그래서 작가들이 미술관이라는 이런 특별한 곳에 자기 작품을 전시하고 싶은 건 아닐까요?

 

어느정도 맞을 것 같아요. 미술관에 놓인 작품들이 특별해보이는 이유는 어쨌든 미술관이라는 기관이 순전히 이익을 위해서 작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예술적, 역사적 가치를 고려해서 작품을 구매하고 소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술관에 자기 작품이 걸린다면 인정받는다고 느끼겠죠. 그만큼 미술관의 이미지, 존재감, 영향력이 크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제리 잘츠의 말을 들으니 경매에 올라온 작품들은 우리가 앞으로 볼 수 있는 확률이 극히 적은 것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개인 수집가가 작품을 구매한다면 결국 그의 집에서나 볼 수 있을 테니까요. 작가라면 이보다는 미술관처럼 되도록 큰 기관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을까요?

 

작가들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 할거에요. 컬렉터의 소장품이 된다는 건 완전히 개인 소유가 된다는 뜻이니까 미술관과는 아무래도 그 가능성에 차이가 있죠.

 

그렇지만 어떤 이들은 미술관에 방문하는 많은 사람들 중 진정 그 작품의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하는 의문을 가지기도 할거에요. 배경 지식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온전히 작품을 즐기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들이요. 예술의 가치는 객관적이지 않으니까 사람마다 가치있다고 여기는 작품이 다르겠죠? 그것들이 미술관에 전시되는 것보다 작품들 하나하나 소중히 여길 수 있는 수집가들에게 전달되는게 더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작가도 있지 않을까해요. 많은 사람이 잠깐 보고 마는 것보다 수집가의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매일을 함께하는 작품이 되는 것도 충분히 가치있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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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임브리지에 위치한 ‘케틀스 야드(Kettle’s Yard)’. 지금은 미술관이 된 컬렉터였던 짐(Jim)과 헬렌(Helen) 부부의 집이다.

 

 

그럴수도 있겠네요.

 

물론 작품이 터무니없는 가격에 거래되는 현상들을 보고 있으면 혼란스럽죠. 가격과 가치의 관계를 계속해서 고민하게돼요. 그렇지만 우선은 그정도의 재력이 있는 사람이 예술을 진정으로 아끼고 즐길 수 있는 사람이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다큐멘터리에서 은지데카 아쿠니일리 크로스비 작가의 작품을 이전에 누군가가 갤러리 전시에서 구매했는데 차액을 남기려고 다시 옥션에 내놓아 결국 더 높은 가격에 팔리는 장면이 나와요. 제가 작가라면 서운할 것 같아요.

 

미술품이 완전히 투자의 대상으로 전락한거에요. 요즘 특히 그렇죠. 예전에는 정말 돈이 많은 사람들만 미술품을 투자의 대상으로 생각했다면 지금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예술 투자, 아트 테크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대화를 나눌수록 미술관 소장과 수집가의 개인 컬렉팅 사이에서 어떤 것이 더 좋다고 말하기가 어렵네요.

 

다큐멘터리에서 아쿠니일리 크로스비 작가가 자신의 작품이 경매에서 되팔리는 걸 보고는 씁쓸한 듯 묘한 표정을 지었는데 저는 이 표정이 모든 걸 말해주는 것 같아요. 돈 많은 컬렉터가 큰 돈을 주고 작품을 사가는게 나쁘다고는 할 수 없죠. 현재 활동하는 작가라면 그런 훌륭한 작가가 계속 작품 활동을 할 수 있게 지원하는 역할도 하고요. 하지만 작가의 모든 것이 담긴 작품이 오직 돈을 버는 수단에 그친다면 속상할 수 밖에 없겠죠. 돈을 그만큼 받으니 좋아할 작가도 있겠지만 그런식으로 팔고 싶지 않은 작가도 많을 거에요. 무엇이 옳고 그른가 판단할 수 없고, 좋고 싫음도 가변적이죠.

 

다큐멘터리에서도 보여지듯 예술 분야의 이런 주제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교차해요. 그 관점은 각자의 직업적 위치에서 기인한 것일수도, 개인적 취향이나 가치관으로부터 생겨난 것일 수도 있어요. 답은 없지만 계속해서 질문하고 생각해보는 건 필요한 일인 것 같아요.

 

***

 

답이 없는 질문을 계속해서 하는 이유는 질문 자체가 유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런 질문과 생각들은 미술관이, 컬렉팅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이끈다. 이 둘의 대화는 끝났지만 현실에서 무한히 이어질 대화를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이서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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