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가보자 지금 나랑, 도망가자

선우정아 <도망가자>
글 입력 2021.08.25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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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자 지금 나랑, 도망가자

노래 선우정아 | 그림 곽수진 | 쪽수 60쪽 | 언제나북스 | 값 16,000 원 | 2021년 8월 15일 발행


 

도망가자 표1.jpg


 

이 글을 쓰기 앞서, 선우정아에 대해 말해야 할 것 같다. 모두들 선우정아라는 가수를 알고 있나? 그냥 가수다고 말하기는 뭔가 아쉽다. 작곡도 하는 음악 프로듀서로 싱어송라이터다. 아는 사람만 안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유명하고, 오랜 기간 활동했으며 그간 발매한 노래도 수두룩하다. 또한 한국 대중음악상을 2번이나 수상한 만큼 대중적으로 음악성을 인정받았다. 당신들은 언제 그녀를 알았나? 본인이 선우정아를 알게 된 계기는 '노래'다. 특히 그중, 그녀의 이름을 확실히 알게 된 두 곡이 있다. 첫 곡은 정키의 거울(Feat. 선우정아)(2013.10.18 발매)이고 두 번째 곡은 선우정아의 봄 처녀(2015.03.27 발매)다. 두 노래를 통해 나는 '선우정아'란 싱어송라이터를 확실히 알게 됐다.

 

물론, 이전에도 그녀의 노래를 듣긴 했으나. '거울'과 '봄 처녀'는 꾸준히 내 플레이리스트에 남아 잊을만하면 듣는 노래가 됐고, 그녀의 <도망가자> 또한 이 덕분에 알 수 있었다. 비록 선우정아의 모든 노래를 듣진 않았지만, 한 가지 음악을 소화하고 귀에 담는 기간이 이토록 다채롭고 길 수도 있구나. 한 곡 반복으로 며칠을 들어도 항상 새롭고 와닿는 가사가 있다는 사실을 요 근래 다시금 깨닫게 해줬다.

 

 

<도망가자>는 선우정아의 정규 3집 앨범 Serenade의 타이틀곡 중 하나로 2019.12.12에 발매됐다. 대중적으로 가장 은은하고 뜨겁게 알려진 노래다. 정규 3집으로 찾아온 그녀는 아래와 같이 앨범 소개를 올려뒀다.

 

Serenade : '저녁 음악'의 뜻.

Serenade는 본래 저녁의 음악을 뜻한다. 많이 알려진 의미는 사랑 노래인데, Serenade가 뜻하는 몇 가지 의미 중 하나이다.

 

대부분의 제 노래들이 낮보다 밤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해왔고, 모양은 다르지만 모두 사랑을 뿌리로 두고 자란 노래들이라 ‘Serenade’라는 제목을 지었습니다. 저녁에 여러분들의 귓가에 이 16개의 사랑 노래들을 들려드리는 마음으로 정규 3집을 발매합니다.

 

선우정아 정규 3집 앨범 소개 중

 

 

바쁜 일상을 여는 아침이라던가 아니면 한창 일에 열중하는 오전 시간이나, 퇴근길이라도. 어쩌면 퇴근 후 시간을 보내는 중에도 내 플레이리스트의 <도망가자>는 열심히 일하고 있다. 언제든 들을 수 있도록 준비된 <도망가자>의 가사는 사랑하는 이에게 전하는 위로와도 같다. 사랑 노래가 대중적으로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처럼, 담백하고 절절한 가사는 사랑하는 이를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댓글도 마찬가지다. 헤어진 인연, 혹은 쉽게 사랑하기 어려웠던 나의 그대에게 전하는 노랫말 같다. 당신은 어떤가? 나는 담백하게 속삭이는 노래가 현실이 싫어 도망치고 싶어 안달 난 나 자신을 위한 위로와 같았다.

 

선우정아의 <도망가자>도 역시 그와 비슷하다. 묵묵히 자신의 안위를 먼저 살피고 보듬는 사랑을 위해 사적인 Serenade를 그렸고, 그에게 전달하고 싶은 위로의 <도망가자>를 완성했다. 그렇게 알려진 <도망가자>는 이번에 일러스트레이터 곽수진을 만나 세상을 향해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그림 에세이 <도망가자(Run with me)>로 재탄생했다. 그림 작가인 곽수진에 대해 잠시 살펴보자면, 그녀는 이탈리아의 볼로냐 아동도서전 중 대상을 수상한 작가로 2019년 <별 만드는 사람들>를 출품하여 이탈리아 볼로냐 사일런트북 대상 수상작을 거머쥔 일러스트레이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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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그림작가 곽수진의 <도망가자>의 대상은 누구일까? 그녀는 그녀의 곁을 떠난 반려동물를 떠올리며 작품에 임했다고 한다. 그림에는 나와 오랜 시간을 걸어온 노견과 함께한 행복과 미안함, 그리고 그리움이 그대로 묻어있다. 따뜻하고 몽글몽글한 그림체와 색감은 현실로 삭막해진 마음을 적시고 반려동물과 함께 떠나는 기나긴 여행 속 주는 설렘으로 촉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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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는 사랑을 준 반려동물을 위해 떠난 여행으로, 페이지마다 가족과 마지막 여행을 보듬는 따뜻한 그림은 우리에게 대상에 대한 다양한 감정을 갖게 한다. 이를테면, 그리움과 희생, 위로, 행복 등 상대를 위해 커다란 가슴을 열어 포근히 담아줄 그릇으로 그대를 안심시키는 확신을 보여준다. 우리는 사랑이 가득 담긴 손을 잡고 힘차게 뛰어갈 준비를 한다.

 

어떻게 보면, 그림 속 하얀 강아지가 노견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어린 시절에 비해 많이 성장한 것을 알 수 있지만, 곧 임종을 바라보는 노견으로 보일 만큼 기운이 빠져있는 것도 아니고, 행복한 얼굴로 그녀와 함께 발맞추어 여행을 떠날 뿐이다. 그들은 현실 세계인 집에서 깊은 자연 속으로 떠난다. 귀에 들려오는 가사와 맞게 주인공과 강아지는 세상으로부터 도망친다. 둘만의 공간으로 아무도 찾지 못하게 꽁꽁 숨어버린다. 작가 곽수진이 보여주는 <도망가자>는 오로지 나와 강아지밖에 없다. 온전한 둘만의 세상에서 서로를 위로하며 충실히 시간을 보낸다. 그림 속 주인공은 반려동물을 위한 든든한 지지대가 되고자 한다.

 

우리는 작가의 말에서 동화 속 강아지가 노견임을 알 수 있고, 이것이 그녀가 자신을 아껴준 반려동물에게 주는 마지막 추억이라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 '어디로 가느냐'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함께 가는 동반자가 누구냐'에 더 초점을 맞춘 그림 에세이 <도망가자>는 작가의 반려묘에 대한 마음을 투영했다. 나는 반려묘에 대한 이런 사랑이 노견을 행복하게 묘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마음을 빗대어 작가는 간절한 마음으로 반려묘에 대한 기억을 떠올렸을 것이다. 더 잘해주지 못해 아쉽고, 실제로 작가는 같이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미안한 마음과, 언제나 자신에게 힘이 돼주었던 반려묘에게 이제는 본인이 힘이 돼주고자 하는 마음으로 임했다 한다. 나 또한 반려동물을 키웠던 사람으로 반려동물의 임종이 어떤 마음인지 알고 있다. 원곡자 선우정아 또한, 이 노래를 아껴주는 대중의 사랑에 보답하고자 더욱더 겸허하고 사랑이 가득 찬 마음으로 노래를 부른다고 한다. 그 크기는 유한하지 않으며, 절대 모양이 같을 수 없다.

 

 
 

 

도망가자

어디든 가야 할 것만 같아

넌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아

괜찮아

우리 가자

걱정은 잠시 내려놓고

대신 가볍게 짐을 챙기자

실컷 웃고 다시 돌아오자

거기서는 우리 아무 생각말자

너랑 있을게 이렇게

손 내밀면 내가 잡을게

있을까, 두려울 게

어디를 간다 해도

우린 서로를 꼭 붙잡고 있으니

너라서 나는 충분해

나를 봐 눈 맞춰줄래

너의 얼굴 위에 빛이 스며들 때까지

가보자 지금 나랑

도망가자

멀리 안 가도 괜찮을 거야

너와 함께라면 난 다 좋아

너의 맘이 편할 수 있는 곳

그게 어디든지 얘기 해줘

너랑 있을게 이렇게

손 내밀면 내가 잡을게

있을까, 두려울 게

어디를 간다 해도

우린 서로를 꼭 붙잡고 있으니

가보는 거야 달려도 볼까

어디로든 어떻게든

내가 옆에 있을게 마음껏 울어도 돼

그 다음에

돌아오자 씩씩하게

지쳐도 돼 내가 안아줄게

괜찮아 좀 느려도 천천히 걸어도

나만은 너랑 갈 거야 어디든

당연해 가자 손잡고

사랑해 눈 맞춰줄래

너의 얼굴 위에 빛이 스며들 때까지

가보자 지금 나랑

도망가자

 

- 선우정아, 도망가자

  

  

 

지쳐도 돼 내가 안아줄게,

괜찮아 좀 느려도 천천히 걸어도

선우정아 <도망가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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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가자>는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당신을 위한 것이다. 모두에게 특별한 위로를 준다. 듣는 이가 처한 상황은 각기 다를지라도, 노래가 주는 위로에 모두 감동할 수 있었다. 이처럼 우리는 따뜻한 위로를 머금으며 나아갈 힘을 얻는다. 당신의 지친 마음에 와닿았던 존재가 사람일 수도 있고 그 외의 무엇일 수도 있다. 속상한 일이 있거나 다시는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을 때, 다시금 당신이 힘을 내 걷게 해준 무언가에게 당신도 그런 사람이 되었던 적이 있었을까?

 

당연한 애정으로 비칠 수 있지만,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 지금은 손쉽게 누군가의 위로가 되어, 바다처럼 넓은 마음으로 품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 줄 안다. 단순한 감정적 위로부터 크게는 현실적으로 뒤받쳐주는 사랑은 대가가 없다. 받는 사랑이 아니라 주는 사랑은 그 의미가 실로 커다랗다는 것을 직접 체감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어린 시절에는 이 행복한 무게를 알지 못했다. 본인은 머리로 이해하나 실로 내 마음과 감정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이해 못 했고, 직접 해보지 않으면 느끼지 못한다. 무딘 나는 때가 되어 큰 파도처럼 밀려온 책임감을 느끼자 무게를 실감한다.

 

상처받지 않고 온전한 형태로 성장하기까지 돌보진 못할지라도, 내 마음이 돌아갈 곳이 있다는 존재 자체로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내일을 위한 이유가 되기도 한다. 나는 앞서 말한 존재의 부재가 불러오는 불안감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송두리째 흔들리는 나 자신을 지탱하지 못해 악을 쓰고 살기 위해 고단한 시간을 어떻게 버텨왔는지, 시간은 약이었고 시간에 취해 잊었다만 그때 불안감이 심어준 공허는 잔재한다. 그래서 나는 다른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존재가 되고 싶다. 나의 영향력이 모두에게 끼치지 못할지라도 가장 가까이 있는 이에겐 든든한 사람으로, 천천히 같이 걸어줄 존재로 함께하고 싶다.

 

 

 

그 다음에

돌아오자 씩씩하게

선우정아 <도망가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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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는 것도 상당한 용기가 필요해서, 진심으로 도망치기도 쉽지 않다. 여정을 함께해 주는 동반자와 함께 모든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현실은 어떨까? 며칠간 휴가를 끝내고 마주한 현실과 조금 다른 느낌일까? 나는 사람으로부터 진정한 위로는 아직 경험하지 못한 것 같다. 사람은 상황에 따라 언제든 바뀌니까. 그래서 여정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모른다. 어렴풋이 생각해 노력해본다. 정확하지 않다. 알맞지 않을 때도 있다. 완벽하지 않아도 그대로 가만히 있어줄 수 있다. 변하지 않은 채 뒤돌면 그 자리에 있을 사람이 될 자신은 있다.

 

 

소중히 여기는 그 마음들이 부디 계속 따뜻할 수 있기를.

저에게 수없이 함께 도망갔다가 함께 돌아오자고 손 내밀어 준 사랑하는 이와

지금 따뜻한 당신에게, 이 책이 예쁜 행복이 되길 바랍니다.

 

선우정아 작가의 말 중에서

 

 

아직 진정한 마음이 좋은 것이란 걸 알지만 모른다. 모르니까 내가 원하는 것을 내가 되고자 하는 것에 투영한다. 여정 속에서 혹시나 동반자를 잃을까 스멀스멀 밀려오는 불안감을 느낄 새랴, 그림 작가 곽수진의 따뜻한 그림체를 통해 안정감을 되찾는다. 기나긴 방황에 지쳐 쓰러질 법한데도, 그림책을 넘기고 있자면 무조건 해피 엔딩을 맞이할 것 만 같다. 새드 엔딩은 영영 없을 것 같다.

 

노랫말에 맞춰 여정을 끝내는 주인공과 강아지는 평화롭게 다시 집으로 돌아와 현실을 맞는다. 여느 날과 다를 것 없는 집으로 돌아온다. 오색찬란한 색깔과 빛깔로 넘치는 소중한 여행을 뒤로하고 돌아온 집은 어둑했던 여행 전과 다르게 환하게 빛난다. 하루를 버티게 해주는 존재가 있기에 우리는 행복할 수 있고 위로받을 수 있으며, 그런 존재에게 힘이 될 수 있기에 강해질 수 있다. 그 방법이 옳은지 알 수는 없다. 단지 틀리던 다르던, 모든 선택을 같이 하며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안식처가 있기에 자유로울 수 있다. 어떤 비유를 해야 본인의 감상을 전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예를 들어, 왕가위 감독의 영화<해피 투게더(Happy Together, 1998)>에서도 아휘가 보영을 보며 떠올렸던 말이 있다. '그가 자유로운 이유를 알았다. 돌아올 곳이 있으니까.'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어떤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자신감이 바로 당신 덕분이라는 것이 얼마나 감동적일까, 언젠가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기를, 그리고 누군가에게 그런 위로를 받기를 기대하며, 잠겨 죽어도 좋으니 바다 같은 그릇이 되기 위해 오늘도 마음을 보듬어본다.

 

 

 

아트인사이트 컬쳐리스트 명함.jpg

 

 

[이서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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