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아름답게 반짝이는 세계에 잠시 다녀온 기록 - 빛과 그림자의 판타지 展

글 입력 2021.08.21 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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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2.jpg

 

 

[빛과 그림자의 판타지 展]은 카게에(그림자 회화) 거장 후지시로 세이지가 참여한 전시로, 이색적이고 독특한 매력이 가득한 작품들을 엿볼 수 있다. 다소 생소한 장르인 *카게에는 라이팅 광고 매체의 모티브이자 일본의 21세기를 향해 진보하는 광영(光影)의 회화 또는 광채(光彩)의 회화라고 한다.

 

*카게에 : 밑그림을 그리고 잘라 셀로판지를 붙이고, 조명을 스크린에 비춰 색감과 그림자로 표현하는 작품을 일컫음

 

세계 유일의 카게에 거장인 후지시로 세이지는 1924년 도쿄 출생으로, 10대부터 남다른 재능을 뽐내며 카게에에 전념했다. 그의 작품들은 NHK방송 개국 시험 방송부터 여러 방송콘텐츠까지 막대한 영향을 미치며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고 한다.

 

현재까지 폭넓은 작품 활동을 보이는 그답게 이번 전시에서는 희망, 사랑, 공생을 주제로 한 160여 점의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초기의 흑백 작품부터 최신작까지 여러 가지 테마로 준비되어 있기에 볼거리가 상당하다. 곳곳에 배치된 수조와 비디오 영상은 그의 작품에 생동감을 불어넣어 주기도 한다.

 

 

꽃과 소녀(수조)_사진_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JPG

사진 출처: 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접한 카게에는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매력이 돋보이는 장르였다.

 

가까이서 봤을 땐 명도 대비가 느껴지는 그림자 회화임이 분명하게 드러났지만, 멀리서 봤을 땐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하나하나 섬세하게 오려진 그림과 그에 덧댄 셀로판지가 멀리서는 자세히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작품에서 애니메이션과 회화 두 장르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었고, 덕분에 더욱 흥미로운 전시가 되었다. 비교적 가까이 다가가니 때론 거칠고 때론 부드러운 선, 겹친 수에 따라 달라지는 톤과 음영, 다양한 색과 질감의 활용 등을 볼 수 있어서 인상 깊었다.

   

난쟁이, 도깨비, 동물 시리즈에는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작품이 많았고, 여러 표정과 동작을 취한 캐릭터들 사이에 오색 빛의 환상적인 조명이 쏟아지니 동화 속 세계를 엿보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관람평에서 봤듯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전시'라고 소개되는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나 애니메이션에서 드러나는 희망차고 밝은 감성과 분위기가 작품 곳곳에서 느껴졌다. 사람들에게 친근한 토끼, 강아지, 고양이를 등장시켜 거부감을 줄인 것 또한 좋은 효과를 가져온 듯하다.

 

 

양파와 아기토끼와 고양이3_사진_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jpg

사진 출처: 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

 

 

한편 서유기, 라마야나, 미야자와 겐지, 예수 그리스도 등의 인물과 서사시를 다룰 때는 신성함과 웅장함도 느껴졌다.

 

압도적인 크기의 캔버스에 카게에의 개성이 입혀진 인물들, 적재적소에 활용된 빛과 그림자가 입체감을 더해서 새로운 버전의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더욱이 화살표 순서대로 작품을 구경하다 보니 스토리텔링이 전개되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특히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에서는 넓게 펼쳐진 구름 사이로 내리쬐는 선명한 빛 표현에 몇 번이나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전까지는 빛을 필요한 부분마다 조금씩 사용했다고 하면, 이 작품에서는 한 부분에만 스포트라이트를 비춤으로써 굉장히 강렬한 느낌을 선사했다. 대단한 작품을 보면 압도되고 만다는 기분이 무엇인지 알게 된 순간이라서 정말로 인상적이었다.

 

그 외에도 세이지는 연극과 뮤지컬에도 뛰어들며 그의 작품 세계를 넓혔다. 예로는 일본 부도칸에서 '캐로용'이란 개구리를 주인공으로 세워 과감한 연출(10대가 스포츠카를 타고 달림 등)을 선보여서 어린이용 공연의 뿌리를 세우고, 연극 흥행에도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기존 동물 시리즈에서 보았던 작품보다 훨씬 풍부한 색감을 활용함은 물론, 캐로용을 장난기 넘치는 개구쟁이로 설정함으로써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캐로용 유토피아_사진_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jpg

사진 출처: 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

 

 

[빛과 그림자의 판타지 展]은 완전히 내 취향에 들어맞는 전시였다. 동화적인 판타지에 깊이 매료된 내게는 천국이나 다름없는 공간이었다.

 

그중에서도 꿈과 환상의 공간인 놀이동산을 배경으로 하며 파스텔 색감을 흩뿌려놓은, 동화 속 한 장면을 재현한 듯한 <목마의 꿈>은 더욱 특별했다. 여기에 도깨비, 동물, 소녀 등 계속해서 봐왔던 대상들이 등장하니 그들이 실제로 존재하며 여기저기 뛰노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벅찼다.

 

 

목마의꿈_사진_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JPG

사진 출처: 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

 

 

"카게에 제작은 모든 것에 빛을 비추고 생명을 불어넣는 수작업이다."라는 말이 가슴으로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이번 전시를 오게 한 주역인 <석양 속 사랑의 기적> 역시 섬세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인어의 머릿결을 하나하나 촘촘히 재현한 것은 물론, 주황, 분홍, 하늘이 뒤섞인 찬란한 색채, 여기에 물고기, 새, 노을이 더해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하니 그보다 환상적일 수가 없었다.

 

 

0_석양, 사랑의 기적_사진제공_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jpg

사진 출처: 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

 

 

후지시로 세이지의 [빛과 그림자의 판타지 展]은 아름답단 말로도 부족한, 가슴을 따뜻하게 채워주는 동화 같은 전시였다. 이렇게 알찬 전시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모든 공간에 꿈과 희망의 빛과 그림자를 가득히 채워놓았다. 어쩌면 그의 생애 마지막 전시가 될지 모르기에 더욱 소중하고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이처럼 아름답게 반짝이는 세계에 잠깐이나마 동행할 수 있었음에 감사한 마음이 크다. 이곳에서 만났던 작품들을, 그의 메시지를 마음속에 영원히 간직할 것을 다짐하며 마친다.

   

 

전람회를 찾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 여기에서 만났던 것을 마음 속에 간직해 주세요. 그리고 문득 떠올려 주세요. 그때, 아름다운 빛이 마음속에 들어온다는 것을. 마음에 그늘이 있다면 밝은 빛으로 감싸 준다는 것을 빛과 그림자가 조화를 이뤄 마음에 평온을 주고 작은 꿈이, 커다란 희망이 삶의 기쁨으로 될 수 있기를.

 

또 만납시다.

 

후지시로 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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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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