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뚜두뚜두, 그림이 그려지는 소리 [미술/전시]

흥미로운 터프팅의 세계
글 입력 2021.08.17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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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예술은 공예나 장식미술의 연장선으로서 회화나 조각에 비해 은연중에 가치절하될 때가 많다. 하지만 배경인 캔버스와 주재료가 섬유로 달라졌을 뿐, 회화의 특성을 다분히 내포하고 있다면 그 예술성을 올바르게 재인식해야 되지 않을까.

 

물론 섬유예술의 지평이 꼭 모더니즘적 순수예술 구분의 대척점에 놓여있다 말할 순 없다. 다만 섬유예술과 다른 장르간의 관계성과 우열에 대한 담론은 잠시 넣어두고, 섬유예술을 아끼는 마음을 담아 섬유예술분야에서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작업인 ‘터프팅’을 소개하려 한다.


터프팅(Tufting)은 천 위에 여러 가닥의 실을 합친 다발을 심는 직조 기법으로, 추운 겨울을 견뎌야하는 북유럽에서 장갑 안쪽에 털을 채워 넣기 위해 고안한 방법이다. 후면에 수를 놓으면 반대쪽 전면으로 실이 올라온다는 특징을 지닌다. 초기에는 바늘을 활용한 소형 오브제 위주였지만 터프팅 건이 도입되자 점차 크기에 대한 제약이 사라졌다. 현재는 러그나 카펫의 제작과정에서 자주 활용된다.

사실 몇 년 전부터 외국의 회화 작가들이 터프팅 컨을 이용해 천 위에 실로 그림을 그리면서 전세계적으로 터프팅 붐이 일었다. 독특한 색감과 형태가 전하는 아름다움에 매혹된 팬들은 터프팅 클래스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터프팅에 대한 애정을 정성껏 키워나갔다. 가령 그들 중 일부는 러그나 카펫을 단순히 실용적 목적이 아니라 장식품으로서 당당히 소장하였다. 또한 국내에도 마찬가지로 자신만의 터프팅 작품을 만들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을 위한 여러 클래스들이 개설되어 있다.

이와 같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들은 손재주나 미적 감각이 뛰어나지 않아도 괜찮다. 터프팅이 선사하는 순수한 즐거움을 향유하려는 자세로 충분하다. 내가 생각하는 터프팅의 매력은 속도, 곧 즉각적인 표현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우선, 짧은 시간 안에 확실한 결과물이 보장된다. 그리고 어떤 실을 어떤 높이에서 수놓느냐에 따라 똑같은 색을 쓰더라도 느낌이 상이하게 도출된다. 터프팅 수업은 터프팅 건에 보다 익숙해지는 과정의 연속이다. 숙련되어 터프팅 건을 자유자재로 사용할수록 표현에 있어 미세한 결의 차이가 결정된다.

터프팅 클래스에서는 주로 러그용 실이 사용되며 울, 나일론, 아크릴 등 그 종류에 따라 촉감 역시 달라진다. 울 실의 가장 큰 장점은 손으로 만지거나 발로 밟을 시 기분좋은 촉감을 선사한다는 데 있다. 다른 실을 터프팅 건 용도로 쓸 경우 퀄리티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확률이 높다. 내가 체험했던 공방에서는 이러한 이유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무조건 울 100%실만 사용하는 듯 했다.

한편 터프팅 러그의 볼륨은 전적으로 실 스타일에 달려있다. 원사의 단면을 평평하게 절단하는 컷 타입은 4mm부터 16mm까지 다양하며 가장 보편적이고 섬세한 디자인 표현에 적합하다. 원사를 꼬아 고리 형태로 직조한 파일을 일컫는 루프 타입은 잔사 날림과 털빠짐이 없고 견고하며 내구성이 매우 우수하다. 컷 타입과 루프 타입을 믹스할 시 입체감이 두드러지며 은은한 패턴을 연출하는데 효과적이다. 루프와 컷의 높낮이 차이가 극명할수록 패턴이 손에 잡힐 듯 실감나게 표현된다.
    
터프팅은 상당한 체력을 요한다. 터프팅 건의 무게는 보통 3kg인데, 3~4시간을 쉬지 않고 총을 든 채 작업하다 보면 몹시 지친다. 집중하다보면 평소에 안 쓰던 근육까지 자극받는 까닭에 어쩔 수 없이 근육통이 뒤따른다. 그러므로 기초체력이 약하다면 원데이 클래스는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다. 터프팅이 밖에서 볼 때는 쉬워보일지라도 컨트롤이 어려운 부분이 분명 존재하기에 그에 대하여 적응하기 위한 일정 시간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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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뿐인 터프팅 러그를 만드는 동안 터프팅 건의 손맛이 강하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실이 배킹 클로스에 딱 떨어지게 걸려 들어갈 때 그 쾌감이란 짜릿 그 자체였다. 이처럼 섬유예술의 작업방식을 하나씩 알아가다보면 자연히 섬유예술의 미적 가치에 공감하며 서서히 물드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이와 같은 작은 관심들이 모여 유의미한 물방울로 응축되는 과정에서 섬유예술의 주변성이 조금씩 약화되기 마련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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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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