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청각 장애인, 그들의 음악 [음악]

글 입력 2021.08.16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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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발매된 BTS의 ‘Permission to Dance’가 4주 연속 빌보드 핫100 차트에 진입하였다.

 

이전에 발매한 ‘Butter’ 등의 수많은 곡이 그동안 전 세계의 음악 팬들에게 수많은 찬사를 받아 왔지만, 특히 이번 노래는 코로나바이러스를 비롯한 수많은 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큰 위로와 용기가 되어 주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단연 돋보이는 것은 바로 수어를 활용한 안무이다.

 



BTS의 'Permission to Dance'에는 '즐겁다', '춤추다', '평화'라는 뜻을 가진

수어를 활용한 퍼포먼스가 등장한다. (유튜브 '투데이 저장소')

 

 

사실 예술가가 어떠한 사회적 메시지를 자신만의 작품을 통해 전달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예술의 목적이 예술 그 자체인지, 아니면 다른 활동의 수단인지에 대한 논쟁은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두 의견 중 정답도, 오답도 없기에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자칫 철학적인 관점을 넘어 정치적인 문제까지 야기할 수 있으므로, 본인의 작품에 특정 메시지를 담는다는 것은 그만큼의 확신과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노래의 수어 안무는 많은 이들에게 큰 인상을 주었다. 어느 한 편에 선 것이 아닌, 모든 이의 편에서 그들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기 때문이다. 수어 안무와 관련된 댓글 중, 청각장애인이신 아버지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그룹인 BTS를 그동안 보여드릴 수 없었는데, 이번 곡의 안무 덕분에 보여드릴 수 있게 되었다는 글을 보았다.


사실 청각 장애인이 음악을 즐긴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음악은 소리를 통해 표현하는 예술인데, 소리를 듣는 것에 제약이 있다는 것은 큰 벽이 될 수밖에 없다.


청각 장애를 가진 음악가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을 꼽는다면 많은 사람들은 독일의 고전파 음악가 베토벤을 뽑을 것이다. 베토벤은 음악가에게 심장과도 같은 청력을 잃었음에도, 수많은 음악적 업적을 이루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귀감이 되는 인물이다.


청각 장애를 갖게 되면서도 많은 명곡을 대중들에게 들려주었다는 것 자체로 대단한 일이다. 허나 베토벤이 청력을 잃으면서도 작곡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청력을 잃기 전 이미 음악적 기술을 터득했고, 청력을 잃은 후에도 머릿속에는 음악적 지식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베토벤은 어떻게 청력을 잃고도 계속 작곡을 할 수 있었을까? (유튜브 '클래식타벅스')


 

가령 베토벤이 아니더라도, 청력에 제약이 있는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자신만의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악기를 연주하기도, 춤을 추기도, 심지어는 박자에 맞추어 노래도 할 수 있었다. 이들은 어떻게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었을까?


소리라 하는 것의 시작은 물체의 떨림, 즉 진동이다. 이 진동이 공기라는 매질을 통해 우리의 귀까지 전달되어 들리게 되는 것이다. 이들은 이때 발생하는 진동을 온몸으로 느낌으로써 음악의 리듬을 파악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야외 공연장 혹은 클럽에서 대형 스피커를 통해 온몸에 와닿는 진동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청각 장애를 가진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맨디 하비(Mandy Harvey)는

자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과 본인만의 철학으로

자신의 꿈을 이어나가고 있다. (유튜브 '오늘의 영감')

 

 

최근에는 이 진동을 통해 청각장애인이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다양한 음향 기기들이 개발되고 있다. 이외에도 음정을 보정해줄 수 있는 튜너 장치와 촉각을 통해 소리를 인식할 수 있는 기기 또한 등장하였다.  뿐만 아니라, 청력을 보완해주는 ‘인공와우’ 기술 또한 발전하였다.


문제는 앞서 언급한 다양한 기기들의 금전적 부담과 이들이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인프라에 대한 부족이다. 음악 생산자로서는 어느 한쪽만을 타겟으로 삼기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필요한 것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음악, 모두가 향유할 수 있는 예술이다.



청각 장애인 아티스트 김지연 씨는 수어라는 수단을 통해 본인의 예술을

표현함으로써 청각 장애인의 예술 향유 범주를 확장시켜 나가고 있다. (유튜브 '스브스뉴스')

 

 

가장 중요한 것은 ‘예술의 표현에 정답은 없다’라는 것이다. 설령 누군가가 자신의 예술을 표현하는 것에 한계가 있을지 몰라도, 감상하는 누군가는 그 작품에 대해 한계를 두어 감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모든 스스로가 감상의 한계를 두지 않는 마음이 모두가 예술을 즐길 수 있는 문화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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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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