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레드불, 날개를 달아줘요! - 축구에서 브랜딩을 찾다 #7

글 입력 2021.08.14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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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어떤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는 자신의 아이들에게 시간을 지키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시간을 허투루 쓰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없다고 항상 강조하고 다닌다. 하지만 그런 그가 만약 회사에서 지각을 밥 먹듯이 하는 사람이라면 우리는 그 사람의 말을 믿을 수 있을까?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 이론에 따르면 사람을 설득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로고스, 파토스, 에고스가 바로 그것이다. 로고스는 논리와 이성을 바탕으로 설득하는 것을 말한다. 파토스는 대상의 감정에 호소하여 호응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에토스는 설득하는 사람이 가진 고유의 성품, 매력, 진실성, 신뢰도 등을 의미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중에서도 ‘에토스’의 역할을 가장 높게 평가했다. 그에 따르면 설득하는 대상의 마음을 바꾸는 건 설득하는 사람의 본질적인 말과 행동, 바로 에토스다. 로고스와 파토스는 약간의 경험과 훈련이 있다면 얼마든지 능숙해질 수 있다. 반면 에토스는 단기간의 재치로는 따라잡기가 불가능하다. 이러한 에토스를 갖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 선천적으로 타고나거나, 오랜 노력을 통해 습관으로 굳어지게 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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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행동이 당신에 대해서 너무 큰 목소리로 이야기해 주고 있기 때문에 당신의 말이 나에게는 들리지 않습니다.” - 버나드 쇼

 

 

행동의 힘은 세다. 그리고 그 행동은 ‘나’를 이야기한다. 흔히들 5초 안에 결정되는 첫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평균 60번의 만남이 필요하다고 한다고 한다. 이 말에서 사람들은 보통 첫인상이 주는 강력함에 주목한다. 하지만 그런 첫인상의 위력마저 바꾸는 행동(만남)의 강력함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 첫인상이 순간의 위력이라면, 행동은 꾸준함의 위력이다. 로고스와 파토스도 어려운 첫인상 바꾸기를 에토스가 해내는 것이다.

 

이는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모든 브랜드는 자기만의 아이덴티티가 있고, 여러 방법을 통해 이 아이덴티티를 고객들에게 전달한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사람처럼 말과 행동이 다르다면 그 브랜드는 신뢰하기가 어렵다. 브랜드의 가치는 말로만 주장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행동으로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브랜딩을 한다는 건 브랜드가 지닌 가치를 기반으로 하나의 세계를 만드는 것과 같은 말이다. 기업의 모든 활동은 브랜드의 가치 아래 이루어져야 한다. 브랜드가 전하는 논리에 맞춰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신뢰받을 수 있다.

 

일례로 지난 시간에 언급했던 ‘포르쉐’의 사례가 있다. 포르쉐는 막대한 생산비를 절약할 수 있는 이점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생산 공장을 짓는 것을 포기했다. 그 이유는 포르쉐가 가진 브랜드 가치 때문이다. 포르쉐는 장인이 만든 명품 자동차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이 자동차를 구매하기 위해 많은 돈을 기꺼이 지불한다. 만약 그런 명품을 저렴한 인건비를 좇아 중국에서 만든다고 한다면 포르쉐가 가진 ‘장인이 만든 명품’이라는 이미지는 훼손될 것이다.

 

LG전자 역시 밥솥의 뚜껑 결함으로 폭발사고가 연이어 발생하자 손해를 감수하고 제품을 전량 리콜 했고, 이후엔 밥솥 사업에서 완전 철수를 단행하여 ‘안전제일주의’ 이미지를 획득했다.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 우리는 브랜드의 에토스. 그러니까 행동이 얼마나 중요한 지 잘 알 수 있다. 결국 어떤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지, 없는지를 결정하는 건 브랜드가 보여주는 행동에 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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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이유로 최근 몇 년 간 유행한 게 바로 ‘IMC(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다. IMC는 서로 다른 마케팅 채널을 통해 자사의 제품이나 상품에 대해 일관된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은 TV나 라디오 같은 전통적 미디어는 물론 디지털 환경, 이벤트, PR, 제품 패키지 등 고객과 접점이 있는 모든 경로를 통해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와 신뢰를 불러일으킨다.

 

IMC 전략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레드불’이 있다. 레드불은 1987년에 오스트리아에서 세워진 에너지 드링크 회사다.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해 170여 개 국가에서 판매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레드불의 마케팅 전략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선 레드불의 핵심 가치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레드불, 날개를 달아줘요!” 아마도 다들 한 번쯤은 이 슬로건을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레드불의 광고 카피이기도 한 이 슬로건은 레드불이 전하고자 하는 가치를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여기서 날개는 꿈을 이루기 위한 필요한 도전이나 노력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레드불은 여러분의 도전을 응원하는 브랜드인 셈이다.

 

이러한 레드불의 슬로건을 통해 엿볼 수 있는 핵심가치는 바로 ‘도전’이다. 그리고 레드불은 이 메시지를 마케팅 영역 전반에 걸쳐 고객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우선 레드불이 판매하는 제품은 에너지 드링크다. 도전을 응원하는 기업에게 있어 더할 나위 없는 판매 제품이다. 또한 제품의 패키지에는 서로 힘을 겨루는 두 마리의 황소를 그려져 있는데 이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역동적이고 열정적인 느낌을 준다.

 

광고에서도 레드불의 이러한 메시지를 엿볼 수 있다. 애니메이션으로 이루어진 레드불의 시리즈 광고는 꼭두각시 인형, 요술램프, 전구를 만든 발명가, 루돌프 없이 선물을 배달하러 가는 산타, 출동 전에 레드불을 마시는 슈퍼맨 등의 다양한 소재를 통해 누군가의 도전과 성공을 응원하는 레드불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또한 레드불은 레드불 윙스팀이라는 서포터즈를 운영하기도 했다. 이들은 컨셉카를 타고 대학교, 번화가, 스포츠 행사 등 에너지나 열정이 필요한 곳을 찾아가 사람들에게 레드불을 소개하고 나눠주는 등 판촉 행사를 진행한다. 이를 통해 레드불은 잠재적인 고객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컨셉카와 윙스팀 멤버들을 통해 레드불의 유니크하고 열정적인 이미지를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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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역시 스포츠 마케팅을 빼놓고서는 레드불의 마케팅을 이야기할 수 없다. 실제로 레드불은 매출의 30%를 스포츠 마케팅에 투자할 정도로 스포츠를 통한 브랜드 메시지 전달에 진심을 다하고 있다. 마시면 힘이 세지는 음료라는 레드불의 특성상 스포츠와 잘 어울리기도 하고, 온몸의 힘을 소모시켜 한계에 도전하는 스포츠의 특성이 레드불의 브랜드 가치를 잘 설명해 주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레드불은 F1, 비행기 레이스, 윙슈트, 비보잉, 스노보드 등 다양한 종목을 후원하며 자신들의 브랜드를 어필하고 있다.

 

이러한 스포츠 마케팅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레드불 스트라토스’다. 일명 우주점프라고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오스트리아의 스카이다이버 펠릭스 바움가르트너와 함께 진행되었다. 그는 상공 39km에서 자유낙하하며 스카이다이빙 역사상 최고 고도를 기록함과 동시에 별도의 장치 없이 음속을 돌파한 최초의 인간이 되었다. 해당 프로젝트는 유튜브 등을 통해 생중계되었으며 전 세계에서 8백만 명의 동시 시청자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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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레드불의 이러한 철학은 그들이 운영하는 축구팀에서도 엿볼 수 있다. 현재 레드불은 오스트리아, 독일, 미국, 브라질 등 4개 국가에서 축구팀을 운영하고 있다. RB 라이프치히, 레드불 잘츠부르크, 뉴욕 레드불스, 레드불 브라간치누 모두 레드불이 운영하거나 최대 후원사로 있는 축구팀들이다.

 

이러한 팀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스타플레이어를 영입하기보단 젊은 유망주를 육성하는데 집중한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엔 재정적인 이유도 있지만 레드불의 브랜드 철학과도 맞아떨어지는 이유도 있다. 이미 완성된 선수가 아니라, 가능성 있는 무명의 선수가 레드불의 지원 아래 차근차근 성장해서 빅클럽으로 진출하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것만큼 레드불의 브랜드 가치를 설명하는 좋은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리버풀의 사디오 마네, 첼시의 티모 베르너, 도르트문트의 엘링 홀란드가 바로 그 예다.

 

선수들뿐만 아니라 감독 역시 레드불 아래에서 함께 성장한다. 대표적인 예로는 ‘율리안 나겔스만’이다. 무명 선수였던 그는 부상으로 은퇴 후,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호펜하임을 거쳐 RB 라이프치히의 감독으로 부임했다. 이때 그의 나이는 고작 만 31세였다. 분데스리가를 통틀어 가장 젊은 감독이었다.

 

나겔스만은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지도력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챔피언스 리그 4강 진출, DFB 포칼컵 준우승, 분데스리가 준우승 등을 기록했다. 또한 그의 빠르고 역동적인 축구, 포메이션에 구애받지 않는 유연한 축구, 젊은 선수들을 중점적으로 기용하는 모습은 레드불이 원하는 가치에도 부합했다. 이후 RB 라이프치히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명장으로 성장한 나겔스만은 분데스리가 최고 클럽인 바이에른 뮌헨의 감독으로 부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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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러한 감독과 선수들의 성장에 힘입어 축구팀 역시 무섭게 성장했다. ‘레드불 잘츠부르크’는 원래 SV 아우스트리아 잘츠부르크라는 이름의 팀이었다. SV 아우스트리아 잘츠부르크는 한때 오스트리아 분데스리가에서 우승을 여러 차례 할 정도로 강팀이었으나 21세기 이르러 극심한 침체와 재정난에 빠지면서 존속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하지만 레드불의 인수 이후, ‘레드불 잘츠부르크’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한 팀은 06/07 시즌 10년 만에 우승을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수많은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오스트리아 분데스리가 내 최강자로 재부상했다. 19/20 시즌 챔피언스 리그에서는 리버풀과 나폴리를 상대로 대등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유럽 축구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RB 라이프치히 역시 마찬가지다. 원래는 SSV 마르크란슈테트라는 분데스리가 5부 리그 소속의 팀이었으나 레드불의 인수 이후 6년 만에 1부 리그로 승격했다. 앞서 말했듯 리그와 리그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하고, 챔피언스 리그 4강에도 진출하는 등의 성과를 내며 분데스리가 내에서 바이에른 뮌헨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이어 새로운 강팀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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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레드불은 각종 마케팅 활동은 물론 자신들이 판매하는 제품과 운영하는 축구팀에서까지 ‘도전’이라는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레드불의 지원 아래 도전하며 성장해나가는 선수들, 어려웠던 과거를 뒤로하고 정상을 향해 나아가는 클럽의 모습은 사람들로 하여금 ‘레드불’이라는 브랜드에 대해 관심을 갖고 기억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한계를 극복하라는 백 마디의 말보단 수없는 도전 끝에 마침내 목표를 성취하는 누군가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효과적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말과 행동은 함께 할 때 비로소 강력한 힘을 낸다. IMC의 측면에서 레드불은 그 원리를 가장 잘 이해하는 브랜드였다. 이처럼 기업의 모든 활동을 브랜드의 가치 아래 하나로 수렴시키는 것. 그리하여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는 것. 이것이 바로 성공하는 브랜드의 다섯 번째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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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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