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말이 사람을 만든다.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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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그 사람을 보여준다." 이런 말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매력 있는 사람 혹은 친해지고 싶은 사람의 특징 중 가장 고전적으로 등장하는 특징은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입니다. 말을 예쁘게 한다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생각해본 적 있으신가요? 오늘은 우리가 흔히 사용하고 있지만 속된 의미를 담고 있는 표현을 설명하고자 합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지만 속된 의미를 담고 있는 말 중 대표는 욕입니다. 그 중 “병신”이 가진 의미가 무엇인지 어떻게 불리기 시작한 건지 기원을 알아보고 이를 사용하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서 말해보고자 합니다.
물론 욕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권장되지만, 생각보다 지키기 어렵다는 건 모두 아실 겁니다. 흔히 우리는 친구 사이와 같이 격의 없는 사이에서 비속어를 사용하곤 합니다. 혹은 자신의 분노나 격한 감정을 표현하는 데 비속어를 사용하곤 합니다.
그러나 비속어를 사용하는 사람 중 몇이나 그 의미를 알고 사용할까요? “대중적으로 사용되니까, 내 감정을 표현할 수 있으니까.”와 같은 이유로 사용하고 있던 욕이 정말로 감정을 대신할 수 있는 표현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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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병신”이란 비속어는 3가지 사전적 의미가 있습니다. 병신(病身)의 첫 번째 사전적 의미는 “신체의 어느 부분이 그 기능을 잃어버리거나 기능에 제약이 있는 상태 또는 그런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입니다. 두 번째 사전적 의미는 “모자라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주로 남을 욕할 때 쓰입니다. 세 번째 사전적 의미는 “어느 부분을 갖추지 못한 물건.”입니다(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앞에서 나열한 병신의 세 가지 의미는 모두 “어딘가 부족하거나 온전치 못한 존재”를 의미합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병신”을 검색했을 때 가장 처음 나오는 의미는 위에서 말한 첫 번째 의미, 신체의 어느 부분이 그 기능을 잃어버리거나 기능에 제약이 있는 상태 또는 그런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입니다.
다시 말해 “병신”이란 비속어는 “장애인”을 비하하는 말입니다. 한 때는 “너 장애인 같아.”라는 말이 유행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 당시 몇몇 사람들에 의해 이 표현이 잘못된 표현으로 지적되면서 현재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표현입니다. 그러나 말만 바뀌었지 그 의미는 여전히 똑같습니다. “장애인 같다.”라는 말은 “병신 같다.”라는 말과 같습니다.
욕은 당연히 좋은 대상을 지칭할 때 사용되는 표현이 아니므로 “비속어” 그 자체는 혐오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가 화나는 감정을 대신하기 위해서 누군가를 비하하고 혐오할 자격이 있을까요?
물론 “병신”이란 표현의 사용은 아주 오래되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김동인, 광화사≫에서는 “이런 바보가 어디 있으랴. 보매 그 병신 눈은 깜박일 줄도 모르고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라는 구절이 있었고 ≪송기숙, 녹두 장군≫에서는 “아이들은 신이 나서 병신 행렬 뒤에 따라붙었다. 아이들은 모두 걸쌈스럽게 절름발이 흉내를 내며 요란스럽게 따라갔다.” 라는 구절이 있었다고 합니다. 또한 “병신”이란 비속어가 들어간 수많은 관용구/속담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주 오랜 시간 사용해서 전통적인 표현이라서 사용해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분명 전통적인 표현임에도 “병신”이라는 비속어는 사회적 약자, 사회와 대중이 보살피고 지켜야 하고 배려해야 하는 사람을 비하하는 표현임과 동시에 그들에게 혐오의 감정을 드러내는 표현입니다. 과연 “병신”이란 비속어를 사용하는 사람 중 한 명이라도 본인이 장애인이라면 이 비속어를 지금처럼 사용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정말로 장애인을 비하하는 표현인 “병신”이 우리의 감정을 대신해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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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외에도 흔히 사용하는 욕은 모두 무언가를 비하하는 표현이거나 혐오하는 감정을 내포한 표현인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씨발”은 여성의 성기를 비하하는 표현이고 “존나”는 남성의 성기를 비하하는 표현입니다.
누군가에게 우리의 분노를 표현하기 위해서 무언가를 비하해야 한다면 우리의 분노를 억눌러야 하는 거 아닐까요? “병신”이란 비속어를 사용하는 대신 우리는 그 사람의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설명하면 됩니다. 이렇게 되면 “병신”하고 혐오로 끝날 대화가 그 사람에게 개선점을 알려준 채로 끝날 수 있습니다.
“씨발”은 “짜증난다.” 혹은 “화난다.” 와 같은 감정을 뜻하는 표현으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또 “존나”는 “매우”, “엄청”, “무지”와 같은 표현으로 대신할 수 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욕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힘들고 어색합니다. 그러나 욕을 멈추면 욕으로 감추던 자신의 감정과 상태를 마주하게 되고 무엇 때문에 본인이 불편한 감정이 들었는지 직면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알리고자 하는 잘못된 표현은 “빼도 박도 못하다.”입니다. “빼도 박도 못하다.”는 일명 “빼박”이란 줄임말로 사용되기도 하고 “빼박캔트”라는 신조어로도 사용됩니다. 그러나 이 “빼도 박도 못하다.”라는 표현의 의미를 알고 사용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요?
“빼도 박도 못하다.”라는 말은 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나 반박할 수 없을 정도로 사실인 상황을 표현할 때 사용됩니다. 신조어에도 등장할 만큼 우리가 흔하게 사용하는 표현입니다. 그러나 이 표현은 속된 표현입니다.
“빼도 박도 못하다.”의 의미는 남녀가 교접할 때 남자의 성기를 여자의 질 속으로 넣지도 빼지도 못할 난처하고 어려운 상태를 이르는 말입니다(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사전, 박숙희, 2003).
“빼도 박도 못하다.”라는 표현 대신 사용할 것으로 권장되는 표현에는 “진퇴양난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옴짝달싹을 못하게 됐다.”가 있습니다. “빼박”이란 표현 대신 “옴달”은 어떨까요? “빼박캔트”라는 신조어를 “옴달캔트”라고 표현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외에도 우리가 흔히 사용하지만 속된 의미가 있는 표현은 너무 많습니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사용하는 욕은 모두 포함되고 욕이 아니더라도 위에서 소개한 “빼도 박도 못하다.”라는 관용구도 속된 표현입니다.
화장실에 붙어 있는 문구 중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이 말처럼 “아름다운 사람은 사용하는 말도 아름답습니다.”라고 하고 싶습니다. 욕을 사용하면 안 되는 것을 우리는 잘 알지만 왜 사용하면 안 되는지는 잘 모릅니다.
부끄럽지만 필자도 “장애인 같다.”라는 표현을 사용한 적이 있었습니다. 흔하게 사용하던 표현이 잘못된 표현임을 자각한 것은 필자의 친구를 통해서였습니다. “장애인 같아.”라고 웃으며 말하던 필자에게 그 친구는 “장애인 비하하지 마. 만약 네가 정말 신체가 불편한 사람이라면 그 말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라고 단호하게 말했고 그날 이후로 필자는 “장애인 같다.”라는 말을 입에 담지 않았습니다.
모두 사용하지 말라고만 하고 왜 사용하면 안 되는지는 깊게 말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흔히 사용하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모른다고 해서 우리에게 누군가를 비하하고 혐오할 자격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욕과 속된 표현을 통해 우리는 그 당시 자신의 감정과 상태를 마주할 기회를 버리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다른 사람을 위해서도 우리를 위해서도 욕과 속된 표현의 사용은 줄여야 하고 종국에는 아예 사용하지 않아야 합니다.
욕과 속된 표현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고 하지만 사실 욕과 속된 표현을 통해서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배설”하는 것입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은 스스로 얼마나 많은 감정과 혐오를 배설하고 있나요?
여태까지는 몰라서 사용했다면 지금부터는 알고 사용하는 것이 됩니다. 뜻을 알면서도 사용한다는 것은 본인도 속된 의미에 동의하는 의견을 갖고 있다는 뜻입니다. 지금부터라도 자신의 감정을 “배설”하는 것이 아니라 “옳은”말로 감정을 “표현”해서 타인과 “소통”하면 어떨까요?
[이세연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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