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전공보다 영화를 더 좋아해요

글 입력 2021.08.03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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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 검사지의 첫 질문은 이러하다.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것을 어려워합니다.’


몇 개월마다 습관처럼 마주하는 이 질의는 내가 늘 고민도 않고 1초 만에 넘겨버리는 질문이기도 하다. ‘매우 비동의’를 의미하는 맨 오른쪽 동그라미 버튼을 자신 있게 누르고 나면 다음 질문부턴 끙끙 앓아버리지만·· 나는 새로운 곳에 가거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도 나 자신을 소개하는 걸 어려워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좋아하는 것 같다. 타인에게 ‘새로운 나’를 소개하고, 같은 선상에서 ‘새로운 타인’을 만나는 일은 늘 가슴 설레는 일이니깐. ‘나이가 혹시··’ ‘전공은 어떻게 되세요’라는 가벼운 인사말을 넘기고 한창 신나게 대화하다 보면 내심 기다려지는 질문 하나가 꼭 있다.


‘취미가 뭐예요?’


나와 조금이라도 가깝거나 친한 사람들이라면 내가 영화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절대 모를 수가 없을 거다. SNS로 영화 계정을 꾸준히 운영하고 있거니와 아르바이트 사장님들도 ‘이 정도면 영화학과가 아니냐’라고 말하는 판국에 모른다면 간첩이 맞다. 물론 무턱대고 처음 만난 자리에 ‘전 영화가 너무 좋아서 미칠 것 같아요’라는 식으로 말하는 건 당연히 아니다. 이래 봬도 꽤 소심한 구석이 있어서 상대방이 영화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어야 말을 꺼내는 경우가 많고, 별 관심이 없어 보이면 찍소리도 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올해 생일선물의 상당수가 영화표였다는 걸 떠올리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좋아하는 취미를 알아주고 이해해주는 지인분들이 있어 그저 행복하고 감사하다.


그렇게 아트인사이트 ‘Project 당신’을 쓰기로 마음먹었을 때부터 영화로 나를 소개하고자 다짐했다. 아직 정식 에디터가 된 지 막 한 달이 지났을 뿐이지만, 이제껏 작성한 게시글에 모두 영화 관련 내용이 빠짐없이 들어가 있는 걸 생각하면 역시 처음으로 나를 소개하는 게시글에도 영화로 이어지는 나의 이야기를 드러내고 싶었다. 또 자칫하면 두서없이 작성될 우려가 있는 글을 인터뷰 형식을 통해 친근감을 곁들이면 훨씬 융통성 있게 나를 표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인터뷰는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영화 계정 SNS(인스타그램)에서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소통 창구를 통해 받은 질문들을 함께 녹여 전공과 영화 코너로 구성했다.

 

그럼 영화 좋아하는 어느 정외학도의 이야기, 찬찬히 듣고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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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전공


 

Q. 이것부터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겠어요. 전공이 어떻게 되세요?


 

정치외교학과에 재학 중이에요. 원래는 국제학과에 가장 가고 싶었는데 제 성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대학교에 개설된 곳이 많이 없더라고요. (씁쓸) 그래서 대체 학과를 막 찾아다니던 도중 정치외교학 커리큘럼이 그나마 국제학과와 겹치는 부분이 많아 보여 바로 이거다! 싶었어요. 결과적으로 수시 원서 6곳 중 5곳을 정치외교학과에 지원했고, 1지망이었던 국제학과는 결국 떨어져서 이렇게 정외학도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하하.


 

Q. 해당 전공을 선택하게 된 구체적 계기는요?


 

사실 저는 고등학교 갓 입학한 1학년 때까지 이과 지망생이었어요. 수학은 별로 자신이 없었지만요·· 동물이나 환경, 생태 분야에 관심이 많아서 생물학과나 생태공학과 쪽으로 입학 전부터 진로를 잡았고, 중학교 때부터 쭉 과학 과목을 좋아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중간에 미국 어학연수를 다녀오면서 희망 진로가 완전히 틀어졌습니다. 외국 생활이 생각보다 저와 너무 잘 맞았거든요. 물론 한국에서 매년 체육대회 때면 계주선수로 뛰던 제가 미국 육상부에 들고서는 ‘꼴찌’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며 처절한 패배의 쓴맛을 보기도 했지만요. (웃음) 중학교 때도 필리핀으로 짧게 어학연수를 다녀온 적이 있는데 아직도 현지 친구들과 매일같이 웃고 떠들던 기억이 생생해요.

 

저는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좋지만 낯가림이 있어서 어딘가에 완전히 녹아들 때까지 시간이 조금 걸리는 편입니다. 이 때문에 어학연수 초반엔 다소 어려움을 겪기도 했는데, 그래도 외국 생활이 내심 마음에 들었는지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들지 않았어요. 현지에 완벽히 적응한 뒤로는 그곳 생활에 너무 정신이 팔려서 가족 생각도 거의 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엄마 아빠 미안...!)

 

출국 날이 다가올수록 떠나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걷잡을 수 없이 커져서 결국 필리핀과 미국 어학연수 모두 취소 수수료를 물고 2주 뒤의 비행기 표로 다시 끊었던 기억이 나네요. 제 인생에서 어떤 시기보다도 소중한 추억을 쌓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때라 어학연수를 경험하면서 자연스레 국내외적으로 활동이 가능한 국제분야로 점차 마음이 기울어졌던 것 같아요.


 

Q. ‘정치’외교학과에 재학 중이라고 하셨잖아요.

국제외교에 관심이 많아 보이는데 정치 분야는 어떻게.. 적성에 잘 맞으시나요?


 

사실 저도 계속 우려했던 부분이에요. 입학 전부터 국제나 외교 쪽으로만 관심이 많았던 터라 정치엔 거의 문외한이라 봐도 무방했거든요. 그런데 제 생각보다도 훨씬 흥미로운 분야가 바로 정치더라고요. 지금은 오히려 정치외교로 지원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매 학기 들어요. 전공 성적이 다 거기서 거기긴 하지만, 직전 학기엔 정치학 과목이 국제학 과목보다 점수가 더 높게 나왔거든요. ‘선거와 여론’이라는 과목이었는데 수강 학기가 실제 4월 보궐선거와 겹치던 때라 관련 레포트까지 재밌게 준비했던 기억이 나요.


 

Q. 그런데 전공보다 영화를 더 좋아하신다고.


 

네에- 일단은 전공보다 영화에 훨씬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어요. 조금 전까지 한껏 과시한 전공에 대한 애정이 팍 식어버리는 느낌이라 마음 아프기도 하네요. 애초에 전공과 취미를 같은 선상에서 바라볼 수 있을지도 확신이 서지 않지만, 분명한 건 저는 두 분야 모두에 깊은 애정을 느끼고 있으니까요!


 

Q. 그럼 영화학과로 진학할 수도 있었던 거 아닌가요?


 

물론 어릴 적부터 영화를 좋아하긴 했는데, 그게 일상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정도까진 아니었어요. 본격적으로 영화를 휘몰아 보기 시작한 건 대학교에 입학하고서부터였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대학 수업이 전면 비대면으로 전환되고 나서부터는 아르바이트나 공부시간 외에 영화만 보고 살았던 것 같아요. 몇 개월을 약속도 잡지 않고 집에서 영화만 보는데도 무척이나 행복해하는 제 모습을 보면서 다시 한번 스스로가 지독한 집순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이야기가 잠시 딴 곳으로 샜는데, 요점은 이렇게 영화만 주야장천 보다 보니 복수 전공으로 영화학과를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학교에서 거듭 복수 전공을 강조하고 있기도 하고, 거기다 영화 관련 학과까지 마련되어 있으니까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영화 감상이나 이론에서 나아가 직접 제작까지 한다고 생각하니 덜컥 겁이 나더라고요. 단순히 주어진 것을 감상하는 것과 무언가를 직접 창조하고 제작하는 것은 출발점부터 차원이 다르잖아요? 작품을 제작해보고 싶다는 욕구나 열망보다 두려움의 감정이 먼저 앞서니 영화학과까지는 제 길이 아니라고 생각해 일찍이 마음을 접었어요.

 

여담이지만 SNS로 영화 계정을 운영하다 보면 영화학과가 아니냐는 질문을 종종 받아요. 매번 ‘네’라는 대답을 돌려드릴 수 없어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 그런 질문 아닌 오해를 받을 때마다 기분이 좋더라고요. 그만큼 내가 영화를 좋아하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구나- 하고 제멋대로 착각하게 되거든요. 영화학과는 아니지만, 앞으로도 더 많은 분이 오해해주셨으면 좋겠어요(?)

 

 

 

II. 영화

 

 

Q. 쉬운 질문부터 시작해볼게요. 영화에 빠지게 된 계기가 뭔가요?


 

부모님의 영향이 큰 것 같아요. 두 분 다 예체능 관련 직종은 아니지만요. 그래서 어릴 적부터 가족이랑 영화관에 자주 갔어요. 초등학교 땐 한 달에 최소 2번 이상 엄마와 주말마다 극장에 달려갔던 기억이 나요. 부모님께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무어냐는 질문을 던지면 근 10년이 넘도록 늘 변함없는 대답이 돌아온답니다. 엄마는 <아바타>, 아빠는 <반지의 제왕>. 어쩌면 제가 판타지를 사랑하게 된 것도 부모님의 영향이 막대했던 것 같아요. 덕분에 <아바타>는 개봉 당시 극장에서 본 기억이 아직도 눈앞에 생생하고, <반지의 제왕>은 나이가 한 자릿수였을 때부터 일찍이 접할 수 있었어요. 주말 아침에 졸린 눈을 비비며 거실로 나오면 아빠는 이미 새벽부터 일어나 한창 <반지의 제왕>을 보고 계신 때가 잦았거든요.

 

사실 엄마보다는 아빠가 영화를 훨씬 즐겨보셨어요. 한때는 ‘영화 귀신’이라도 씐 것처럼 거의 매일같이 영화를 챙겨보셨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진정한 영화광의 모습이 아니었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 보셨어요?’라고 넌지시 물어보는 족족 줄거리를 줄줄 읊을 정도로 유명 작품은 이미 대부분 클리어하신 상태였고, 가끔 아빠가 컴퓨터로 관람하는 영화를 슬쩍 훔쳐볼 때면 일본 귀신 영화부터 좀비 영화, 정체를 알 수 없는 B급 영화, 심지어는 초등학교 저학년의 눈으로 봐도 괴작(..) 수준인 영화까지 모조리 섭렵할 정도였으니 말이에요·· 지금은 그때 아빠한테 씌었던 영화 귀신이 저한테 옮긴 것이라 우스갯소리로 말하곤 해요. 물론 아빠가 당시에 즐겨보던 국적 불명의 괴작들까진 아직 감당할 짬(?)이 안되는 것 같지만요. (웃음)


 

Q. 좋아하는 영화 세 편 소개해주세요.


 

세 편이라·· 좋아하는 영화들이 많아서 저에겐 늘 어려운 질문이지만 오늘은 장르에 따라서 소개해보고 싶어요. 보통 영화 범주는 크게 상업 영화, 예술 영화, 다큐멘터리 등으로 나뉘잖아요? 그래서 각 범주 내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얘기해보고자 해요.

 

먼저 상업 영화로는 <타이타닉>을 가장 좋아합니다. 초등학교 때 영어 학원에서 처음 접한 작품인데 당시에도 3시간에 달하는 러닝타임 동안 엄청난 몰입감에 빠져 봤던 것 같아요. 벌써 10년도 넘는 세월이 지나 첫 관람은 기억에서 거의 사라져버린 지 오래지만, 유일하게 기억나는 당시의 순간이 있다면 영화 속 주인공 로즈가 증기로 가득 찬 자동차 짐칸에서 손으로 창문을 탁- 짚는 찰나에 학원 선생님이 잠시 머뭇거리다 해당 장면을 넘겼던 기억이 나요. 이후에 초중고를 거쳐 셀 수 없이 영화를 재관람하면서 해당 장면도 자연스레 머릿속에 각인되었지만 말이에요. (웃음) 한번은 고등학교 때 USB에 영화 파일을 담아가 학급 내 대형 TV로 <타이타닉>을 관람한 적이 있거든요. 당시에 학우들 여럿 울렸습니다 정말. (여고였거든요)

 

예술 영화의 범주에선 <허공에의 질주>를 뽑고 싶어요. 영화는 15년이라는 세월 동안 FBI에게 쫓기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요. 얼핏 별거 없는 범죄 영화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하루하루가 위태로운 이들의 일상 속에서 슬며시 피어나는 가족애와 사랑, 주인공의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가 한곳에 어우러지며 영화는 한결 다층적인 매력을 선보입니다. 범죄 사건을 축으로 극이 진행되는데도 영화에서 따뜻하다고 느낀 순간들이 참 많았어요. 또 배우 리버 피닉스의 연기를 보면서 그가 왜 그토록 많은 사랑을 받아왔고, 끊임없이 회자 되고 있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도미니언>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추천하고 싶어요. 유튜브에서 성인 인증 시 무료로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영화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작품이라 좋아하는 영화 소개에 넣을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아무튼 해당 다큐멘터리는 제가 채식을 지향하도록 만들어준 결정적인 영상물이라 개인적으론 굉장히 의미 있는 작품이에요. <도미니언>은 거대한 육식 산업 아래 자행되는 비인도적인 도축 행위의 실태와 열악한 가축 환경의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보면서 넋 놓고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평소 채식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꼭 관람해볼 것을 추천해요!


 

Q. 좋아하는 장르는 뭔가요?


 

어디 가서 뒤지지 않는 잡식 취향인지라 호불호가 확실한 편은 아닙니다. 굳이 선호하는 장르를 고르자면 범죄와 판타지 정도가 될 것 같아요. 사실 <타이타닉>을 본 횟수만큼이나 <월드워Z>를 돌려보고, 드라마 <워킹데드> 본방송까지 짬짬이 챙겨본 중고등학교 적까진 가장 좋아하는 장르가 좀비물이라고 확신했는데요. 역시 판타지 덕후 가족 어디 안 간다고. 대학교에 들어와서 인생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만난 뒤론 결국 판타지에 자리를 내어주고 말았습니다. (아니, 왕좌의 게임에도 어찌 됐든 좀비는 나오니까 포함인 건가··)

 

그렇지만 장르가 관람 영화 선택에 큰 영향을 끼치는 건 아니에요. 저는 관람 전에 줄거리를 거의 읽지 않는 편이라 애초에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영화를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장르보다는 감독, 배우의 영향이 더 큰 것 같아요.

 

 

Q. 좋아하는 감독이 있나요?


 

이건 제 왓챠피디아(영화, 책, TV 프로그램 추천 및 평가 서비스) 분석이 정확히 말해주는 것 같아요. 1위가 쿠엔틴 타란티노, 2위가 자비에 돌란, 3위가 크리스토퍼 놀란입니다.

 

타란티노 감독의 경우 불과 두세 개 작품밖에 보지 않았을 때도 저는 이미 그의 세계에 푹 빠져 있었어요. 유혈이 낭자한 시원시원한 액션 하며 때로는 난잡한 플롯과 거침없는 입담으로 늘 저의 눈과 귀를 오감으로 만족시켜줬으니까요. 더불어 최고의 쾌감을 향해 질주하는 그만의 역사 비틀기부터 이따금 자신의 영화에 천연덕스럽게 등장하는 뻔뻔함까지. 도저히 그를 좋아하지 않고선 배길 수가 없더라고요. 타란티노 감독의 작품 중 <헤이트풀8>과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을 가장 좋아합니다.

 

 

Q. 선호 배우는요?


 

이것도 왓챠피디아에 투명하게 나와 있어서 놀랐어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브래드 피트’입니다.

 

낭만에 죽고 살았던 (지금도 그렇지만) 여중생이 <타이타닉>을 보고 어찌 그에게 빠지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처음 디카프리오를 좋아하게 된 건 단순 그의 잘생긴 외모 덕이 컸지만, 이후에 그의 연기 생활을 꾸준히 지켜봐 오면서 생각이 많이 달라졌어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로 마침내 오스카상을 받았잖아요. 중학교 때 이 작품을 엄마와 극장에 보러 갔는데 당시에도 그저 경이롭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던 것 같아요. 벌써 몇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영화 속 회색곰의 습격 장면은 잊지 못해요. 얼마나 심장이 쿵쾅대던지·· 그의 출연작을 천천히 되짚어보면서 단순히 외모만으로 판단 받을 배우는 아니구나-라는 걸 매 작품 느꼈어요. 특히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라는 작품을 보고서는 더욱이요. 게리 올드만, 히스 레저와 더불어 ‘천의 얼굴’이라는 수식어가 정말 잘 어울리는 배우인 것 같아요. 브래드 피트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디카프리오와 브래드 피트, 쿠엔틴 타란티노가 만난 2019년 개봉작 <원스 어 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라는 영화를 굉장히 좋아해요.


 

Q. 하루에 영화 최대 몇 편까지 보셨어요?


 

극장에서는 4번, 집에서는 6편이 아직 최대입니다. 그 이상은 도저히 체력이 달려서 못 보겠더라고요. 언젠가 극장에서 5편까지 도전해보고 싶긴 한데.. 아직은 조금 무섭습니다. 하하


 

Q. 올해까지 관람한 영화 편수는?


 

7월까지를 기준으로 영화는 174편, 드라마는 개별 시즌으로 50개 정도 봤어요. 통계치로만 따지면 하루에 한 작품씩은 꼭 챙겨본 거네요. 제법 부끄러워지는 수치이기도 해요. ‘얘는 영화밖에 안 보고 사나··’라는 생각이 지금도 머릿속을 파고들고 있거든요. 고학년 되면 언제 이렇게까지 챙겨볼 수 있겠느냐며 매일 핑계 아닌 핑계 삼아 영화를 보고 있답니다.

 

 

Q. 최초의 극장 관람 기억하시나요?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에요. 당시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는데, 아직도 거의 모든 장면이 기억날 정도로 영화관에서 본 기억이 생생합니다. 심지어는 썩 친하지 않은 먼 친척과 함께 관람했던 터라 부모님께 매달릴 겨를도 없었거든요. 거의 고립된 느낌으로 극장에 혼자 떡하니 앉아 보며 만만치 않은 공포감을 느낀 것 같은데 신기하게도 그만 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장면 장면에서 오는 충격과 신선함이 묘하게 쾌감이었달까요.. 일단 영화 자체가 너무 재밌긴 했지만요.

 

엄마는 제가 유치원 때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을 함께 보러 갔다고 하는데, 거기까진 도저히 기억이 닿지 않아 아쉬워요. 그래도 당시에는 꽤 재밌게 봤나 봅니다. 3시간이 넘는 상영 시간 동안 화장실 한번 가겠다는 소리 안 하고 눈 똥그랗게 뜨고서 영화만 봤다고 하니까요.

 

 

Q. 영화 때문에 이것까지 해봤다? 하는 기억 있으신지.


 

막 대단한 일이 떠오르지는 않는데, 당장 생각나는 건 작년 학기 중에 부산국제영화제 보러 부산으로 달려간 기억이요! 물론 코로나 때문에 전면 비대면으로 수업이 전환되어 가능한 일이긴 했지만, 5박 6일 일정으로 잡았던지라 아르바이트에도 몇 주 전부터 양해를 구해야 했고, 어쨌거나 매일 녹화 강의와 과제, 하루건너 실시간 강의까지 예정되어 있었으니까요. 해낼 수 있을까 걱정되기도 했지만, 기대작이 꽤 많았던 터라 일정 확인하고 바로 숙소와 기차표 예약했습니다. 첫 부산여행이었는데, 정말 혼자 영화만 보다 왔네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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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마지막 질문이에요. 본인에게 영화는 어떤 의미인가요?


 

공기와 같은 존재.. 라고 하면 너무 과장일까요. (웃음) 영화는 저에게 SNS 같아요. 중독되면 한없이 중독되고, 하루도 보지 않으면 어딘가 찜찜해지는 뭐 그런 거요. 그런데 이제 손쉽게 끊어내고 느닷없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매력을 곁들인·· SNS는 그래도 한번 마음먹으면 며칠, 몇 주간은 쉽게 끊어낼 수 있잖아요? 영화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한번 빠지면 미친 듯이 쏟아지는 졸림을 무릅쓰고서라도 어떻게든 몇 편이나 이어보려 악바리를 쓰는데 어느 순간 끊기 시작하면 한 달이 넘어서도 눈이 가지 않게 되더라고요.

 

그러니까 저에겐 최고의 취미생활이나 다름없어요. 시간적 여유가 있거나 보고 싶을 땐 얼마든지 관람하고, 바쁘거나 여유가 없을 땐 얼마든지 끊어낼 수 있는! 집순이인 저한테는 또 더없이 안성맞춤일뿐더러 편당 2시간 내외라 하나하나씩 챙겨보기도 좋고 무엇보다 그날의 무드(?)에 따라 어떤 장르든 골라볼 수 있으니까요. 근래 들어 만약 삶에 영화가 없었다면? 이라는 상상을 할 때마다 으스스 몸서리가 쳐지곤 해요. 고전부터 화려한 CG가 가미된 현대 영화까지 다양한 작품을 골라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음에 매일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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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외 질문들

 

 

Q. 영화 외 다른 취미가 있는지.


 

여름이라 더운 날씨를 핑계로 게을러졌지만, 러닝과 걷기를 즐겨합니다. 외에도 콘서트나 페스티벌을 사랑하고, 음악 감상도 좋아해요. 그래서 음악 활용이 뛰어난 영화를 보면 몹시 전율이 일 때가 많아요. 자비에 돌란 감독작을 좋아하는 이유도 장면 장면에 절묘하게 배치된 음악 비중이 큰 것 같아요.

 

 

Q. 좌우명이라든가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좌우명은 ‘Now or Never’입니다. 도전하는 일을 맞닥뜨릴 때마다 이 문장을 떠올리고 힘을 많이 얻었어요. 일단 해보고 후회하자! 라면서요. 물론 실패하더라도 도전한 일에 후회를 느껴본 적은 거의 없지만요.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아직 떠오르지 않네요. 그렇지만 ‘후회하지 않기’에 유독 집착하는 편이에요. 어렸을 때 무척이나 사소한 것에 혼자 분노하고 화가 많았던지라 고등학교 때부터 절대 지나간 일에 후회하지 않기로 다짐했어요. ‘후회는 쓸데없는 기운의 낭비이다. 후회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고, 단지 정체만 있을 뿐이다’라는 캐서린 맨스필드의 말이 떠오르네요.

 

 

Q.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영화 5천 편 보기와 5개 국어가 목표입니다.

 

 

Q. 가장 좋아하는 숫자는.


 

8입니다. 인생에서 가장 좋아하던(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생년월일이 1988년 8월 18일이기도 하고요. 운명론을 어느 정도 믿는 사람이라 무한대 같은 숫자 8에 매번 애정이 가요.

 

 

[윤아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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