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일상의 단순화, 사고의 단편화

글 입력 2021.07.30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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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상의 단순화



당신의 오늘 하루를 생각해보세요.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무엇을 했나요.

아침에 출근하면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냈나요.

점심을 먹고 잠시 쉬는 시간 동안 어떻게 시간을 보냈나요.

퇴근하고 집에 와서는 어떤 여가를 즐겼나요.


우선 제가 보낸 오늘의 하루는 이렇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스마트폰을 확인합니다.

 

밤새 밀린 카톡을 확인하고, 나랑은 상관도 없는 누군가의 인스타그램을 구경하며 스토리를 구경하고 음악을 하나 틀고 가만히 천장을 바라봅니다. 한 곡을 다 들을 때 즈음이면 정신이 돌아와 몸을 뒤척이죠.

 

이내 출근 준비를 하고 이동하며 습관적으로 인스타그램을 켜서 스토리를 구경하고, 오늘 올라온 웹툰을 보다 보니 어느새 직장 문 앞에 도착해있습니다.


이렇게 하루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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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오는 길 역시 오전과 별반 다를 것 없는 풍경입니다. 대신 퇴근하고 나서는 조금의 여유가 생깁니다. 집안일을 마치고 저녁을 먹고 유튜브를 틀어 영상을 보고 최근 유행인 'short'를 둘러보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당신의 풍경은 어떤가요?

 

 

 

2. 짧고 강렬한 자극에 익숙해져 버렸다.



가만 생각해보면 남는 게 없습니다.

 

오늘 하루도 돌아보면 일과를 하기 전후로 정말 남는 게 없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일하는 시간 8~10시간, 먹고 자고 하는 시간 9시간 정도 생각하면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5시간이 됩니다. 생각보다 주어진 시간이 많은데 생각보다 한 게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굳이 따져보자면 웹툰을 몇 편 봤고, 유튜브를 조금 많이 봤으며, 인스타그램을 조금 봤습니다.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으니 잠깐 킬링타임 목적으로 즐긴 컨텐츠들은 짧지만 짧지 않았습니다. 하나의 컨텐츠를 즐기는 시간은 불과 3분에서 10분이지만, 소요시간이 짧다는 함정에 빠져 하나둘 모아 보면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사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현대인은 바쁜 일상을 보냅니다. 스마트폰의 보급과 이에 맞춘 컨텐츠 보급으로 바쁜 일상 속에서 잠깐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습니다.

 

물론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100%에 가깝게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웹툰이나 웹소설, 유튜브, 틱톡 등 SNS를 뛰어넘는 디지털 컨텐츠들이 쏟아져 나오는 현상은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스마트폰이 없었다면 또 다른 매체로 동일한 현상을 보였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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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하는 대중교통 안에서 '쉽게' 스마트폰을 꺼내 '짧고 자극적인' 컨텐츠를 즐깁니다.

 

결국 우리가 깨달은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은  '접근하기 쉽다', '자극적이다', '짧다' 세 가지 키워드로 추려볼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점점 책이나 신문과 같은 텍스트로 이루어진 길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컨텐츠를 멀리하고 영화나 드라마처럼 시간이 필요한 컨텐츠는 점차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그저 하루하루 짧고 자극적인 단편의 정보만을 받아들이며 살아갈 뿐입니다.


 

 

3. 사고의 단편화



느긋하게 시간을 두고 앉아 생각을 해본 적이 언제인지 가물가물합니다. 하루를 살아내기에 바빠 그 외의 시간은 생각을 멈추는 것이 일상이었으니까요. 그러던 어느 날 깨닫게 됩니다.


나는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지?


내일 뭐하지, 밥 뭐 먹지 같은 일상에 필요한 정보를 생각하는 것 외에 하루를 되새기며 오늘의 나는 어떠했는가, 내일의 나는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까 하는 생각은 전혀 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저 눈을 뜨고 밥을 먹고 주어진 일을 하며 일과 후에는 사고를 멈춘다. 과연 바람직한 인간의 모습일까요?


인간이 호기심을 가지고 상상력을 가진 존재입니다. 예로부터 지금까지 끊임없는 호기심으로 대상을 관찰하고 연구하며 발견과 발명을 거듭했고 가늠할 수 없는 상상력으로 지금의 일상을 이루어내었습니다.

 

물론 지금 하루를 살아가는 것조차 벅찬데 인류를 위한 원대한 꿈을 꾸라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하루를 살아갈 때, '니'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춰보자는 것이지요.

 

컨텐츠를 소비하는 것도 역시 우리가 이루어놓은 일상입니다. 당연히 누려야 하는 권리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가끔은 컨텐츠를 생산해보기도 하고, 컨텐츠를 바라보며 나라면 이런 관점으로 만들 거야!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하며 조금씩 사고를 해나가는 게 어떤가 하는 제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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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멈춘다는 것은 더 나은 삶을 향한 의지를 포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오늘도 치열하게 하루를 살아낸 당신에게는 다양한 컨텐츠를 즐길 권리가 있습니다. 그래도 아주 잠깐의 시간이라도 '나'를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의 나는 어땠는가를 생각하며 내일의 나를 그려보는 거죠.


그럼 이만,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컬쳐리스트 명함.jpg

 

 

[김상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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