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유진이가 유진이에게 [공연]

네가 옆에 있어서 나는 나를 사랑할거야
글 입력 2021.07.13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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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설에서 뮤지컬로, <유진과 유진>


 

이금이 작가의 소설 <유진과 유진>이 뮤지컬로 공연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책의 제목만 어렴풋이 떠오르는 정도였던 지라 큰 관심은 없었는데, 우연히 기회가 생겨 뮤지컬을 보게 됐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뮤지컬과 소설은 모두 동일한 플롯으로 진행된다. 어릴 적 유치원 원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던 ‘유진’이라는 이름의 두 아이 이야기이다. 어릴 적 기억을 서서히 되찾으며, 극복한 줄 알았던 문제가 여전히 유진이를 옥죄며, ‘작은 유진’이와 ‘큰 유진’이는 아파한다. 중학교 2학년 사춘기에 접어든 두 여자아이는 방황하고 성장통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유진이들은 성장해간다.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주며.

 

<유진과 유진>은 ‘아동성폭력’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룬다. 하지만 소설과 공연 모두 접한 입장에서 보았을 때 나는 이 작품이 결코 ‘아동성폭력’ 으로 정의되지 않기를 바란다. 본 글은 이런 나의 개인적인 의견과 바람을 담고 있다.

 

뮤지컬 <유진과 유진>은 이금이 작가의 소설 <유진과 유진>을 원작으로 하며 우리에게 싱어송라이터로 익숙한 ‘안예은’이 작곡으로 참여했다. 임찬민, 강지혜, 이아진, 정우연, 김히어라가 출연한다. 2021년 6월 19일부터 8월 22일까지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3관에서 공연된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선뜻 공연을 추천하기 어렵지만, 기회가 된다면 한 번쯤 보길.

 

 

[유진과 유진] 포스터 최종.jpg


 

 

2. 사람은 사람으로 치유되는 걸까?


 

어디선가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결국 사람으로 치유 한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난다. 솔직히 그동안은 듣기엔 좋지만 허무맹랑한 소리라고 느꼈다. 그런데 <유진과 유진> 공연을 본 후, 어쩌면 사람은 정말 사람으로 치유되는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뮤지컬 자체가 소설을 거의 동일하게 따라가긴 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되는 방식에서는 큰 차이를 보인다. 기존의 소설은 중학생 ‘유진이’들의 일기를 훔쳐보는 듯한 느낌이 강했다면 뮤지컬은 어른이 된 ‘유진이’들이 과거 일기를 우리에게 읽어주는 방식에 가깝다.

 

‘큰 유진’이와 ‘작은 유진’이가 더욱 단단한 사람이 되고 웃으며 그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시점에서 극은 시작된다. 서로가 서로의 엄마 역할을 해주며 과거를 이야기하는 모습은 ‘유진이’들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큰 의지가 되었는지 보여준다.

 

책과 달리 어느덧 어른이 된 ‘유진이’들을 보며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유진이’들이 행복해 보여서 일까.

 

책과 다른 뮤지컬만의 설정은 관객으로 하여금 ‘유진이’ 사이의 관계성에 집중하게 한다. 두 아이는 어른이 되며 수많은 일들을 겪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많은 일을 ‘유진이’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 헤쳐왔을 것이다. ‘유진이’ 각각의 이야기에 더해진 둘의 우정은 극을 더욱 따스하게 만든다.

 

그리고 사람은 사람으로 치유될 수 있다는 말을 믿게 만든다. 책을 먼저 읽고 공연을 보아서 뮤지컬에서는 표현되지 않은 책의 디테일들이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이런 뮤지컬만의 설정은 신선하고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유진과 유진 4.jpg



 

3. 이 극이 ‘유진이’로 기억되길 바라지 않는다.


 

글의 시작에서 다루었듯 나는 <유진과 유진>이 단순 ‘아동성폭력’ 키워드로 기억되지 않길 바란다. 아동성폭력은 분명 극을 진행함에 있어 중요한 요소이고 극 전체를 뒤덮는 자욱한 스모그 같다.

 

그런데 너무 과거의 사건에만 치우쳐 ‘유진이’들을 마냥 안타까워하고 함부로 동정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극은 아이들이 어떤 사건을 겪었는지에 집중하지 않는다. 같은 상처를 겪은 아이들이 다른 환경에서 어떻게 자랐는지, 각자의 방법으로 서로를 보듬고 단단한 옹이가 되어가는 과정을 묵묵히 들려줄 뿐이다.

 

그러니 특정 사건을 겪은 ‘유진이’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친 개에게 물린 상처가 남은 수많은 유진이들, 지금 이 시간에도 흔들리고 있을지 모르는 우리 주변의 유진이들을 위한 이야기다. 뮤지컬 메인 포스터에 담긴 문구처럼 이 공연은 세상 모든 ‘유진’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건네는 위로가 아닌가.

 


과거 ‘유진이’들이 겪은 사건에는 하염없이 마음이 아팠고 ‘유진이’들이 겪는 사춘기 모습에서는 내 과거가 떠올라 가슴이 먹먹했다.

 

유진이들아, “맘대로 한 번 해보자, 세상을 한 번 이겨보자!”

 

 

유진과 유진 3.jpg


 

[이시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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