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한 사람의 세계를 만나는 일 [사람]

인터뷰에 대한 얕은 단상
글 입력 2021.06.22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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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낯을 가리는 편인가?

 

필자는 낯가림이 별로 없다. 물론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의 경우 그렇다. 어색한 분위기를 깨고 먼저 말을 건네는 편이고, 새로운 사람에 대한 두려움보다 호기심이 크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붙임성이 좋다고 오해할 수 있는데, 또 그건 아니다. 낯을 가리지 않는다고 해서 남과 금방 친구가 된다는 뜻은 아니니까. 그저 상대에게 조금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생존 전략을 하나 쥐고 있는 정도.

 

직업 특성상 인터뷰를 많이 다닌다-참고로 나는 짬바(짬에서 오는 바이브: 경력이나 연륜에서 비롯된 실력)가 없다. 이 글은 나의 얕은 생각이 담긴 글이다-인터뷰가 업무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래서인지 낯선 이들을 만날 일이 아주 많다.

 

상상해 보시라. 매번 생전 처음 만나는 사람과 한 시간 내외의 대화를 진득하게 나누는 것.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들이며 당신의 이야기가 궁금하다고 묻는 것. 낯을 가리는 성격이었다면 절대 상상도 못 했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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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는 꼭 한 사람과의 대화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개인이 아닌 집단이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사람과의 대화다. 만나는 목적이 무엇이 되었든, 적어도 그 사람에 대해 알아야 진행이 된다. 마주 앉아 종일 날씨 얘기만 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한 번은 에디터 양성을 위한 교육을 수강하다가 편집장님께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인터뷰는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정보를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해요” 그러니까, 알아가는 자리라고 해도 최소한의 정보 없이는 진행이 안 된다는 의미다.

 

덧붙여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 사람에게만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있어요” 어쩌면 당연한 말이지만 누구에게나 물을 수 있는 질문이 아닌, 인터뷰이가 지닌 고유한 이야기를 끌어내는 건 에디터의 역량이란 뜻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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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이 얘기를 꺼낸 이유가 있다. ‘인터뷰는 한 사람의 세계를 만나는 일이구나’ 피곤한 하루를 마치고 잠들기 직전, 머리를 스쳤던 단상이다. 새벽에 눈을 떠야 하므로 알람을 끄지 못하도록 핸드폰을 멀리 두고 드러누운 참이었다. 바닥에 눌어붙은 등판을 일으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도 이 문장을 메모장에 적어야 했다.

 

한 사람을 깊이 탐구하고 알아가는 과정. 피곤하게 느껴질 때도 있고 매번 즐겁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분명 가치 있는 일이다. 저마다의 타고난 색에 덧입혀진 시간은 무수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이걸 발견하고 세상 밖에 꺼내는 과정이 인터뷰의 묘미가 아닐까.

 

누군가 구축한 세계의 일부를 만나 감흥을 느끼는 순간은 매번 특별하다. 유달리 상대의 이야기가 마음을 깊이 파고드는 날이 있다. 경험이 쌓이면서, 이조차도 익숙한 날이 오겠지만 아직은 이 흥을 누리고 싶다.

 

요즘 부쩍 타인과 세상 밖 이야기들에 무심해지는 일이 잦다. 하나둘 나이가 들면서 시간이 빨리 흐르는 기분이 드는 이유는 세상에 벌어지는 일들이 더는 새롭게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들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가능하면 오랫동안 사람에 대한 호기심을 지니고 살고 싶다.

 

분노와 증오가 아닌, 애정과 사랑으로 대하고 싶다.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아름다움과 소박한 이야기들을 면면이 조명할 수 있기를 꿈꾼다.

 

 

[김세음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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