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삶의 가치를 실현하는 낭만희곡, 시라노 드 베르쥬락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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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면서 얼마나 자주, 그리고 얼마나 많은 시간동안 직·간접적으로 콘서트와 연극, 뮤지컬 등의 공연을 통한 '무대'를 경험할 수 있을까?
우리가 흔히 말하는 '무대'는 노래와 춤, 연극 등을 위해서 관객이 있는 객석의 정면에 위치한다. 이외에도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공간, 주로 활동하는 공간을 비유적으로 일컫는다. 또한, 극이 진행되는 곳을 의미하는데 연극에서는 대본인 희곡과 함께 배우, 관객이 중요한 구성요소이다.
보편적으로 우리가 경험하는 무대란, 관객의 관점에서 무대를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나, 때때로 무대라는 물리적 공간의 경계가 흐려지는 배우, 관객의 역할을 동시에 맡는다.
Q. 직접 참여하거나 경험한 무대는?
A. 피아노 연주, 학예회, 수업 시간에 이루어진 역할극
이러한 경험의 총체가 바로 책과 같은 이야기 속 인물이 되어보는 것이다. 이른바 역할극을 통해서 잠시동안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
이 특별한 경험은 한 인물의 내면과 외면을 모두 볼 수 있는 아주 흥미로운 과정이다. 바로 이 과정에서 개인의 생각과 다양한 해석이 더해져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더불어서 최근에는 나를 비롯해서 꽤 많은 사람이 이러한 과정을 즐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작품에 대한 나의 감상평, 또는 간단한 생각과 느낌을 공유하는 공간이 더 확대되면서 이를 더 자유롭게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그 과정의 즐거움을 직접 느낄 차례이다. 연극 '시라노 드 베르쥬락'을 통해서 어쩌면 좀 더 생동감이 넘치는, 내가 직접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공연과 무대에 좀 더 가까워지고 싶다.
<시라노 드 베르쥬락>
시라노 드 베르쥬락은 원작이 5막으로 구성된 운문희곡이다. 1897년 파리의 포르트 생마르탱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17세기 시라노 드 베르쥬락의 일생을 모티브로 하였으나, 완전히 부합되지는 않는다.
사랑 이야기를 기반으로 극의 곳곳에 유쾌한 요소를 더해 현재까지도 전 세계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삼총사>의 주인공 달타냥의 모델이었으며 국내에서는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에서 원작의 제목과 내용을 모티브로 활용하였다.
<시놉시스>
낭만이 넘치던 17세기 말 프랑스 파리. 당대 최고의 검객이자 시인인 시라노는 불의와 절대로 타협하지 않는 성격으로 어딜 가나 좌충우돌, 불협화음을 만든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짝사랑해온 그의 이상형 록산 앞에서는 자신의 외모가 너무 추하다고 생각하며 친구 이상으로 다가서지 못한다.
배우의 개성과 연기를 보며 느껴지는 몰입감, 그리고 그들의 호흡.
연극을 보며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극이 진행되면서 여러 역할을 소화하는 배우들의 연기였다. 연극을 방송으로 비유하자면 ‘생방송’, 촬영에 비유하자면 ‘원테이크’로 진행되는 공연이다. 더욱이 실시간으로 관객들의 반응이 보이기 때문에 그 긴장감은 팽팽하게 이어진다.
이러한 연극의 특성은 관객들을 극장으로 이끄는 힘이 되기도 한다. 극이 진행될수록 이 긴장감은 관객들이 배우들의 연기에 몰입하는 원동력이 된다. 또한, 무대 위에서 배우들의 호흡이 더욱 빛을 발한다.
이렇게 극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입체적으로 느껴지는 것 역시 연극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점차 각각의 인물에 몰입하는 모습에서 나도 모르게 집중할 수밖에 없었고 극이 진행될수록 눈앞에서 펼쳐지는 배우들의 연기에 빠져들었다.
생동감이 느껴지는 무대와 오감을 자극하는 연출.
무대의 연출, 여러 소품과 장치는 연극의 재미를 더해준다. '시라노 드 베르쥬락'을 보면서도 이러한 장치의 효과를 느낄 수 있었다.
그 장면은 바로 크리스티앙이 시라노의 말을 빌려서 록산에게 고백하는 장면이다. 사실 이 장면은 원작의 앞부분에서 시라노가 친구 르 브레와의 대화에서 록산에게 고백하는 것을 망설이는 이유에 관해서 이야기할 때와 연결된다.
시라노는 정원 벽에 비친 자신의 옆모습을 그림자로 보는 것조차 괴로워했다. 그래서 크리스티앙의 외모를 빌려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게 된다. 이는 시라노가 크리스티앙의 뒤에서 그림자를 자처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림자에 비친 시라노의 옆모습을 시각적으로 표현하여 관객에게 극의 중요한 요소를 다시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리뷰를 마치며.
주제와 메시지 - '시라노'의 신념과 가치관
: 대다수 사람에게 ‘시라노’는 괴짜 또는 일반 사람과는 다르다고 평가받는다. 그 이유는 17세기 프랑스의 시대적 배경이 살펴보면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극의 내용은 귀족과 같은 부르주아, 돈이 곧 권력이 되는 17세기 프랑스 사회를 대변해주고 있다. 이렇게 단순히 17세기 프랑스와 현재의 물리적 시간만을 비교해보면 우리의 신념과 가치관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변화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것도 아주 180도로 변화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지는 그 시대의 일반적인 사람들의 사고와 보편적인 관념은 조금은 다른 방향성을 보여준다.
‘시라노 드 베르쥬락’은 우리가 생각하는 보편적인 가치인 사랑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너무 무겁지 않게 또 그렇다고 너무 우스꽝스럽지도 않은 형태를 띠고 있다. 또한,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과 각각의 인물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는 과정을 함께하는 기분이 들었다.
시라노의 삶에서 자신의 신념과 록산에 대한 사랑이 '불행이 아닌 행복'인 것처럼.
작품을 즐기는 방법 - 원작과는 또 다른 매력
: 무대를 연출하는 사람에 따라, 연기하는 배우에 따라, 작품을 즐기는 관객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 특히, 원작의 내용을 각색하거나 개인의 취향, 좋아하는 분야를 추가하여 또 다른 작품으로 즐길 수 있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원작이 있는 작품을 즐기는 방식은 때때로 조금씩 다르지만, 크게는 첫 번째 방법 :) 원작을 보고 작품을 본다. 두 번째 방법:) 작품을 보고 원작을 본다.
이번에는 이 두 가지 방법을 절충해서 원작의 초반과 중반까지 보고 마지막 결말은 모르는 채로 극장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더 가까운 무대와 함께 관객과 배우 모두가 함께 소통할 수 있는 분위기가 이뤄졌다. 특히, 시각적인 매체가 아닌 책과 같은 글자를 통해 그 장면을 먼저 떠올려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정말 추천하고 싶은 공연이다.
집에 와서 보니 연극의 마지막 대사와 원작의 마지막 대사가 거의 같았지만, 연극의 분위기에 맞춰 좀 더 유쾌한 대사로 맞춰졌다. 뻔-하지만은 않은 연극에서 이 작은 재미를 찾는 과정은 계속 이어질 것 같다.
[안지영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안녕하세요 에디터 권은미 입니다 :)
에디터님의 글 '시라노 드 베르쥬락' 공연 리뷰를 보며, 저 또한 무대를 경험한 것 같습니다.
'에디터'라는 역할로 사람들의 삶 속 문화적 가치를 풍요롭게 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에디터 23기로 이제 막 걸을마를 뗀 저는 안지영 에디터님의 글을 보며 제가 부지런히 노력해야 할 점들을 얻었습니다.
글을 통해 사람들의 삶의 가치를 실현하는 에디터님이야 말로 무대 위의 한 작품을 감상하는 듯 했습니다.
저도 한 때는 합창부 단원으로 어릴 때부터 무대에 오르던 적이 많았습니다.
그 순간에는 제 개인이 아닌 함께 하는 하나의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노래를 전하고 싶은 마음이었을 겁니다.
다소 이제는 형태는 다르지만, 글을 통해 저의 모습을 전하고 가치를 공유하는 에디터로 성장하는 데 집중할 수 있는 응원을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아트인사이트'에서 앞으로 더욱 빛나는 안지영 에디터님만의 무대, 응원하며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늘 평안한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에디터 권은미 드림
특히, 에디터 활동을 통해서 제 삶의 가치와 방향도 전보다 뚜렷해졌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많은 분의 삶의 가치를 보고 들으며 공유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겠죠?
제가 연극 ‘시라노 드 베르쥬락’을 통해서 느꼈던 감정과 생각을 글로 표현했듯이 함께 무대를 꾸몄던 모든 배우님의 모습에서도 그 마음이 잘 전달된 것 같습니다.
이처럼 앞으로도 은미님의 다채로운 글 속에 담겨있는 가치를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 중에서도 소극장에서 열리는 '연극'이 아마 상호 작용이라는 것을 가장 뚜렷하게 겪어볼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싶네요. 배우들의 연기를 눈앞에서 지켜보고, 이따금씩 툭 하고 날아오는 애드리브에 당황하던 순간들이 즐거웠는데 연극을 못 본지도 꽤 됐네요.
하루 빨리 마음 편하게 연극을 비롯한 여러 공연을 볼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하루빨리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공연을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연극을 비롯한 공연의 가장 큰 묘미는 바로 언급해주신 것처럼 창작자와 감상자 사이에 일어나는 상호 작용, 이른바 ‘호흡’이라고 불리는 직접적인 소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정말 오랜만에 공연을 봤는데 순식간에 몰입해서 즐겼지만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어요. 눈을 통해서만 감정을 공유하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잠시나마 연극을 보고 오니 마음이 뻥-뚫리는 기분이 들어서 더없이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가까운 시일에는 아무 걱정 없이, 이따금 툭 날아오는 애드리브에 마음껏 웃기를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영상 매체가 따라오지 못하는 연극만이 가질 수 있는 묘미는 역시 '현장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글에서 언급하셨다시피 연극의 구성 요소에 [관객]이 포함되는 만큼, 현실을 살아가는 관객의 직접적인 반응은 연극 무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무대에 서서 연기하는 배우들 또한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이기 때문이지요.
그러고 보면 같은 연극 공연은 없는 듯합니다. 관객은 매번 다르고, 그 관객들은 또 매번 다른 반응을 보이며 연극과 함께 극장이라는 한 공간에서 호흡하니까요. 연극의 진정한 묘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 <시라노드베르쥬락>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같은 코로나 시국에는 이런 묘미를 즐길 수 있는 자리가 줄어든 것이 매우 아쉽습니다. 문득 어느 연극 배우 인터뷰에서, 마스크에 감춰진 관객의 얼굴 대신에 오로지 관객의 '눈'만을 보고 연기하느라 매우 힘들었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습니다. 이 글을 읽은 뒤 저는 연극을 관람할 때마다 커튼콜 때 더 크게 박수를 높이 들어 쳤던 기억이 있네요. 고생 많았습니다, 연기 잘 봤습니다, 라는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서요.
하루빨리 시국이 나아져서, 지영 에디터님께서 느끼셨던 연극의 묘미를 더 많은 관객들이 즐길 수 있는 날이 찾아왔으면 좋겠습니다.
늘 무탈한 하루가 함께하시길 바라며.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저 또한 연극을 관람하면서 이왕이면 수를 더 크게 치고, 틈날 때마다 최대한 감정을 드러내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했던 기억이 나네요. 특히, 고개를 끄덕이거나 눈으로 표현했는데 제 마음이 잘 전달됐는지 모르겠네요. 이럴 때는 정말 텔레파시가 통했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긍정적인 생각을 덧붙이자면 모두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전보다 좀 더 ‘현장감’이 느껴지는 공연을 즐길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사람’ 사이의 소통, 배우와 관객의 호흡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연극의 묘미를 함께 공유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제 글을 읽고 이렇게 정성이 담긴 글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문화를 사랑한다고 어디가서 얘기하는 사람으로서 부끄럽지만 전 연극을 자주 보진 않습니다.
귀찮은 걸 싫어하는 성격 탓에 연극을 보러 가는게 영 성가시게 느껴졌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동네를 가던 있는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걸 더 선호했죠.
부끄럽지만 잡지라고 부르기 힘든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팀원 중 한명이 뮤지컬, 연극 매니아인지라 관련 글을 썼길래 편집할 때 천천히 읽어봤습니다. 즉흥성, 현장성이 연극의 큰 매력이라고 하더군요. 안지영 에디터님의 글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그 지점에 대해서 생각해봤습니다.
문득 20살 초 때 대학로에서 연극을 봤던 기억이 났습니다. 소극장이었는데 배우분과 관객들 사이에 기분 좋은 텐션이 흘렀습니다. 서로의 숨소리나 작은 말소리도 들릴 만큼 작은 곳이었는데, 관객인 제가 극의 일부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조심성이 많아서 조금 꿈틀대는것도 신경쓰일 정도로요. '예술이 꽃 피운다'라는 표현이 피부에 와닿는 순간이었습니다 .
지영님의 글을 다 읽고 연극을 사랑하시는 감정이 온전히 느껴져서 저도 연극을 다시 보러 가볼까 하고 생각하게됐습니다. 감사합니다. .
정말 오랜만에 극장을 방문해서인지 저도 처음으로 관람했던 연극이 떠올랐습니다. 학교 선생님의 초대로 지하철을 몇 번이나 갈아타서 도착했고 어렸을 때라서 유난히 멀게 느껴졌어요. 친구들과 서울에 가는 것도 손에 꼽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래도 지금 떠올려보면 극장 입구의 모습과 배우의 연기, 관객의 반응이 기억에 남을 정도로 좋았어요. 보통 신선한 자극을 받거나 추억으로 남기고 싶은 건 꼭 기억에 남더라고요.
연극의 첫인상은 ‘생동감’이 넘친다. 이 표현이 딱 맞는 것 같아요. 답글을 쓰다 보니 빨리 다음 작품도 보러 가고 싶네요.
정현님의 글을 통해서 제가 잠시 놓치고 있었던 추억들도 되살아난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