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편안한 노력이 만드는 완전함에 관하여 - 노력의 기쁨과 슬픔

애씀이 과도한 나를 위한 편지
글 입력 2021.05.29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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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씀의 성질


 

 
자신에 대한 걱정으로 한숨도 자지 못하던 한 남자가 구역질이 날 정도로 스스로 몰아붙이다가 결국 자기 좀 살려달라며 나를 찾아왔다. 몇 분간 대화를 나눈 뒤 나는 그에게 일어나 걸어보라고 했다. 의논하거나 망설일 필요가 없는 간단한 요구였으니 그는 아무 생각도 않고 곧바로 행동에 옮겼다. 늘 주의를 기울이며 무엇을 하는지 의식하던 압박감에서 너무나 쉽게 풀려난 채 말이다. 뻣뻣하게 굳어 있던 얼굴에 편안함이 드리웠고, 그는 안정감을 되찾았다.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평온함을 잠시 누린 그는 이러한 변화가 아무 노력도 없이, 이렇게 간단하게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믿지 못했다. 자신이 지금 얼마나 놀랐는지 이야기하는 그에게 나도 함께 공감해주었다. 하지만 그 후로 다시 오지 않은 걸 보니 그는 아마도 내면의 악마에게 되돌아간 모양이다. 그가 이 방에서 일어났던 일을 기억하고 있기를 바랄 뿐이다. 헛된 희망일 수도 있다. 그는 의도와 행위 사이의 간극이 사라지는 것을 몸소 경험했지만, 오래 지속하지는 못했다. p.321~322
 


잘하려고 애쓰다 오히려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있다. 결과를 내기 위한 과한 집중과 에너지가 뇌를 소진하고 몸을 무력하게 만든다. 상상 속 시뮬레이션은 시작도 전에 두려움을 끼얹고, 발걸음을 떼지 못하게 한다. 생각에 에너지를 몽땅 빼앗긴 이는 내면의 악마와 거래를 시작한다. 바닥에 누워 안 봐도 그만인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며 깊게 한숨 쉰다. “아…. 나 잘살고 있는 걸까?” 생각과 행동의 괴리감을 직관적으로 깨닫고 이내 상심한다. 지나친 노력은 나를 어느 순간 가로막았다.


이 글을 쓰는 내가, 소개된 <노력의 기쁨과 슬픔>의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말은 ‘노력하지 말라’는 메시지가 아니다.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태도가 잘못됐다는 것은 더욱 아니다. 당신이 지금보다 조금만 덜 애쓰고 노력을 ‘편안하게’ 생각할 때, 덜 상처받고 더욱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고 제안한다.

 

 
사람들은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엄청난 노력을 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름다워지기 위해 기꺼이 고통을 감수하고, 다른 사람을 유혹할 때든 피아노나 테니스를 배울 때든 외국어를 배울 때든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려고 애쓴다. 심지어 심리 상담가들조차 ‘자신에게 몰두하는 법’에 대해 조언하는 형편이다. 우리는 젊은 나이에 모든 것을 갖추어야 한다고,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것도 될 수 없다고 배워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확신하건대, 우리에겐 그와 정반대의 태도가 필요하다. p.7~8
 


이 책을 읽고 소개하고 싶었던 이유도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라고 배워온 내가 이 말에 반기를 들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위로를 받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노력의 ‘성질’에 관해 다시 재정의하고, 나를 설득하고 싶었을 것이다. 스스로 몰아붙이는(나와 같은) 성격의 유형은 이 책이 주는 메시지가 처음엔 역설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애씀’은 오랜 습관이다. 자신을 상처 내고, 몰아붙여 생긴 극심한 압박이 오히려 ‘잘 하고 있다’는 체감으로 다가온다. 결과로 다가섰을 때 얻는 칭찬, 성과, 물질 등의 그 어떤 것을 느끼며 긴장이 ‘탁!’하고 풀리는 그런 허탈감이 성취의 실체라고 생각했다. ‘설렁설렁’해서 흡족하게 손에 쥔 무언가는 내 것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 지배했으니까.


그런데 그 ‘애씀’을 찬찬히 펼쳐놓고 들여다본다. 그 속에는 어떤 것들이 섞여 있었나? ‘행동’뿐만 아니라 그 속에는 ‘걱정’, ‘두려움’이라는 없어도 그만인 감정이 뒤섞여있다. 결과를 내기 위한 실제 행동의 비중은 얼마나 컸을까. 나는 주로 그 감정과 행동의 총집합을 ‘애씀’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어렵지만 좋았다. 나에게 쓰는 처방전 같았으니까. 이 책은 열 개의 목차로 구성돼 있으며, 애쓰지 않고 자연스럽게 결과에 이르는 방법론 혹은 깨우침에 관하여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계획의 무용함과 행동의 찬란함


 

뛰어들어야만 보이는 세상이 있다. 백 권의 책을 읽어도 직접 행하는 과정은 다르다. 배운 대로 진행된다면 우리는 진작에 무수한 성공을 일궈냈을 테니까. 우리가 결과에 이르는 과정은 변수가 너무나도 많아 실시간으로 변경된다. 당신이 가장 최근에 했던 노력은 무엇인가? 취업 준비? 사업? 업무? 체중 감량? 언어 공부? 노력의 지난날을 면밀히 살펴봤을 때 세워논 계획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아무런 방해도 없이 순조롭게 진행된 경험이 당신에게 단 한 번이라도 있었을까?


이 사실을 최근에서야 깨닫고 난 꽤 충격을 받았다. 무수한 계획을 세워왔고 그 계획 속에서 만족감과 자신감을 얻었지만, 계획대로 순조롭게 무언가 얻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행동 앞에 오는 수많은 계획의 시간이 사실 무용했다.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유재석 씨와 장기하 씨가 대화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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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두 분은 인생에 큰 목표가 없다며 그저 지금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한다고 말했다. 나는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이해되지 않았다. ‘사람이 어떻게 원대한 인생의 목표도 없이 살 수 있지? 많은 것을 이룬 두 분이니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나를 곱씹어 보니 그랬다. 계획대로 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뭐든지 계획한 대로 된다면 그건 시나리오대로 만들어지는 드라마지, 현실이 아니다. 아니면 그건 내가 목표로 삼을 만큼 어려운 일이 아닌 것이다. 오히려 행동을 시작했을 때 얻는 큰 깨달음이 더욱 찬란했다. 해보니 보이는 것들, 알게 된 새로운 경로, 방법, 즐거움 같은 것이 나를 결과에 빠르게 다가가도록 만들었다.

 

 
그들에게 행동의 즐거움은 예상치 못한 것을 발견하는 데 있다. 행동해야만 알 수 있는 무언가(올라보지 않은 등산 코스를 발견하는 일이라든가)와 행동하면서 알게 되는 자신의 모습(용기나 두려움 같은 가치)을 발견하며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다. 행동을 하면 그 행동의 결과에 우리 자신이 가장 먼저 놀라기 마련이다. 이것이 수동적으로 머물라는 의미는 아니다. 스스로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에 주의를 기울이면, 바람과 파도에 따라 진로를 수정하는 선원처럼 나 자신의 경로를 수정하고 새로운 결정을 내릴 수 있다. p.53
 


‘목표, 발사, 조준’

 

일단 발사한다. 그리고 조준한다. 어쩌면 가장 완벽한 실패법이라고 보이는 이 순서가 사실 우리의 삶엔 정답일지도 모르겠다. 계획대로 되는 건 진실로 단 하나도 없다. 내일 갑작스러운 비가 와서, 갑자기 예상치 못한 사고가 나서, 갑자기 먼 친구가 찾아와 당신이 세워놨던 계획이 증발해버려도 받아들여야 한다. 이것이 우리의 삶의 실체니까. 계획 없이 사는 삶이 불안하다면, 행동 없이 사는 삶은 비참하다. 우리는 행동함으로써 끝내 길을 직시할 수 있고, 두려움은 이윽고 걷히게 된다.

 

 

 

이완이 애씀이 되지 않기를


 

 
“있지, 바네사, 어떤 목표는 간접적인 방법으로만 달성할 수 있어. 네가 종일 바칼로레아 시험만 생각한다고 해보자. 그러면 막상 시험 날이 되었을 때 너무 긴장해서 실력 발휘를 못 할 거야. 어떤 목적에 너무 얽매여 있으면 오히려 달성하지 못할 확률이 더 크다는 얘기야.” p.207
 


이처럼 저자는 모든 문장에서 과한 생각과 목표, 경직된 노력보다는 어느 상황에서든 편안한 노력을 하며 앞으로 나아가라 말한다. 사실 이 책을 다 읽고 덮어도 이렇게 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부드러운 사고와 태도가 세월이 흘러 연륜과 함께 따라올지 몰라도, 당장 이런 상태로 만들기 위해 다시 과한 ‘애씀’을 해야할 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 저자는 이완된 몸이 긴장한 몸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휴식과 자신만의 편안한 자세를 만들어가라는 메시지다.


사실 애쓰지 말라는 말보다, 목표와 행동보다, 이완과 휴식이라는 단어가 내겐 더욱더 어렵다. 나의 휴식은 대체로 제풀에 지쳐 쓰러지거나, 엉망진창인 순간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내가 얼마나 급발진과 쓰러짐의 순환 속에서 살아왔는지 휴식이라는 단어가 주는 감정과 형상을 떠올리며 다시금 깨닫는다. 부드럽고 느슨하고 자연스러운 노력. 이 책을 읽고 소개하고 있는 지금 나 역시도 어렵게 느껴지지만, 적어도 이 말이 무엇인지는 안다. 그리고 이와 반대되는 노력이 얼마나 행복을 빼앗아가는지도 안다. 인생이라는 파도를 좀 더 유연하게 탈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멋진 하늘과 바다를 보드 위에서 마음껏 볼 수 있겠지. 나, 조금 더 편안해지고 싶다.


 

[산수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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