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리는 달에서 왔어 - 문스토리

글 입력 2021.05.23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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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서있는 진실 VS 위로를 품은 거짓


 

문스토리_공연사진_1.jpg

 

 

왜 지구에선 달의 앞면 만을 볼 수 있는 걸까?


...라는 질문으로부터, 뮤지컬 <문스토리>는 시작된다. 사실 답은 간단하다. 지구에서 달의 앞면만을 볼 수 있는 이유는 달이 스스로 한 바퀴를 도는 자전주기와 지구의 주위를 한 바퀴 도는 공전주기가 일치하기 때문이다. 이는 초등학교 과학 시간에도 배울 수 있는 기초적인 상식이지만 <문스토리>는 그것이 “사실과 다르다”며 다음과 같이 말을 잇는다.


“지구에서 달의 앞면만을 볼 수 있는 이유는, 달이 지구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거기에 달이 그토록 지구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이유는 달에서 태어났지만 지구로 떠나가버린 달의 아이들을 그리워하고 있기 때문이고, 지구에 사는 우리는 중 누군가는 사실 달을 떠나오면서 기억을 잃어버린 달의 아이라는 이야기를 덧붙인다.


허황되기 짝이 없는, 차라리 동화에 더 가까운 이야기. 만약 과학적인 사고, 정확한 인과관계만이 진실과 거짓을 구분할 수 있는 유일한 지표라면, <문스토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말로 가득한 뮤지컬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건 잘못된 것일까.


날 선 세상이 진실을 앞세워 나를 상처입힐 때, 뻔한 거짓말을 통해 마음을 위로받고 다시금 그 세상 속을 헤쳐나갈 용기를 얻을 수 있다면 어떨까. 그 거짓의 가치가 진실보다 못하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아니, 그 이전에 우리가 사는 세상이 애초에 고작 하나뿐인 진실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한 곳이긴 한가.


어쩌면 우리는 우리가 믿고 싶은 진실만을 믿기에 바쁜 나머지, 너무나 많은 진실을 거짓으로만 치부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서로 상반되는 진실을 일일이 헤아리며 살아가기엔 우리가 사는 이곳, “지구의 자전은 너무나 빠르”므로. 뮤지컬 <문스토리>는 바로 그런 지구의 자전주기 속에서 거짓된 존재가 되어야만 했던 달의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다.

 

 

 

난 달에서 왔어


 

문스토리_공연사진_8.jpg

 

 

특별함이라는 건 상대적이다. 누군가에겐 특별한 것이, 다른 누군가의 눈엔 특이한 것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전자와 달리 후자는 경계심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의 다름이 특이한 수준을 넘어 모두가 공유하는 같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생각마저 들 때, 집단의 방어기제는 그 특별함을 거짓으로 치부하려 들기에 이른다.


역사 속 수많은 차별은 항상 그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동성애는 사랑이 아니다, 흑인과 천민은 인간이 아니다, 이주민은 국민이 아니다...등등. 다름을 틀림으로 규정짓는 세상에서 선을 넘은 특별함은 장점이 되지 못한다. 세상이 인정하는 특별함은 모두에게 이미 인정받는 분야 안에서 특출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고작이다. 특별하되, 벗어나진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달의 아이는 역사 속 수많은 차별들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기에 지구로 건너온 달의 아이들은 스스로 달의 아이임을 망각해야만 했다. 지구의 자전 속도에 맞춰 살아가기에 달의 아이로서의 기억은 너무나 버거운 짐이었으므로. 그와 함께 달의 아이들은 차츰 진심으로 사랑하는 법도, 살아가는 법도 잊어버리고 만다. 그것은 결국 자기 자신을 잊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었지만, 문제는 없다고 믿었다. 잊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면 그뿐이었으므로.


하지만 그럼에도 잊어선 안된다고, 내가 나라는 이유만으로 나를 상처입히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긍정해선 안 된다고, <문스토리>는 노래한다. 왜냐하면 모두의 같음 속에서 나를 나로서 존재하게 하는 나만의 다름은, 저 먼 우주의 달마저도 그리워하는 눈부신 특별함이므로. 그 사실을 잊지 않고 (마치 황이 자기도 모르게 달의 아이였을 적의 기억을 만화로 그려냈듯이) 끝없이 그려나가는 일이야말로 제대로 된 삶을 살아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내가 나를 잊지 않는 한, 아무도 나를 지울 수 없다. 그러니 잊지 말고 함께 기억해나가자고 하는 그들의 노랫말에 어떤 위로나 위안을 받았다면, 당신 또한 공연이 끝난 후 올려다본 밤하늘 속에서 당신을 바라보는 달을 마주 보며 이렇게 중얼거리게 될지도 모른다.


“난 달에서 왔어.”라고. 그리고 그 말은 거짓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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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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