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생각 덜기 연습 중입니다 [사람]

글 입력 2021.05.15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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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의 상태를 아주 잘 대변해 주는 사진이다. 행위로 따지면, 쉼 없이 '쌓기'만 하는 삶이다. 쌓기만 하다 보면 분명 저렇게 꺾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그게 불편하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지만 기어코 쌓으려고만 한다. 쌓기만 하고 더하기만 할 줄 알지, 뺄 줄은 모른다. 애초에 그 방법을 모르는 것 같기도 하다. 스스로 참 미련하다는 생각도 든다. 최근에는 스스로도 문제를 인정하고 나의 가족에게, 친구들에게 이렇게 고백했다.

 

"어느 순간부터 생각하지 않는 법을 잃어버렸어."

 

하루에도 몇 번씩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어떤 생각이 왔다가 사라진다. 생각은 분명 흔적을 남긴다. 명확하게 어떤 형상이 있는 것도 아니다. 때로는 그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지배할 때면 쉽게 지워지지 않고 한자리에서 꽤 오래 머문다. 심하면 마음까지 조종하기도 한다.

 

결국 사로잡힌 생각과 마음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사태에 이르게 된다. 무엇이 문제인지도 모른 채 '정체' 구간에 이르는 것이다. 그럼 난 다시 불안해지고 부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히게 된다. 스스로 만들어낸 불필요한 생각에 대한 집착의 끝을 맛본 것이다.


 

데카르트는 말한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파스칼도 덧붙인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

 

 

물론 인정한다. 나야말로 생각으로 먹고 자라나는 사람이니까. 그러나 가끔 생각으로 인해 다시 일상에서 정체 구간을 겪을 때면 그런 말들도 소용없다. 생각은 뇌에서 피어오른 안개와 같고, 정리되지 않은 생각은 마음의 짐이다. 생각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중요한 강점 중 하나이지만, 처리되지 않고 분류되지 않은 생각이 너무 많은 것은 스펀지에 물이 잔뜩 스며든 것처럼 부담스럽기만 하다.

 

 

 

가장 큰 문제는 나의 생각 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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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덜지 못하는 가장 큰 문제는 나의 생각 회로 습관에 있다. 내게는 매일 보고 듣는 모든 것을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것이라 여기며 서로 연결 지으려는 습관이 있다. 분명 일적인 영역에서 다양하고 좋은 아이디어를 얻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온전히 나를 위한 행위는 아니다. 머릿속에서는 나 자신을 위한 공간은 어디에도 없었고, 때문에 일상 중 어디에도 온전한 '쉼'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필라테스를 하면서도 아까 받은 일러스트 시안 작업에 대해 뭐라고 답장하면 좋을지를 생각하고, 산책할 때에는 갑자기 떠오른 글감 때문에 걸음을 멈추고 휴대폰을 꺼내들어 메모하기도 했다. 그런 내 모습을 보며 심각성을 느꼈다. 그래도 "다들 이렇게 사는 거 아니겠어."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겨도 봤지만 소용없었다. 어느 순간 이렇게 살다간 내 수명이 단축될 것 같다는 위기의식을 느꼈다.

 

그래서 나름 생각을 덜기 위한 방법으로 주변에서 제시해 준 다양한 해결책들을 시도해 봤다. 요컨대 산책, 명상, 음악 듣기 등등이 있다. 모두 기본적으로 정신을 다시 맑게 하고 마음속 편안함을 깃들게 하는 정적인 행위들이다. 물론 그것도 누군가에게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별로 도움이 되진 않았다. 명상의 경우, 나는 도리어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다시 또 생각을 하는 사람이니까.

 

참으로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생각 때문에 먹고 자라는 사람이 다시 생각 때문에 무너지기도 한다는 사실 말이다.

 

 

 

생각을 덜기 위한 사소한 실천, 세 줄 일기



최근에는 생각을 덜기 위해 조금 다른 방식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바로 세 줄 일기. 5월 1일부터 #오늘일기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블로그에 세 줄 일기를 쓰기 시작했는데, 벌써 어제까지 12번째 일기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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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쏭글쏭글+ 블로그 - 세줄인듯세줄아닌세줄일기

  

 

쓰는 방법은 간단하다. 첫째 줄은 가장 안 좋았던 일을, 둘째 줄은 가장 좋았던 일을, 마지막 줄은 오늘 또는 내일의 다짐이나 목표를 적는다. 친구의 말로는, 각 문항마다 그 질문만 생각하며 간단하게 적어야 하고, 꼭 순서대로 적어야 한다고 한다. 그래야 자율신경계의 작동으로 글을 쓰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가 좋아졌다가 마지막엔 다짐과 함께 심신이 안정된다고 한다.

 

계속 쓰다 보니 드는 생각이 있다. 오늘 하루 중 좋았던 일과 좋지 않았던 일을 구분 지어 묻는 것은 그 정도로 감정 기복이 있었던 날이었는가를 되묻는 일이며, 그런 식으로 나의 마음 상태를 돌보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실제로 일기를 쓰는 과정 중에 스스로 어떤 감정을 가지고 어떤 행동을 했는지 판단이 서고, 그것대로 간단히 하루가 정리된다. 신기하게도 하루 종일 불편하게 자리한 생각들이 한꺼번에 정리되기도 한다.

 

놀랍게도 세 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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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쏭글쏭글+ 블로그 - 세줄인듯세줄아닌세줄일기

 

 

사실 정확히 따지고 보면 세 줄 일기는 아니다. 번호만 달아 놓았을 뿐 여전히 세 줄을 넘어선다. 그래서 해시태그도 #세줄인듯세줄아닌세줄일기 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놓지 않고 있다. 언제든 세 줄로 쓰는 게 편해질 때 써도 늦지 않으니 지금은 내 마음을 돌보고 생각을 덜어보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
 

결국은, 생각을 덜기 위해서는 일단 뜬구름 잡던 생각의 실체를 하나씩 끄집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람마다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때로는 글이고, 때로는 말이었다.

 

어쩌면 지금도 어떻게든 불편한 생각들을 덜어내기 위해 아등바등 글을 쓰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찌 되었든 오늘도 이 글을 통해 나를 붙잡고 있던 고민을 밝힐 수 있게 됐다는 것으로 만족한다. 그것 하나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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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송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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