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영화와 만난 우주적 상상력 -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

글 입력 2021.05.11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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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미술이나 그림 애호가가 아니라면, 전시장을 들어섰을 때 ‘어, 저거!’ 라는 반가운 감탄사를 내뱉기는 좀처럼 쉽지 않다.


그만큼 전시장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익숙함의 감각이다. 그리고 다수의 관객은 이 ‘좀처럼 찾을 수 없는 익숙함’을 찾으려 바쁘게 움직인다. 한 전시장에 한 두 작품 있을까 말까한 유명 작품들 앞에만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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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전시,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에는 이와 같은 익숙함의 감각이 총 5부로 이루어진 전시장 곳곳에 가득하다. 심지어 나와 같이 평소 영화 관람을 즐기지 않는 관람객들에게도 말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고전 명작 <쥬라기 공원(1993)>이나 우리에게 주인공 제임스 본드와 일명 ‘본드걸’로 유명한 영화 <007 시리즈>, 그리고 세기의 미녀 오드리 헵번이 등장하는 <티파니에서 아침을(1961)>을 모르는 사람들은 아마 많이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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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 달튼. 그 자신 태어날 때부터 부모로부터 동서양의 뿌리를 모두 물려받았으며, 일찍이 출신지인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제외하고도 바르셀로나, 뉴욕, 파리 등 전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배우고 경험해온 인물이다.

 

전시장의 초반부에 소개된 그의 개인 이력을 보고 있으면, 그가 2021년 현재 겨우 40대 중반이라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다. 그만큼 그의 세계적, 아니 우주적 감각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는 사실 전시의 이 첫 페이지에서 충분히 유추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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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두렵습니다. 두려워요, 데이브,(I'm afraid. I'm afraid, Dave,』 , 2015

 

 

그러나 어린 시절부터의 이러한 다양한 경험을 자신만의 예술로 승화시키는 능력은 분명 그만이 지닌 고유한 힘이었을 것이다. 그 힘은 달튼이 아직 소년이었던 시절, SF 그리고 우주를 소재로 한 공상 과학 영화를 접하며 본격적으로 발휘되기 시작한다.

 

비범한 사람들이 자신들이 발을 붙이고 서 있는 우주가 아닌, 일찍이 그 너머의 세계인 ‘우주’에 관심을 가졌다는 것은 이제 어쩌면 다소 식상한 래퍼토리가 될 수도 있겠지만, 어찌 됐든 달튼 역시 어렸을 때부터 우주에 상당히 심취해 있었다. 다만 기존의 위인들과 그가 조금 달랐던 점은, 우주 그 자체라기보다 ‘영화’를 통해 접한 간접적인 우주에 좀 더 빠져있었다는 점이다.


비록 그가 접한 건 간접적인 우주였을지언정, 이를 계기로 달튼의 상상력은 우주를 넘어선 그 어딘가를 향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는 자신과 ‘그 어딘가’를 이어준 매개가 영화라는 사실 역시 결코 잊지 않았다. 2부에서는 이처럼 그의 영감의 원천이 된 영화 그 자체에 대한 그의 애정이 담뿍 묻어난다.

 

물론 내가 방문한 시기의 전시장에서는, 작가인 달튼 외에도 이미 이 곳을 방문했던 수많은 관람객들 및 영화 애호가들의 각 작품에 대한 애정 어린 공기가 물씬 느껴지기도 했다. 비록 몇 안 되는 작품이지만, 이 몇 편의 작품들을 향한 나의 애정 역시 살짝 표시해두고 다음 전시장으로 향했다.

 

*

 

달튼 특유의 환상적이며 몽환적인 감성은 이후 많은 작품에서 그에게 가장 큰 영감을 준 영화감독 웨스 앤더슨의 작품인 <로얄 테넌바움(2001)>을 만나며 그 절정에 이른다.

 

시대별, 감독 또는 작가별 이라는 일관적인 테마 없이 다양한 키워드들을 주제로 이루어진 4개의 전시관과는 달리,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그리고 노스탤지어’라는 제목의 3관에 전시된 작품들은 모두 웨스 앤더슨의 영화들을 모티브로 한 작품들이라는, 공통된 테마가 존재한다. 그리고 그와의 조우가 작가의 인생에 있어 가장 결정적인 순간이었음을 말해주기라도 하는 듯, 이 부분은 이번 전시의 5개의 전시관들 중 딱 중간에 해당하는 3관에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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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 부분답게, 이곳에서는 한 면 전체가 모두 대표 작품인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2015)>의 포스터에 삽입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테마로 꾸며진 공간을 만나볼 수 있었다. 선명한 듯하지만 또한 어딘가 빛바랜 묘한 모습의 호텔은, 이 전시장의 제목처럼 한 번도 이 곳에 가보지 않은 나로 하여금 묘한 노스탤지어, 즉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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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톨이 공중전화기 표지(The Lonely Phone Booth Cover』, 2010

 

 

노스탤지어, 옛날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대표되는 과거에 대한 그리움의 감각은 그의 다양한 작품들에서 일관되게 되살아나고 있기도 하다.

 

특히 그의 여러 작품들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소재는 다름 아닌 ‘전화 부스’다. 몇 년 후, 아니 이미 최근 몇 년 사이에 태어난 새로운 세대들에게는 이미 이 단어가 과거에 존재했다는 것 자체도 그저 환상적으로 여겨질 정도로 이미 레트로적인 것들의 대표 주자가 되어버린 이것은, 다행히 달튼의 상상 속에서는 아직 현재적 존재로 머무르고 있는 듯하다.

 

작가는 이미 지나가버린 것을 가지고 또 다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도 했다. 다름 아닌 동화다. 위 책은 그가 표지와 일러스트 삽화를 그린 동화책 『외톨이 공중전화기(The Lonely Phone Booth Cover』이다.


*

 

MBTI, 밸런스 게임 등 다양한 테스트의 광풍이 몰아치고 있는 2021년 현재의 대한민국에 한복판에 상륙한 전시답게, 전시장의 후반부에서는 ‘당신을 위한 영화 취향 테스트’라는 제목의 자체적인 영화 취향 테스트를 해볼 수 있었다.

 

여러 개의 YES와 NO를 따라 마침내 하나의 결과에 도달했다면, 자신의 유형에 해당하는 책갈피 하나를 집어 가방에 슬쩍 넣어보자. 아, 참고로 나는 ‘온기로 가득 찬 감동적인 스토리에 스며드는’, ‘드라마’ 유형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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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사랑했던, 그리고 우리가 사랑했던 그 시절 그 영화들의 자취를 좇다보면 어느새 다시 현재로 돌아오게 된다. 만약 아쉽다면, 그곳으로부터 다시 돌아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그의 작품이 주는 시도 때도 없는, 그러나 기분 좋은 익숙함에 취해 길을 잃는 것은 다시 생각해 봐도 꽤 괜찮은 경험이기 때문이다.

 

 

++
맥스 달튼
(Max Dalton)
 
맥스 달튼은 부에노스아이레스를 기반으로 바로셀로나, 뉴욕, 파리를 오가며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래픽 아티스트다. 그의 작품에 대한 영감은 영화, 음악과 같은 대중문화에서 온다. 50년대 만화에서부터 애니메이션까지 섭렵하며, 작가는 지난 20년 동안 독특한 일러스트 스타일로 자신의 세계를 구축했다. 특유의 물 빠진 듯 한 빈티지한 색감과 유머러스한 디테일이 인상적이다.
 
뛰어난 색감과 미장센으로 국내에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대표적인 영화의 아트북 『웨스 앤더슨 컬렉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일러스트레이션을 작업했고. 이후에도 <문라이즈 킹덤>, <판타스틱 Mr.폭스>, <다즐링 주식회사> 등 웨스 앤더슨 감독이 만든 영화라면 하나도 빼놓지 않고 전부 그림 속에 담았다. 그의 작은 작품들은 심플한 구성인 것에 비해, 대형 포스터들은 여러 주제별로 영화와 드라마의 상징성을 다방면에서 보여준다.
 

그는 주로 197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는 영화들을 주제로 하여 보는 이들에게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고전과 동시대를 아우르며 소위 '덕후'를 자극하는 디테일도 놓치지 않았다. 영화의 배경과 인물들과 한 화면에 압축적인 이미지로 표현하여 숨은 그림 찾기 같은 재미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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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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