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흙수저 여성 청년 3인의 코인 열차 탑승기 - 달까지 가자 [도서]

'억' 소리 날 때까지, 달까지 가자!
글 입력 2021.05.11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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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걸 좋아한다. 조금 많이... 좋아했던 것 같다. 한창 마카롱이 유행할 때는 일주일에 한 번씩 마카롱 데이를 지정하고 10개, 20개씩 사 먹는 게 소소한 낙이었다. 당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들을 보냈지만 나를 위해 이날 만큼은 비워두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른 봄날의 오후 2시 즈음, 마카롱을 닮은 파스텔 톤 색감의 옷을 그럴싸하게 차려입는다. 이는 마카롱에 대한 나만의 숭고한 의식이자 예의였다. 그리고 작은 문고본 하나를 챙겨 들고, 반려견과 함께 집을 나선다. 3시 정도면 인기 있는 상품들이 전부 품절이 되기 때문에 나는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한다. 가장 가까운 카페에서부터,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는 카페를 순회하며 먹고 싶은 맛들을 아낌없이 산다. 이후 한적한 공원의 의자에 비추는 볕뉘에 몸을 쪼이며, 하나둘씩 음미하기 시작한다. 흥얼거리며 포장을 까다 보면 눈 깜짝할 사이에 열 개의 마카롱이 사라지고 없었다.

 

그 날도 기다리고 기다리던 마카롱 데이였다. 평소 나는 “너무 달아서 몇 개 못 먹겠어!”라는 친구들을 가장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부러워했었다. 그런데 그 날은 조금 달랐다. 9개 정도 먹었을 때, 무언가 텁텁하고 찜찜한 기운이 몰려왔다. 결국, 마지막 남은 가장 애정하는 솔티 카라멜 맛 마카롱은 절반도 먹지 못하고 쓰레기통으로 향했다. 그런 날은 인생에 있어서 처음이었다. 그날의 충격이 컸는지 나는 한동안 단 음식을 자제할 정도였다.

 

황홀하게 입안에서 머물던 달달함의 향연 이후, 계속해서 되감으며 곱씹을 정도의 찜찜함. ‘달달한 일들만 가득하길 바랍니다.’라는 첫 장의 문구가 인상적인 장류진 작가의 신작 <달까지 가자>의 마지막 장을 덮은 후, 나는 그때와 같은 기분을 똑같이 느꼈다.

 

장류진 작가는 2018년 창비신인소설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단편집 <일의 기쁨과 슬픔>이 있다. 그녀는 10년 정도 직장 생활을 하다가 2019년 전업 작가로 전환했다. 오랜 직장 생활의 경험을 바탕으로 20대, 30대 청년들이 공감할만한 소설을 구상한다. 그녀는 현실을 재구성한 소설로 ‘하이퍼리얼리즘’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흙수저 여성 청년 3인의 코인 열차 탑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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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인 문학평론가는 도서 <달까지 가자>를 ‘흙수저 여성 청년 3인의 코인 열차 탑승기’라고 요약한다. 그의 말대로 단어를 하나씩 끊어 보면, 오늘날의 한국을 설명할 때 피해갈 수 없는 무게감을 지니고 있다. 흙수저는 수저계급론에서 가장 낮은 등급의 수저로, 한국에서는 중산층 자제 이상을 제외한 서민층을 뜻한다. 이는 만성화된 저성장 국면과 세습 자본주의의 경향을 관통하는 키워드이다.

 

‘여성 청년’이라는 키워드, ‘젠더’와 ‘유리천장’ 역시 한국사회의 문제적 현실을 살피는 것에서 빼놓을 수 없다. ‘코인 열차’는 가상화폐 붐이 일어나고 있는 현재, 부의 불평등과 청년들의 사회경제적 폐소감을 반영한다.

 

‘투더문(To the moon)’은 차트의 급상향을 바라는 투자자들의 은어다. <달까지 가자>는 제목과 같이 가상화폐로 성공을 거두기 바라는 청년들의 투자 모험담이다.

 

다해, 은상, 지송은 비슷한 시기에 기존에 없던 프로세스로 입사한 비공채 출신이다. 그들은 첫날부터 같은 ‘부류’ 라는 것을 직감하며 가까워진다. 이들은 여러가지 이유들로 집안에 빚이 있고, 아직 다 갚지 못했으며, 집값이 싸고 인기 없는 동네에 살고, 주거 형태가 월세이고 5평, 6평, 9평 원룸에 살고 있다는 공통 정보를 가지고 있다. ‘올해의 야근왕’으로 뽑힐 만큼 열심히 일해도 인사평가는 몇 년째 ‘무난’ 등급을 넘지 못하고, 공채와 비공채 사원에 대한 은근한 사내 차별 속에서 이들은 유대감을 느낀다.

 

 

나는 매일매일 모래알처럼 작고 약한 걸 그러모아 알알이 쌓아 올리고 있었지만 그걸 쌓고 쌓아서 어딘가에 도달하리라는 기대도 희망도 가져본 적이 없었다. 그냥 그 행위를 멈추지 않고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위안 삼으며 그런 동작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었다. 여태껏 쌓은 건 지나가는 누군가의 콧김 같은 것에도 쉽게 부스러져 내릴 수 있다는 사실은 구태여 직시하지 않을 뿐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식의 박음질이 더는 지겨웠다. 나는 그냥 부스터 같은 걸 달아서 한 번에 치솟고 싶었다. 점프하고 싶었다. 뛰어오르고 싶었다. 그야말로 고공 행진이라는 걸 해보고 싶었다.

 

<달까지 가자> 중에서

 

 

지나가는 누군가의 콧김 정도로 쉽게 부스러져 내릴지도 모르는 모래성을 위태로이 쌓아 올리던 다해에게, 은상 언니가 보여준 ‘눈앞에 번쩍이며 펼쳐져 있’던 ‘J커브’는 새로운 세계로 통하는 포털과도 같다. 그들은 은상을 따라 코인 열차에 동승하고, ‘아등바등의 세계로부터 고공 행진의 세계로 넘어가는 문턱을 밟고서. 그 안쪽을 자신 없이 기웃대면서’, ‘떡상’과 ‘떡락’의 풍파를 함께 겪으며, 마침내 ‘존버’와 ‘엑싯’의 기로에서 현명하게 길을 찾아 이윽고 달까지 간다. 은상 언니는 33억원의 자산가가 됐고, 다해와 지송도 그만큼은 아니지만 평범한 직장인이 쉽게 벌 수 없는 ‘억’ 소리 나는 수입을 얻으며 소설은 마무리된다.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말은 과거에는 그럴듯하게 들렸다. 오늘날, 하루의 삶도 아등바등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이 말은 조금 멀게 느껴진다. 은상과 지송, 다해가 입사한 회사 역시 이름만 들어도 알 정도의 대기업이다. 하지만 “보수적인 조직, 멍청한 리더, 짜디짠 박봉, 밀어주고 끌어주는 인맥의 부재, 배움 없이 발전 없이 개인기로 그때그때 업무 쳐 내기, 별다른 혁신도 자극도 없이 평생 이 상태로 근근이 유지만 할 것 같은 정체된 업계”라는 문장 속에서 수많은 여성 청년들을 대변하는 그들의 위치를 추측해볼 수 있다. 장류진은 대체 불가능한 인력으로서 회사에서 개인의 능력을 존중받으며 일하는 것이 아닌, 눈칫밥을 먹으며 그날 하루의 업무를 완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들을 짠하게, 그러나 유쾌하게 그려낸다.

 

슬프게도 등장인물들은 정확하게 자신의 위치를 인식한다. 그들의 삶은 에스컬레이터를 거슬러 오르는 것과도 같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이며 ‘제자리걸음’을 걷는 청년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두 눈에 눈물이 고이기도 했고, 손을 모아쥐고 그들을 응원하기도 했다. 이는 그들과 내가 공유한, 공유할 이야기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 속 그들의 삶이, 단지 소설만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독자인 나는 작은 방구석에서라도 그들을 위한 응원가를 부른다.

 

장류진 작가는 이 이야기를 마지막엔 꼭 설탕에 굴려서 내놓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주인공들에게 3억씩 주는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그렇다. 이 달콤한 결말은 판타지다. 책을 덮고 난 뒤, 9개의 마카롱을 먹고 나서 가장 아끼는 마지막 하나를 먹지 못했을 때의 충격적인 찜찜함을 느낀 것은 이 판타지로부터 비롯된 것일까?

 

불확실함이 공존하는 해피엔딩은 찜찜하기 마련이다. 은상은 33억 자산가가 되고, 지송은 이더리움으로 번 돈을 종잣돈 삼아 대만 흑당 수입 사업을 하고자 하며 이것의 성공은 작품 속에서 암시된다. 그러나 다해는, 퇴사를 결행하지 않는다. 그 결단은 그들이 달에 도달했다 할지라도 삶은 계속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녀는 이전과 같은 회사를 직장인으로서 살아가겠지만 3억 2천이라는 여유 자금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던 그녀의 삶에 ‘떡두꺼비’로 자리한다.

 

그러나 이러한 행운은 쉽사리 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달까지 가려다가 무분별한 투자로 인해 나락으로 추락하는 사람들도 다반사다. ‘흙수저’, ‘여성 청년’이라는 키워드로 요약이 가능하듯, 젠더와 부의 불평등에 관한 의문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소설은 그 행운은 무엇일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든다.

 

 

 

누구나 일확천금을 꿈꾼다


 

 

위험은 우려, 모험은 무릅쓰는 것.

 

<달까지 가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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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주식. 투자란 땀을 흘려 일을 한 것보다 간편하고 빠른 속도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수단이다. 그렇기에 유혹적이며, 이는 지나친 투자를 감행하게 한다. 가상화폐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고 그 안에 들지 못한다면 포모 증후군도 느끼는 시대에, 투자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전업투자자로 전환하는 청년들의 등장은 자연스러운 섭리로 느껴진다.

 

그렇다면, 일확천금은 가능할 것인가? 소설을 읽으며 가상화폐 혹은 주식으로, 계층 이동이라는 것을 한 번쯤 꿈꿔볼 수 있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부동산 가격이 비약적으로 상승했고, 안 그래도 개천의 잠룡을 꿈꾸는 것과는 멀리 떨어져 있던 청년들의 미래는 더욱 흐릿해졌다. 펜데믹과 더불어 불안한 사회에 주식, 코인 광풍이 불기 시작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 한국 주식시장의 개인투자자는 유례없는 수준의 순매수와 거래대금을 기록하였다고 한다.

 

이때다 싶어 낙관적 전망만을 담아 투기 심리를 부추기는 책들과 사람들이 다수 등장하기도 했다. 요즘 같은 시대에서 주식 투자는 필수적이라고 하지만, 충분한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달콤한 제안에 현혹되어 ‘올인’하거나 대출을 받는 행위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투자자로 전환하는 경우는 월급을 받지 않기에, 며칠간의 손실이나 수익이 없는 상황에서 쉽게 초조함을 느끼며, 본인이 원하지 않던 뇌동매매에 빠질 수도 있다고 한다. “비트코인으로 대박 나서 얼마 전에 퇴사한 걔 있잖아.”의 ‘걔’가 존재하다시피 일확천금은 가능한 일일 수도 있으나 일확천금만을 꿈꾸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일확천금을 꿈꾼다. 배금주의적일지라 할지라도 이것은 부정할 수 없는 우리의 욕망임이 틀림없다. “유쾌와 불쾌를 몰입하여 오갈 때의 선들이 어느새 시대의 초상을 그리고, 그 서늘한 얼굴은 소설을 덮은 다음에도 몇 년을 따라붙을 것이다.” 정세랑 작가의 추천사처럼 소설 <달까지 가자>는 몇 년 뒤에도 이 시대의 초상으로 자리할 것이다. 그리고 그 초상에는 ‘돈’을 향한 속물적인 욕망의 얼룩이 묻어 있을 것이다.

 

 

 

Dear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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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나에게 이리 눈 부신 건 내가 너무나 짙은 밤이기 때문인 걸

 

'Dear Moon' 중에서

 

 

“달빛이 공평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이유는 ‘Dear Moon’을 작사할 때, 이러한 생각을 하며 곡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희미한 빛으로도 어두운 골목길 구석구석까지 비추는 모습이 오히려 따사롭게 내리쬐는 햇볕보다 공평해 보였다고.

 

<이방인>의 저자 알베르 카뮈는 ‘나는 가난했지만, 햇빛이 비치는 곳에서 가난했다’라는 말을 남겼다.

 

자취방을 구할 때, 나는 남향에서 햇빛이 들어오는 집에 살고 싶었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남향이라는 조건은 예상보다 큰 금액을 요구했다. “ ‘아침 햇살에 눈을 떴다’라는 말. 자연스럽고 흔한 말이지만 그런 자연스러움은 결코 쉽게 가질 수 있는 게 아니었다.”라는 <달까지 가자>에서 다해의 말처럼, 햇빛은 누군가에게 있어서는 자연스럽게 누릴 수 있는 것이지만, 그 반대편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그들의 넉넉하지 못함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To the moon’. 차트의 급상향을 바라는 투자자들의 은어. 한 달 벌어 한 달 살던 다해가 제자리걸음 하지 않도록, 밑 빠진 독에 물 붓지 않도록 그것을 막아주는 떡두꺼비와도 같은 것. 이 책은 주인공들에게 3억 정도를 선사함으로써 그들이 정체되지 않고 나아갈 수 있게 만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그 돈이 평등한 삶의 조건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나는 이 책의 제목이 <달까지 가자>라는 것이 괜시리 좋았다. 해가 아니라 달로 간다는 것. 어두운 골목길 구석까지도 희미한 빛을 보내는 것. 소설이 끝나고 나서도 많은 이들이 함께 평등한 삶의 조건으로 누릴 수 있도록 그 방법을 찾자는 것. 사실 이것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달빛’을 찾자고 은유하는 소설의 메시지와도 같았기 때문이다.

 

 

 

출근길을 응원해주는 장류진의 경쾌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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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람이 그렇게 "네네"만 반복하며 살다가는 뜨거운 증기를 가득 머금은 밀폐용기처럼 위험해진다는 것을, 그래서 열기가 비집고 나갈 숨구멍 같은 게 필요하다는 것을, 지난 3년 11개월간의 "네네" 끝에 스스로 깨우쳤다. 그런 구멍은 클 필요도 없다. 아주 살짝, 가느다란 틈새만 만들어주면 된다. 그러면 감히 손대기가 두려울 정도로 위태롭게 들끓던 무언가가 그 실금 같은 틈으로 푸슈슈슈, 하는 시시한 소리를 내면서 빠져나간다. 폭발하면 안 된다. 그릇이 깨져서는 안 된다. -14p

 

“아, 좀 걷자고! 뛰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냥 걷기만 하겠다는데 그게 왜 이렇게 힘들어?”

“꼭 그것 같아. 게임하다가 디버프 걸리면 걸음 느려지는 거. 앞으로 전진하는 방향 키를 아무리 눌러도 발에 모래주머니 단 것처럼 무겁게 천천히 나가는 그런 거.”

“완전…… 우리 인생이잖아?” -57p

 

내가 간과한 것이 있었다. 의외로 상식적인 사람은 굉장히 드물다는 것을. 내 상식의 스탠더드가 너무 높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131p

 

자신에게 원래 있는지도 몰랐던,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빠져나간 자리. 그 흔적만이 남은 얼굴. 월급 받아 먹고사는 사람들의 얼굴. -162p

 

 

그녀의 단편 <일의 기쁨과 슬픔>을 읽고, 그 이후의 책을 그렇게나 기다렸었다. 하필 시험 기간에 그녀의 첫 장편 <달까지 가자>를 손에 쥐었고, 첫 페이지를 넘기자마자 “큰일 났다.”를 연발했다. 시험공부를 해야 하는데, 멈출 수 없이 넘어가는 ‘페이지 터너’ 그 자체인 책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나서야 피곤한 눈으로 다음 일정을 이어갈 수 있었다.

 

주식 커뮤니티에서조차 현실적이고 디테일하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의 리얼한 묘사, 그녀의 책을 읽고 있는 동안은 완벽하게 책 속의 주인공이 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있을 것 같은 캐릭터와 있을 법한 사건의 전개는 현실에서 또 다른 현실을 마주한 기분이 들고, 그것은 책을 덮고 나서는 자연스러운 현실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개별적인 이야기를 보편적인 이야기로 만드는 교묘함을 그녀는 갖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넘어서 무거운 주제를 경쾌하게 풀어내는 그녀의 능력이 감탄스럽다. 자본주의의 작동 원리를 현실에 있을 법한 이런저런 이야기들로 풀어내는 센스있는 능력과 유쾌함. 서늘한 시선으로 자신의 상황을 자조하며 그런 와중에도 직장인들이 할 법한 농담으로 승화시키는 책 속의 주인공은 그녀를 닮은 듯하다.

 

“당신만이 그런 게 아니다. 당신이 이상한 것이 아니다.”

 

그녀의 책들을 읽으면서 내가 받은 커다란 위로였다. 직장을 다닌 것은 아니었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거의 쉬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하고 싶은 것이 많아 투잡을 뛰기도 했고, 학교 시간표를 이틀로 몰고 직원으로 일을 하기도 했다. 개강 혹은 대외활동 스케줄과 겹쳐 빠르게 그만둔 것까지 합하면 총 10개 이상의 아르바이트는 했던 것 같다. 외국계 방송국의 인턴으로 일을 하기고 했고, 항공사의 실습생으로 공항에서 승객들을 안내하기도 했다. 다양한 서비스 경험은 인생을 살아가는 것에 있어서 꼭 필요한 진리를 깨닫게 해 주었지만, 사람에 크게 실망하게 되기도 하였다.

 

내 상식의 스탠더드가 너무 높은가? 대체 저 사람은 왜 이렇게 무례하지? 내가 예민한 건가? 내가 지나치게 반항적인 것인가?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일을 하다 보면 종종 이러한 의문에 휩싸일 때가 많았다. 그런데 그녀의 소설 속 주인공도 나와 마찬가지였다. 그러한 상황과 캐릭터를 의도적으로 설정함으로써 그녀는 ‘이런 상황에서 너만 그런 게 아니야. 누구나 그래.’라는 따뜻한 공감을 전한다. ‘괜찮다’고 말해주는 소설. 내게 장류진 작가의 소설은 그러했다.

 

앞으로 내가 뛰어들게 될 직장 생활이 얼마나 험난한 가시밭길일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장류진의 소설과 함께라면, 소주 한잔과 유쾌한 농담으로 그날의 시름을 날려버릴 수 있는, 의연한 직장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많은 이들의 기대 속에서 첫 번째 장편마저 근사하게 써 내려간 장류진 작가의 이후의 이야기에 응원과 관심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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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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