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어른들을 위한 동화, 뮤지컬 '문스토리' [공연]

"난 달에서 왔어."
글 입력 2021.05.09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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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에는 문스토리의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어쩔 수 없이 존재한다. 결말을 모른 채 보고 싶다면 공연을 보고 와서 읽기를 추천한다!

 

*

 

대학로 공연에 한 번이라도 빠져본 적 있는 사람은 안다. 이게 얼마나 개미지옥인지!

 

날마다 새로운 극은 올라오고, 내가 좋아하는 배우와 작가들은 부지런하게 일을 한다. 그렇게 된다면 나는 어쩔 수 없이 티켓팅 전쟁에 참가하고 4호선을 타고 혜화역에 내린 다음에 대학로 소극장을 찾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하나의 공연을 보면, 또 거기서 좋아하는 배우가 생긴다. 거기까지 도달한다면 이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주로 배우나 작가를 보고 공연을 찾는 편인데 -물론 좋은 자리가 생긴다면 나도 모르게 예매버튼을 누르고 있기도 한다.- 이번 뮤지컬을 보게 한 범인은 소정화 배우였다. 팬레터에서 히카루로 처음 만났는데 거짓말을 좀 보태자면 극이 끝나는 순간 완전하게 홀려버렸다. 그리고 이제 저 배우의 필모그라피를 따라가야겠다고 결심했다.

 

나는 목소리가 허스키한 편이라 허스키한 목소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소정화의 노래를 들으며 정말 좋은 건 취향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됐다. 허스키한 목소리는 매력적이고, 관객을 휘어잡는 강한 카리스마와 힘에 압도당하는 경험은 정말 즐거우니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당신에게도 그녀의 공연을 한 번은 보라고 꼭 추천해주고 싶다.

 

 

소정화 사진.jpg

 

 

그러니까 나는 할 일을 산처럼 쌓아두고 자의로 공연을 선택했다기보다는 ‘우리 이야기 보러와요:)’ 라며 웃고 있는 소정화 배우의 말을 들은 것뿐이라는 변명을 하고 싶다는 말이다.


 

포스터 진짜.jpg

 

 

‘기억을 지운 한 택시기사가 있어요.’라는 대사로 뮤지컬은 시작한다. 지지부진하게 줄거리나 설명하고 싶지는 않다. 내용이야 직접 가서 보면 되는 일이니까. 하지만 약간의 시놉시스는 허락해주길 바란다.

 

택시기사 이헌은 무의미하게 일을 한다. 그러던 중 누군가를 차로 치는 사고가 나고 집으로 데려온다. 눈을 뜬 그는 자신은 ‘용’이라며, 너는 나와 마찬가지로 달에서 온 아이라고 기억이 나지 않냐고 묻는다. 그게 무슨 말이냐며 의아해하는 이헌의 집에 들어온 사람은 8년만에 들어온 ‘린’으로, 과거에 남자였던 린은 이제 여자가 되어 이태원의 바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고 한다.


일상을 방해받고 싶지 않은 이헌은 나가라고 하지만 용과 린은 나가지 않고, 이헌이 밖으로 나오고 만다. 그런데 다음 날, 다시 세상에 나와 줘서 고맙다며 기자인 수연에게 전화가 온다. 린이 이헌 몰래 그가 그렸던 만화를 수연에게 보낸 후에 이헌의 전화번호를 가르쳐 줬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공연사진.jpg

 


공연을 보며, 캐릭터를 참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보통 주인공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관객은 주인공의 감정선과 시간선을 따라가는 만큼, 민폐를 부리거나 주인공의 일상을 방해하는 캐릭터가 있다면 짜증이 나기 마련인데 그런 게 없었다. 당연하다는 듯 주인공의 삶을 휘젓는 등장인물들을 보면서도 그들이 궁금하고 어떤 이야기가 이어질지 기대가 됐다.


결말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개인의 선택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의 이야기가 된다고 생각한다. 하룻밤의 꿈처럼 정말 달의 아이들이 존재하는 달콤한 한 편의 동화라고 느껴질 수도 있고, 혹은 전부 이헌의 상상이었다는 뒷맛 씁쓸한 이야기로도 볼 수 있다.

 

처음에는 달의 아이라고 말하는 용과 죽은 린만이 이헌의 상상 속 인물인가 싶다가도, 용과 수연이 만나 방송을 하는 부분을 보면 정말 달의 아이인 용이 존재하는 판타지거나, 실존 인물인줄 알았던 수연마저 이헌의 상상이라는 결말에 도달하는 것이다. 물론 다른, 더 다양한 해석도 가능하다. 결국 관객이 공연을 본 이상 그 공연은 관객의 것이니까.


정해진 순간에 ‘움바쿰보 쿰토 미키야 알리타카 바바야케’라는 주문을 외면 달의 아이들은 지구로 갈 수 있다. 그렇게 하나 둘 떠나버려 결국 달에는 셋 밖에 남지 않았는데, 이들도 결국 지구로 전부 오고 말았다. 이제 결말에서 용이 소주를 들고 달로 돌아가게 된다면 달에는 용이 있겠지.

 

나는 이제 밤에 달을 보면 그들의 이야기를 가끔 떠올릴 것이다. 뮤지컬이 주는 다양한 선물 중에 하나가 이거라고 생각한다. 공연 자체는 두어시간 남짓하고 끝나더라도, 그 공연이 준 감동은 삶을 살아가는 순간순간에 힘이 되어준다. 나와 배우들이 함께 호흡하던, 무대 위 배우들이 부르는 노래에, 눈빛에, 대사에 기꺼이 현실을 잊고 빠져들던 그런 순간도 있었지, 하고 말이다.



이벤트 사진.jpg

 


<문스토리> 뮤지컬은 yes24에서 예매를 할 수 있으며 자리가 아직 많이 남아있다. 다양한 이벤트도 진행 중이니 취향에 맞는 이벤트 날을 골라 가기를 추천한다.


 

조각카드.jpg

 

 

공연을 보고 난 후에는 다관람 혜택을 증정하기 위해 이렇게 조각카드에 달 스티커를 붙여주는데, 이것도 나름 스티커를 모으는 재미가 있다.

 

 

 

 

컬쳐리스트 명함.jpg

 

 

[안우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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