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탄생과 죽음 : 죽음의 춤

당신에게 죽음이란?
글 입력 2021.05.03 20:09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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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탄생도 보았고,

죽음도 보았는데

그 둘이 다른 줄만 알았다.

 

- T.S. 엘리엇

 


책의 초입에 적힌 문구를 재차 읽었다. 탄생과 죽음은 같은가? 다른가?


우리의 탄생은 수많은 노력을 통해 이뤄진다. 반면 죽음은 피하기 위해 노력한다. 축하받지 못한 탄생이 드문 만큼 축하받는 죽음 또한 드물다. 그럼에도 탄생과 죽음은 같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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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춤’에는 예측할 수 없는 황당한 죽음을 맞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먹다가 죽고, 자신의 수염을 밟아 넘어져 죽고, 춤을 추다 죽고, 스카프가 바퀴에 걸려 죽고.


그들은 자신의 잘못으로 죽기도 하지만 아무 이유 없이 죽기도 한다. 사람이 이렇게도 쉽게 죽나 싶다. 사소한 일들로 죽음을 맞는 장면을 보고 있자니 몇 년 전 유행했던 개복치 게임이 떠오른다. 게임 속 개복치는 물이 차가워서 죽고, 먹이를 먹다 죽고, 자고 있다 육지에 다다라서 죽고.

 

사소한 이유들로 돌연사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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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귀여운 일러스트로 된 게임이라도 주인공의 죽음을 메인 테마로 하면서 인기를 끌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게임이 반감을 사지 않은 이유는 그 죽음들이 허구처럼 느껴진다는데 있다.


만화영화에서 쉬이 등장하는 과장된 폭력처럼 실제로 그렇게 쉬운 죽음은 없다고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책 속에 등장하는 기원전부터 2011년까지의 다양한 죽음들은 죄다 허무하고 엉뚱하다. 처음에는 아무래도 그 이유로 죽은 건 아닐 테지. 지병이 있지 않았을까, 했는데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이 모든 죽음들의 이유가 뭐였든 결국 죽음인 것을. 죽음은 이렇게나 예고 없이 누구에게든 찾아오는 것임을.


짧은 문장과 그림으로 이뤄진 책은 빠르게 책장을 넘기며 읽을 수 있었는데, 그 사이사이에는 이어지는 삽화들이 끼워져 있었다. 숲속에서 화살을 피해 달아나는 사슴. 사슴은 달아나다 잠깐 쉬던 중 사냥꾼의 화살에 맞아 마지막장에 와서는 결국 죽고 만다.


죽음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피해 달아나다가도 예측하지 못한 찰나의 순간에 다가오는 것.


‘안 아프게 죽고 싶다.’


영화 속 주인공의 마지막 순간을 보며 그런 바람을 가진 적이 있다. 죽음은 아프고, 슬픈 것. 어릴 적 내가 아는 죽음은 그랬다.


좀 더 나이를 먹고 나서는 죽음이 가벼워졌다. ‘이러다 죽겠다.’ ‘죽을래?’ 하며 가벼이 죽음을 입에 담았다. 이때까지도 죽음은 나와 거리가 먼 것이었다. 그러다 몇 번의 죽음을 마주하게 됐다. 실제로 마주한 죽음은 치열했던 삶과는 반대로 허무했다.

 

*


사람은 어떤 형태로든, 언제든, 어떻게든 죽음을 맞는다. 책을 읽고 한참 생각을 정리하다 비로소 위에서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을 알았다. 탄생과 죽음은 같은가?


물론 같지 않다.


하지만 다르지도 않다.


누구나 탄생과 죽음을 맞는다. 탄생이 있기에 죽음이 있고, 죽음이 있기에 탄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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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도 죽음은 여전히 입에 담기 무겁고 슬픈 것이다. 하지만 여러 죽음을 지나보내며 죽음은 또 다르게 다가오겠지.


어떤 죽음의 순간은 사실 슬프지 않다. 남겨진 사람을 슬프게 하는 것은 죽음의 순간보다는 살아있는 동안의 기억이다. 삶에 더 충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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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연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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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  
  • 푸른하늘
    • 남겨진 사람을 슬프게 하는 것은 죽음의 순간보다는 살아있는 동안의 기억이다, 라는 말 너무 인상적이에요..!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
    • 1 0
    • 댓글 닫기댓글 (1)
  •  
  • 곰람끼
    • 푸른하늘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죽음은 처음엔 실감나지 않다가도 시간이 흘러 기억을 떠올릴때, 부재를 느낄때 비로소 아프게 다가오더라고요.
      오늘도 좋은 기억으로 남을 하루 되셨길 바랍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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