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주에서 인생을 배우다 [문화 전반]

우주의 탄생부터 '창백한 푸른 점'에 이르기까지
글 입력 2021.05.1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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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밤하늘을 얼마나 올려다보는가? 아쉽게도 도시의 밤하늘에서는 별을 많이 볼 수 없지만 수없이 넓고 깜깜한 밤하늘을 보다 보면 복잡했던 머릿속은 정리되고 마음은 편안해진다.

 

당신은 우주의 일부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하는가? 고대의 철학자들은 우주를 바라보며 세상은 왜 존재하게 되었는지 궁금해했다. 우주에는 우리 인류가 찾고 싶어 했던 답이 있다. 만물의 근원은 무엇인지,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 중인 건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우주를 보면 우리의 삶이 보이고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 수 있다.

 

 

 

세상의 시작




“신비한 것은 세상이 어떠한가가 아니라, 세상이 존재한다는 그 자체다.”


- 비트겐슈타인

  

 

일찍이 고대의 철학자들은 우주의 존재에 대해서 궁금해했다. 17세기 독일의 철학자이자 수학자, 물리학자, 역사학자인 라이프니츠는 ‘왜 세상은 텅 비어 있지 않고 무언가가 가득 차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 외에도 많은 철학자들이 만물은 어디서 온 것일까라는 원초적인 질문의 답을 찾으려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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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철학자 탈레스는 만물의 근원에 대한 답을 첫 번째로 내놓는다. “만물의 근원은 물이다.” 정답이라 할 수 없으나 근원에 대해 처음으로 내놓은 대답이었기에 철학사에 뜻깊게 기록되었다. 구체적인 것의 처음으로 답을 낸다는 것의 의미는 깊다. 그 뒤로도 ‘만물의 근원은 4원소이다.’ 등등 수많은 가설들이 나왔다.

 

그러나 20세기가 돼서야 가장 과학적인 답이 등장한다.

 


 

빅뱅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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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7년 가톨릭 신부이자 천문학자인 르메르트는 우주는 한 시점에서 시작되어 지금도 팽창하고 있는 ‘팽창우주 모델’을 들고 나왔다. 매우 높은 에너지를 가진 작은 ‘원시원자’가 거대한 폭발을 일으켜 우주가 되었다는 ‘빅뱅 이론’이다. 우주의 맨 처음은 아름다운 불꽃놀이처럼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폭발 직후 우주는 지금도 팽창하고 있으며 팽창을 거슬러 올라가면 우주의 기원이 있다. 즉 ‘어제가 없는 오늘’이라는 태초의 시공간에 도달한다.

 

그전까지는 우주는 무한한 시간 속에서 영원 전부터 영원 후로 이어지는 ‘정상 우주론’이 대세였다. 르메트르는 대세를 따르지 않고 다른 시선으로 우주를 바라보며 이 혁명적인 가설을 내세운다. 당시에 이 이론은 주목받지 못하고 아인슈타인에게 '당신의 물리는 끔찍하다.'라는 혹평을 받았다.

 

 

 

증거1. 팽창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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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2년 뒤 빅뱅이론은 빛을 발한다. 1929년 에드윈 허블은 정적인 줄 알았던 우주가 실은 무서운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는 ‘팽창우주’를 발견한다. 이 팽창우주는 6000년 인류 과학사에서 가장 위대한 발견으로 꼽힌다.

 

허블의 조수로 함께 일했던 밀턴 휴메이슨은 이 발견에서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중학교 중퇴 건달이었지만 영리하고 눈썰미가 있고 손재주가 좋은 덕분에 천문대에서 허블과 함께 일하게 된다. 허블은 그와 함께 일하며 우리 은하가 우주의 전부라는 패러다임을 깨트렸다. 안드로메다 성운이 독립된 외계 은하임을 밝혀냈기 때문이다. 우리 태양계는 거대한 우주의 티끌로 축소되고 태양은 드넓은 바닷가의 조약돌 같은 것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우리는 모두 태어날 때 자기중심적이며, 세상의 중심은 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사는 환경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알고 살기도 한다. 그러나 세상은 내가 아는 것보다 훨씬 거대하다. 나와 내 주변 환경은 거대한 세계 속 일부분일 뿐이라는 것을 차츰 알게 된다. ‘우리 은하는 우주의 티끌’이라는 패러다임의 변화는 우리가 나만의 세상을 깨고 나오는 것과 비슷해 보인다. 나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때야말로 진정한 나를 볼 수 있다. 우주를 바라볼수록 나를 알게 된다.

 

거대한 세상 속의 ‘나’로 시선이 확대되며, 세상과 함께하는 나를 그리며 진정한 나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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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블은 멀어져 가는 천체의 빛을 관측함으로 ‘팽창우주’를 발견한다. 학창 시절 과학시간에 배웠던 적색이동(적색편이)으로 말이다. 휴메이슨과 함께 24개의 은하를 집요하게 관측하여 모든 은하들이 우리들로부터 멀어져 가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오랜 기간 유한한 크기라고 생각했던 우주는 허블의 발견 이후 은하들 뒤에 은하가 무수히 있는 무한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우주는 이 순간에도 빛의 속도로 팽창하고 있으며 고정되어 있는 것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오늘의 우주는 어제와 다르고 내일의 우주는 오늘과 또 다르다. 우리는 매일 달라지는 우주 안에서 살고 있다. 우리의 하루는 매일 같은 시간 같은 공간 속에서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어제의 우주가 오늘의 우주와 다르듯 매일이 다른 하루를 살고 있다.

 

은하의 이동속도를 거리로 나눈 값은 항상 일정하다는 허블의 법칙은 팽창 이론의 기초뿐 아니라 빅뱅 이론의 증거이기도 하다. 인류는 허블의 법칙으로 우주의 특별한 중심은 없으며 어떤 방향으로든 동일하다는 ‘우주원리’를 받아들이게 된다. 이 원리는 우리 은하는 다른 은하와 근본적으로 같으며, 우리는 우주의 특별한 장소에 사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우주는 세상의 중심은 없음을 보여주며 우리를 겸손하게 만든다.

 

 

 

증거2. 우주배경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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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이론이 나온 지 30여 년 후인 1965년, 빅뱅의 물증이 나타났다. 태초의 빅뱅에서 나온 엄청난 에너지의 전자기파가 138억 년 동안 우주를 떠돌면서 차갑게 식어 마이크로파가 되었다. 이 온 우주로부터 쏟아져들어오는 ‘태초의 빛’인 빅뱅의 전자기파를 ‘우주배경복사’라고 한다.

 

아노 펜지어스와 로버트 윌슨이라는 두 물리학자는 대형 안테나에서 생기는 잡음으로 마이크로파를 찾아내었다. 지금도 우리 머리 위로 수많은 빅뱅의 열기가 떨어지고 있으며, 우리는 우주배경복사를 직접 볼 수 있다. TV의 전파가 잡히지 않을 때 지지직거리는 줄무늬 중 1%는 우주배경복사다.

 

138억 년이라는 긴 세월을 달려온 빅뱅의 잔재가 내 눈앞에서 긴 여정을 끝낸 것이다.



 

만물의 근원 : 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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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 직후 태초의 우주공간에 제일 먼저 나타난 것은 수소(H)이다. 원자번호 1번이고 양성자 하나와 전자 하나로 이루어진 가장 단순한 원자다. 세상의 모든 물질들은 다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 빅뱅의 큰 폭발 후 우주공간은 수소 구름으로 가득 찼다. 수소는 불과 함께 있으면 무섭게 폭발하는 성질을 갖고 있다. 산소(O₂) 역시 잘 타는 원소다. 그런데 이 둘이 만나면 물(H₂O)이 된다. 엄청난 자연의 신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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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의 근원은 원자번호 1번 수소였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은 모두 수소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우리의 몸은 10^28 개의 각종 원자로 이뤄져 있고, 그중 1/10이 빅뱅 때 나타났던 수소다. 과학자들은 빅뱅 말고는 우주의 어떤 시간, 어떤 공간에서도 수소가 만들어질 수 없다고 한다. 그러니까 우리 몸은 138억 년이란 유구한 역사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우주의 대표자들이다. 우리는 138억 년 우주가 진화하면서 수소 원자들이 무엇을 하는지를 보여주는 예시다.


- 천문학자 칼 세이건

 

 

 

창백한 푸른 점


 

'창백한 푸른 점'은 태양계 외곽에 도달한 우주탐사선 보이저 1호의 카메라가 포착한 지구의 모습이다.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은 아름답다가도 외롭고 볼폼없다. 그 모습은 우리 인간이 우주 안에서 차지하는 자리를 알려주고 있다. 다음은 칼 세이건이 직접 녹음한 영상이다.

 

 

  

 

여기가 우리의 보금자리고 바로 우리입니다. 이곳에서 우리가 사랑하고 우리가 알고 우리가 들어봤으며 지금까지 존재한 모든 사람이 살았습니다. 우리의 기쁨과 고통, 우리가 확신하는 수천 개의 종교와 이념, 경제 체제, 모든 사냥꾼과 식량을 찾는 이들, 모든 영웅과 겁쟁이, 문명의 창조자와 파괴자, 모든 왕과 농부, 모든 사랑에 빠진 연인, 모든 어머니와 아버지, 촉망받는 아이, 발명가와 탐험가, 모든 스승과 부패한 정치인, 모든 슈퍼스타, 모든 최고의 지도자, 역사 속의 모든 성인과 죄인이 태양빛 속에 떠다니는 저 작은 먼지 위에서 살다 갔습니다.

 

지구는 '코스모스'라는 거대한 극장의 아주 작은 무대입니다. 그 모든 장군과 황제들이 아주 잠시 동안 저 점의 작은 부분의 지배자가 되려 한 탓에 흘렀던 수많은 피의 강들을 생각해 보십시오. 저 점의 한 영역의 주민들이 거의 분간할 수도 없는 다른 영역의 주민들에게 끝없이 저지르는 잔학 행위를 생각해 보십시오. 그들이 얼마나 자주 불화를 일으키고 얼마나 간절히 서로를 죽이고 싶어 하며 얼마나 열렬히 증오하는지... 우리의 만용, 우리의 자만심, 우리가 우주 속의 특별한 존재라는 착각에 대해 저 창백하게 빛나는 점은 이의를 제기합니다. 우리 행성은 사방을 뒤덮은 어두운 우주 속의 외로운 하나의 알갱이입니다. 이 거대함 속에 묻힌 우리를 우리 자신으로부터 구해 줄 이들이 다른 곳에서 찾아올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지구는, 아직까지 알려진 바로는 생명을 품은 유일한 행성입니다. 적어도 가까운 미래에 우리 종이 이주할 수 있는 곳은 없습니다. 다른 세계를 방문할 순 있지만 정착은... 아직 불가능하죠. 좋든 싫든, 현재로선 우리가 머물 곳은 지구뿐입니다. 천문학을 공부하면 사람이 겸손해지고 인격이 함양된다는 말이 있죠. 멀리서 찍힌 이 이미지만큼 인간의 자만이 어리석다는 걸 잘 보여 주는 건 없을 겁니다. 저는 이것이, 우리의 책임을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 서로에게 좀 더 친절하게 대하고 우리가 아는 유일한 보금자리인 창백한 푸른 점을 소중히 보존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죠.

 

<창백한 푸른 점>, 칼 세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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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밸런타인 데이에 60억 km 떨어진 명왕성 궤도에서 보이저 1호가 찍은 지구 사진이다. 저 ‘한 점 티끌’이 70억 인류가 사는 지구다. '창백한 푸른 점'은 인류가 우주 속에서 얼마나 외로운 존재인지 보여준다. 칼 세이건은 인류애를 갖고, 우리의 보금자리를 소중히 해야 하는 인류의 책임을 강조한다.


나는 우주로부터 인생을 배웠다. 우리의 근원을 알고 우주라는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인류를 바라보는 시선을 배우고, 존재에 대한 감사와 함께 우리가 갖고 있는 의무에 대해 돌아봤다. 이 거대한 우주 속에서 인간이란 얼마나 티끌만 한 존재인가. 138억 년 중 100년. 영겁의 세월 속에 반짝하다가 사라지는 것이 인간이다. 우주 앞에서는 인류가 만들어낸 이념의 대립도, 증오도, 자만도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지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유한한 시간 안에서 진정한 나를 찾고 우리 인류를 위한, 진리를 향한, 가치 있는 시간을 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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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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