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계절감을 느끼는 또 다른 방법 [미술/전시]

“봄의 한 가운데_쓰임에 대하여”展
글 입력 2021.04.26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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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 접어들고 나서 날씨가 무척 좋은 날들의 연속이다. 거리의 풍경에는 봄기운이 완연하고 하늘 또한 신기할 정도로 맑고 깨끗하다. 길가에 피어난 꽃들은 또 얼마나 예쁜지.

 

이처럼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생기는 일련의 작지만 사소하지 않은 신호들은 청각 뿐만 아니라 모든 공감각을 통해 매개되어지며 단순히 데시벨의 차원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어쩌면 계절감이란 우리들의 정신건강과도 중요한 연관성을 갖는 요소가 아닐까. 부디 보다 많은 사람들이 봄이 선사하는 심리적 안정감 안에서 편안히 유영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금 이 계절의 분위기를 뚜렷이 담고 있는 전시를 하나 소개해볼까 한다.


바로 공예전문 갤러리 완물에서 현재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기획 전시 <봄의 한 가운데_쓰임에 대하여>다. 이번 전시는 금속공예 작가 조성호와 한 플로리스트의 협업으로 이루어진만큼 전시장 곳곳에 다양한 꽃들이 장식되어 있다.

 

조성호의 모든 실버웨어마다 여러 꽃들이 놓여져 있는데, 이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던 그저 대량생산된 꽃병에 꽃이 담긴 이미지와는 다르다. 작가의 숨겨진 뜻을 발견하려는 노력을 굳이 기울이지 않아도 생화의 자연적 색감과 특유의 생명력, 그리고 은으로 된 기형의 은은한 빛깔의 조화가 강렬한 심미성을 기반으로 우리를 다소 몽환적인 In-Between의 층위로 안내한다.


이와 같은 미적체험이야말로 계몽주의 계열의 칸트가 이야기한 무관심성의 미학을 가장 잘 충족하는 형태일지 모른다. 개인적 성향이나 이해, 목적 등을 내려놓고 작품 그 자체에 몰입할 때 즐거움을 주는 대상이야말로 미적이라 할 때, 꽃과 어우러진 조성호의 은 작품은 아름답다 이야기될만한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꽃, 그리고 자연이 수반하는 시각적 유희는 모두의 미감의 근원에 자리하며 그만큼 보편적이다.


조성호는 작품창작 시 주조기법을 활용한다. 주조기법은 거푸집에 녹인 쇳물을 부어 모양을 만드는 금속공예 기법이다. 주조기법은 망치질로 만든 기물보다 상대적으로 기벽이 두꺼워 무거우며 금속의 조직이 깨지기 쉽다는 단점이 존재하지만, 기술력만 뒷받침된다면 풍부한 양감 표현과 함께 세밀하고 정교한 묘사가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언젠가 갤러리 단디에서 단조기법을 고수하는 실버스미스 이상협의 개인전을 관람한 적이 있다. 그러므로 지난 전시와 이번 전시, 이렇게 2번의 기회를 통해 상이한 기법들로 탄생한 작품들을 골고루 감상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실제로 주조기법이 이용된 작품을 마주해보니 어떤 작품에서는 표면의 텍스처에서 나뭇잎의 결이 암시되는 등 실버웨어마다 질감이 모두 제각각이라 흥미로웠다. 요즘에는 작품을 감상하는 과정에서 무언가 독특한 지점을 발견할 때 설렘을 느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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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기의 얇은 벽면을 요철 무늬로 촘촘히 채운다. 감각적 체험 뿐만 아니라 적층된 세월의 기억까지 고스란히 반영된다. 시간의 흔적을 기벽에 담고, 오늘의 삶을 그 안에 담는 유백색 그릇은 이렇게 생겨났다.빛과 그늘이 만든 음영으로 형체를 관찰하고, 고요한 접촉으로 형체로 전환된 시간을 이해하기를..." - 조성호 작가노트 중

 

예술가의 삶 그 자체를 함축하는 은 공예의 세계. 이번 전시를 통해 조성호의 예술세계에 깊게 빠져들며 그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실험적 결과물들을 자유롭게 향유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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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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