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값싼 다정함과 유약한 마음 [사람]

유달리 다정함에 약한 성정을 타고났습니다.
글 입력 2021.04.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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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동정이란 말이 있듯이, 값싼 다정함이 즐비한 세상 속에서 나는 유달리 다정함에 약한 성정을 타고났다.

 

형식적인 칭찬에 빠져 온종일 그것을 곱씹어 보기도 하고 툭 던진 안부에 괴롭던 마음은 눈 녹듯이 풀리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상대방은 그게 더 편해서 한 행동이었겠지만, 뭐가 됐든 간에 나는 맘 놓고 그 다정함에 푹 빠져 유영하는 쪽을 택하곤 한다.

 

그래서 나는 남들이 쉽게 끊어내는 관계에 있어 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 끈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건 내가 되기도 상대방이 되기도 했는데, 어떤 경우에서든지 나는 그 끈이 해질 때까지 놓지 못하고, 정말 그 끈이 끊어진 후에야 다친 손을 확인하는 편이었다. 주위 사람들은 이런 나를 두고 맘이 떠난 사람에게도 사회생활을 잘하는 것 같다고 말하곤 했지만, 실은 그 관계의 마지막, 서로에게 남아있는 일말의 다정스러움조차 못내 어떻게 할 수 없었던 것뿐이었다. 사회생활이라기엔 어리석었고 진심은 가득했다.


시간이 지나면 그래도 단단해지지 않을까, 하고 조금은 안일하게 생각한 탓인지 나는 여전히 관계 간에 느슨하게 걸쳐져 있는 다정함에 애타 하는 어른으로 자라났다. 더는 견딜 수 없겠다고 다짐한 관계라도 조금의 다정함만 있다면 그런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주위에서 뭐라고 하든, 그런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져도 그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영역밖에 문제였다. 불가항력이란 말이 있듯 나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힘에 모든 다정함이란 다정함에는 이끌려 다니곤 했다.


그래서일까, 생각해보면 나도 꽤 값싼 다정을 주위에 많이 베풀고 다니는 편이다.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친구에게도 남들이 들으면 살가울 정도로 다정스러운 말을 하기도 하고 진심 없는 걱정의 말을 하는 건 이제 일도 아닌 게 되었다. 내가 그토록 갈구했던 것만큼 나 역시도 다정함이란 다정함은 여기저기 던지고 다녔다.


내가 이토록 다정함에 집착하는 이유는 굳이 다시금 반추하지 않아도 될 만큼 나는 잘 알고 있다. 나는 그 누구보다 사랑받고 자 하는 열망이 강한 사람이다. 그래서 다정함을 받고 다정함을 줌으로써 다시금 그런 다정함을 받아 사랑을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여러모로 조금 절박한 형태지만 사는 게 다 그런 게 아닌가, 라고 생각하는 게 속 편했다.

 

때때로 말 한마디에 행동 하나에, 눈빛 한번에도 흔들리는 내가 야속했지만, 이제는 그런 나한테 익숙해진 지도 오래고 모든 이에게 사랑받을 필요는 없다는 에세이는 하도 봐서 질릴 지경이었다. 어딘가가 근본적으로 결핍된 거 같아 손보려고 했지만, 그냥 원래 이런 사람인 거 같아 그런 나도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


또 가만 생각해보면 이렇게 이런저런 마음에 흔들리는 나는 다른 이들의 어지러움을 잘 이해하는 능력이 있다. 늘 올 곳은 이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달까, 강직함이 들어오지 않는 영역의 것들에 대해서 꽤 잘 알고 있어 주위에 나와 같은 상황에 놓인 이들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편이다.

 

그리고 그렇게 흔들리는 상황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실마리를 던져주기도 한다. 가령 사소한 것에 마음이 움직였다면 나는 그만큼의 세세한 범주에 있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 여러모로 흔들릴 때만 피어나는 것이 있고, 그것은 그런대로 나쁘지 않다. 그래서 다정함에 약한 나는 더는 이런 나를 자책하지만은 않는다. 정말 때때로 흔들릴 때만 피어나는 것들이 있다고 다정함에 약간 나는 생각하며 여러 값싼 동정도 맘껏 즐기려고 한다.



[신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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