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취향이 삶이 되다 - 앤디 워홀 [전시]

ANDY WARHOL : BEGINNING SEOUL
글 입력 2021.04.22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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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의미를 입력하세요, 앤디 워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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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은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과거 존재했던 신고전주의, 사실주의, 인상주의처럼 하나의 미술 사조는 사라지고 작품 자체의 의미나 아이디어가 미술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술 작품을 보는 방식에는 정해진 틀이 없으며, 개개인의 주관과 생각이 주를 이루게 된다. 소통하며, 서로의 의견을 묻는 담론이 형성된 것이다. 이것인 모더니즘 이후인 포스트 모더니즘의 흐름이다. 팝아트의 거장이었던 앤디 워홀은 그러한 흐름의 일부였고 주역이었다. 그는 현재를 읽었고, 미래를 예견했기 때문에 지금도 그의 미적 시각은 존중 받는다.


그리고 현재 그의 전시를 더 현대 서울에서 <앤디 워홀 : 비기닝 서울전>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는 크게 6부로 나누어지는데, 1~2부는 앤디 워홀이 제작한 마릴린 먼로 실크스크린이나, 복제된 캠벨 수프 캔과 같이 유명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3~4부에서는 초상화를 중심으로 진행되며, 5~6부에서는 그의 음악적 열정이나 드로잉 작품들을 볼 수 있다.

 

 

팝아트

 

그의 그림이 팝아트로 잘 알려진 만큼, 먼저 팝아트의 정의를 짚고갈 필요가 있다. 이 미술은 ‘Popular Art’를 줄인 말로, 대중예술이라는 뜻이다. 1950년대 초 영국에서는 “대중 소비문화”에 관한 관심이 커지면서, 1956년에 ‘이것이 내일이다’를 열었다. 이 전시에는 R.해밀턴이 《오늘의 가정을 그토록 색다르고 멋지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작품이 출품되었는데, 이 작품을 선두로 팝아트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세계적인 팝 밴드 비틀즈도 영국에서 시작되었던 것처럼, 팝아트의 시작은 영국이었다. 그런데 미디어를 주제로 적극적으로 팝아트를 전개했던 곳은 뉴욕이었고, 그 중심에 앤디 워홀이 있다.

 

 

100년 전 현대성의 개념을 꽃피우다

 

현대미술의 중요한 흐름인 팝아트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현대성’이라는 개념에 도달할 수 있다. 저서 악의 꽃으로 유명한 샤를 보들레르가 주장한 ‘현대성’ 개념을 앤디 워홀과 연관 지어 살펴보고자 한다. 앤디 워홀은 100년 전쯤 주장되었던 샤를 보들레르의 현대성 개념을 적용한 예술가이기 때문이다. 우선 샤를 보들레르는 1821년 프랑스에서 태어난 시인이자 비평가이다. 그는 미술 작품이 당대의 시대성, 시대적인 미를 담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작가가 담는 작품의 개성을 중요시한 것이다. 보들레르는 “역사의 흐름 속에서 유행이 담아내게 되는 시적인 그 무엇을 유행으로부터 끌어내는 것, 덧없는 것으로부터 영원한 것을 끌어내는 것이 문제다.”라고 했는데, 앤디 워홀 역시 당대 덧없던 캠벨 수프를 현재까지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들었다. 현대성에 대해 논의한 샤를 보들레르의 주장은 100년 후인 앤디 워홀의 작품에서도 발현될 수 있었던 것이다.

 

 

취향을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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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성과 관련해 그는 자신만의 취향을 만들어간 사람이기도 했다. 포스트 모더니즘 미술을 다룬 팟캐스트에서, 전영백 교수는 취향은 “사물에 대한 발견, 타자에 대한 발견, 나의 재발견”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앤디 워홀은 캠벨 수프 캔, 브릴로 상자를 반복적으로 화면에 표현하면서 사물에 대한 자신의 취향을 드러냈고, 타자를 그린 초상화에도 자신만의 느낌이 묻어나도록 실크스크린으로 찍어냈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에 대해서도 새롭게 정의할 수 있었다. 아래에서는 사물, 초상, 앤디 워홀에 대한 순서로 그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사물 발견

 

전시 2부에서는, 앤디 워홀이 실크스크린 기법을 사용해 제작한 ‘캠벨 수프’ 시리즈를 볼 수 있다. 그는 지폐나 티켓 등 프린트 작업을 했는데, 쉽게 볼 수 있는 상품을 반복해 주제의 독창성 없이 현재의 다량 생산의 의미를 전달했다. 자신만의 취향을 드러내면서도 복제에서 예술만이 가진 아우라를 없앤 것이다. 이는 예술을 위한 예술을 깬 시도였다. 하나의 사물로부터 시작된 관심이 미술로 담길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무엇인지, 다량 복제된 물질에서 찾을 수 있는 비물질성은 무엇인지에 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타자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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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에서는 타인에 집중했다. “에드워드 케네디, 발렌티노 가라 바니, 무하마드 알리 등 유명인사와 셀 수 없이 많은 무명의 인물”들이 앤디 워홀의 작품을 소장하고 싶어 했다. 워홀은 폴라로이드로 촬영해 작업했으며, 많은 의뢰로 돈을 벌었다고 한다.


전시 4부에서도 그의 초상화 작품을 볼 수 있는데, 그는 1971년 정치의 중심이었던 미국의 닉슨 대통령과 중국 마오쩌둥 주석을 작품의 주제로 선정할 만큼 사회적 이슈에 관심이 많았다. 그의 눈으로 담아낸 정치적 인물들의 모습은 잊을 수 없이 인상적인데, 이러한 효과가 워홀이 대중에게 기대했던 효과라고 보여진다. 이렇게 사물에 대한 단순한 복제는 인물의 초상화에서도 드러났고, 콜라주를 통한 기법으로 워홀만의 초상화를 만들었다.

 

 

나라는 사람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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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감상하다 보면 벽면에 적힌 그의 말들을 읽어볼 수 있는데, 이는 작품을 조금 더 다채롭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관람객은 “나는 깊숙하게 얄팍한 사람이다.”라는 구절을 읽으면서, 굉장히 모순적인 표현임을 느낄 수 있다. 처음엔 필자도 그저 특이한 사람이라고만 생각했지만, 곱씹어 볼수록 그도 참 평범한 사람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의 삶이 늘 일관적일 수 없고, 살다 보면 생각이 조금씩 변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즉 그는 인간적인 사람이었다.


2020년 트렌드 단어로 선정되었던 ‘페르소나’라는 용어는 ‘가면’이라는 뜻이었는데, 이는 인간의 이중성,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는 개념이다. 사람은 모든 이에게 똑같은 모습만 보여주기보다는 상대나 상황에 따라 태도가 달라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학교, 직장, 가정 등 다양한 곳에서 각자의 모습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가 간다.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학자 칼 구스타브 융에 따르면 인간은 무려 1,000개의 가면을 가질 수 있다고 한다. 즉 한 사람의 얼굴은 무궁무진하게 다양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인간의 모습을 담아낸 사람이 앤디 워홀이었다. 자기 자신조차 이중적으로 표현했을 만큼 그는 같은 인물이더라도 여러 색으로 담아내어 조금씩 다르게 반복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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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누구에게나 환상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도, 마오쩌둥을 그릴 만큼 현실적 상황을 둘러볼 줄 알았으며, 예술가는 사람들이 가질 필요가 없는 것을 생산하는 사람이라고 하면서도 누구나 소장하고 싶어하는 유명 연예인의 초상을 그렸다.


위에서 언급한 보들레르 역시 “예술의 이중성은 인간의 이중성에서 비롯된 피치 못할 결과이다. 영원히 존속되는 부분을 예술의 넋으로, 변화하는 부분을 그 몸으로 생각해보는 것도 좋으리라”라고 주장했다. 예술의 이중성, 그것은 사람의 이중성으로부터 비롯된 것이었고 현대 미술을 향해 달려가는 출발점이었다.


즉 앤디 워홀은 복제와 반복을 통해서 자신의 이중적인 면모를 솔직하게 드러냄으로써, 현대적인 화가로 거듭날 수 있었다. 이외에도 음악을 즐겼고, 자신만의 드로잉 작업을 하면서 본인이 누구인지에 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을 것이다.


그렇게 전시를 보고 난 후 워홀의 삶에서 ‘나’의 삶으로 초점이 맞추어졌다. 곁에 있는 사물 중에서 특별히 좋아하는 것들은 무엇인지, 사랑하고 조명하고 싶은 이들은 누구인지를 둘러보게 되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나’라는 사람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를 스스로에게 물었다.


앤디 워홀은 단순히 복제를 많이 하면서 신선한 감각만을 불러온 이는 아니었다. 그는 현재까지도 유효한 현대성의 개념을 제시하는 사람이었고, 그야말로 대중을 위한 예술가였기 때문이다. 전시장에 들어서서 사물과 타인, 관람객 본인에 대한 관심을 발견하는 시간이길 바라면서, <앤디 워홀 : 비기닝 서울展>을 추천한다.


 

참고자료

[팟캐스트] 현대 미술의 결정적 순간들 3부 – 팝아트와 앤디 워홀 with 전영백 교수

[전시 도록], [네이버 지식백과] ‘팝아트’ 정의 참고

 

 

[심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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