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무한복제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앤디 워홀 : 비기닝 서울 [전시]

글 입력 2021.04.17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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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술에 대해 잘 모르는 편이지만, 그래도 앤디 워홀의 명성을 어릴 적부터 익히 들어왔다. 예술계에 종사하지 않는 대부분의 사람들 역시 나와 비슷할 것 같다.

 

앤디 워홀은 대중적으로 굉장히 잘 알려진 예술가이다. 학창시절 미술시간에 한두 번은 무조건 언급되는 인물이고, 미술 수업을 듣지 않았더라도 다른 수업에서라도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수업을 듣지 않는 학생이었다고 하더라도, 일상생활 중에서 그의 독특한 디자인들을 만나보았을 거라 생각한다.

 

이번 전시 《앤디 워홀 : 비기닝 서울》은 우리가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던 앤디 워홀의 작품들을 직접 만나볼 수 있는 기회이다. 이탈리아에서 연이어 개최되었던 앤디 워홀 작품전이 이번에는 국내에 상륙한 것이다.

 

그의 유명작들 및 드로잉, 그리고 그의 작업실을 새롭게 재구성한 공간까지, 앤디 워홀에 관한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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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워홀 : 비기닝 서울》 전시는 총 6개의 전시 공간으로 구분되며, 각각의 섹션은 서로 다른 테마를 담고 있어 앤디 워홀의 다양한 작품세계를 만나볼 수 있다.

 

마릴린 먼로 등 할리우드 스타 초상화 작품, 캠벨 수프 연작 등 항간에 널리 알려져 있는 유명작품들은 물론이고,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정치, 자연, 음악 주제의 작품들까지 앤디 워홀의 모든 것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전시 작품들 외에도 레이저 아트의 방식으로 그의 작품을 재해석한 전시, 그리고 그의 생전 작업실이었던 ‘실버 팩토리(Silver Factory)’를 재현한 공간 등, 그의 작품을 입체적으로 구현한 공간들이 있어 앤디 워홀에 대해 더욱 폭넓게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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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 팩토리에서 탄생한 작품.
전시실은 실버팩토리 공간을 형상화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전시를 보면서 앤디워홀에 대한 여러 오해들을 바로잡을 수 있었다.

 

우선 가장 놀랐던 점은 그의 작품들이 생각보다 훨씬 정교하게 그려졌다는 것이다. 같은 틀을 사용해서 여러 작품을 찍어냈다는 사실 때문에 나는 그의 작품이 모두 복제품이나 모조품 같은 조악함을 간직하고 있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다.

 

앤디 워홀이 주로 사용한 미술 기법은 실크스크린이다. 실크스크린 기법을 이용하면 하나의 틀을 이용해 여러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같은 모양의 작품들을 여러 가지 만들어 낼 수 있는데, 앤디 워홀은 자본과 시장 속에서 무한히 복제되는 현대의 상품들을 이를 통해 은유적으로 표현했던 것 같다.

 

앤디 워홀이 애용한 실크스크린 기법은 예술의 세계에 있어서 현실의 작동원리를 적용시키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다. 현실세계의 제품들이 일률적으로 대량생산 되는 것처럼 예술 작품들 역시 동일하게 복제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그것은 결과적으로 예술가정신과 장인정신에서 출발하는 상아탑적인 위계를 예술세계에서 추방시켜 버렸다. 앤디 워홀은 결국 예술적 고귀함의 영역을 소멸시키고 모든 것이 동일한 시장 원리 속에서 작동하도록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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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스크린을 통해 탄생한 "소"와 "마오" 연작

 

 

그런데 실제로 보니 선을 긋고 색을 칠한 하나하나의 디테일이 너무나도 잘 살아 있어 놀라웠다. 실크스크린 방식으로 만들어진 대여섯 점의 마릴린 먼로 초상화를 실제로 가까이서 들여다보니, 큰 틀은 동일하지만 서로 다른 방식으로 디테일이 구현되어 있었다.

 

색깔 조합이 각기 다르게 사용된 것은 물론이고, 일부 작품에서는 머리카락과 눈썹과 같은 검은 물감이 얼굴과 일정 간격 띄워져 있었다. 그리고 미세한 물감의 흔적도 달랐는데, 이러한 작은 변주들 속에서 각각의 복제품들이 각자의 매력을 가진 것처럼 느껴졌다.

 

이러한 표면적인 차이를 분석하는 것만으로 각 작품들이 가지는 내력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기법과 조작하여 작품의 형식을 통일시키는 것이 모든 개체를 동일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앤디 워홀이 자신의 작업을 통해 세상에 던지는 시사점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것 같다. 특히 데이터가 축적되고 미디어가 발달하고 있는 오늘날, 물질의 복제는 물론이고 지적재산을 비롯한 지식과 정보들이 빠르게 복제되고 전파된다.

 

이러한 사회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어떻게 스스로의 정체성을 타인과 구분할 수 있는가. 획일적, 일률적 사회에서 동일한 제약을 경험하며 성장한 우리는, 동일한 실크스크린을 통해 인쇄된 앤디 워홀의 작품들과 얼마나 다른가. 서로의 차이, 그리고 스스로의 고유성을 어디에서 발견할 수 있는가. 《앤디 워홀 : 비기닝 서울》은 이러한 중요한 질문들을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게 해주는 전시였던 것 같다.

 

이번 전시는 여의도에 위치한 더현대 서울에서 진행되고 있다. 올해 개장한 더현대 서울에서 처음으로 진행되는 전시가 《앤디 워홀 : 비기닝 서울》이라는 것이 의미 있는 것 같다. 각자 개인 위생을 챙기며 앤디 워홀의 작품세계를 감상할 수 있길 바란다.

 

 


 

 

앤디 워홀 : 비기닝 서울

- ANDY WARHOL : BEGINNING SEOUL -



일자 : 2021.02.26 ~ 2021.06.27


시간

[평일] 10:30 ~ 20:00

(입장마감 19:00)


[주말] 10:30 ~ 20:30

(입장마감 19:30)


장소

더현대 서울, ALT.1


티켓가격

성인 15,000원

청소년 13,000원

어린이 11,000원

 

주최/주관

TV CHOSUN, TV CHOSUN MediaRep, XCA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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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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