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농도 짙은 파스텔 같다. 존재와 사유 [도서]

글 입력 2021.04.11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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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쉽게 읽히지만 가볍지 않은 책이길 바라는 마음이다.” (334p)


생명의 가치와 환경 그리고 균형의 의미를 전하는 글의 대화를 나누고자 하는 인문 에세이스트 이보균 저자의 도서 <존재와 사유>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위와 같다.

 

책에 담긴 긍정적인 에너지와 몽글몽글하고도 깊게 파고드는 한 줄 한 줄을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고민하던 찰나. 내 생각과 딱 맞아떨어지는 보석 같은 문장이었다.


책을 고른 것도 제목이 좋아서였다. 표지 하단의 문장이 마음에 꽂혔다. ‘삶은 존재의 여행이다. 존재를 느끼며 대화하고 확인하는 과정이다.’ 여행, 존재, 삶. 아름다운 단어들이다.

 

삶을 여행이자 영화라고 생각하는 내 입에선 곧바로 ‘캬하-’ 소리가 나왔고, 존재하는 것들을 관망하고자 꺼내든 책은 내게 미소를 내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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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선택할 수 있는 밤



 

새가 날아가다가 앉을 나무를 선택한다. 어떤 나무일까? 행복이 맴돌다가 사람을 찾는다. 행복의 파랑새를 쫓다 인생을 다 보냈다는 동화가 있는데 반대로 행복이 사람을 찾는다고 상상해 보는 것이다. (337p)

 

 

요즘 부쩍, ‘생각의 전환’에 관심이 많다. ‘물이 이것밖에 안 남았네?’보다 ‘물이 이 정도나 남았네?’라고 생각하라는 어떤 이야기처럼 말이다.

 

굳어져 있던 생각이 풀리고, 호쾌한 웃음을 주기도 해서 가끔 애용하곤 하는데, 행복에 대해 적용된 걸 보니 새로웠다. 따뜻하고 고마운 사람, 좋은 사람에게 머물 행복이기에 의식적으로 조금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자 노력해본다.


“여름날 뙤약볕 아래 ‘생수 한 병’의 배려는 모두에게 시원한 행복이지 않을까? 행복은 비나 눈송이처럼 하늘에서 내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데에 있다. 행복은 선택이다. 아침에 눈을 뜨며 행복을 선택하는 것이다.” (79p)

 

자기 전 감사한 것들을 말한다. 맛있는 음식을 느낄 수 있는 미각, 쓸 수 있는 돈, 따뜻한 내 방, 이불, 씻을 수 있는 물 등에 대해 말이다. 그게 고맙다고 말하니, 너무 좋고, 그게 행복하다고 말하니, 심장이 보들보들해진다.

 

오늘 밤, 행복을 선택하며 잠자리에 들자. 우리는 행복을 선택할 수 있다.

 

 


나를 키운 8할은 책이다



도서 <존재와 사유>도 생각하게 하고, 되짚어보게 하고, 사유해 대화하게 했다. 사람에 대한 생각의 키움을 오늘 실천해보았다.


 

사람 사는 세상, 풍성한 마음을 키워주는 환경은 다양한 사람들이 같이하는 곳이다. 사람을 먼저 보고 삶의 가치를 생각하며 끊임없이 경계를 경계할 일이다. (278p)


돌아보면 나를 대면하는 시간이고 과정이었다. 그렇게 나를 키운 8할은 책이다. (301p)

 


좁고 깊은 관계를 선호했던 나는, 지금껏 나와 비슷한 사람들만 지키려 에워싸 왔다.

 

충분히 다를 수 있음에 노출하지 않았던 지난날의 후폭풍일까. 이제는 알 것 같던 누군가의 새로운 모습을 볼 때면, 참, 어렵다. (그도 나와 같진 않으려나 모르겠다만) 상대를 경계하기 시작한 내 상황에, 책은 ‘경계를 경계하라’ 말한다. 그릇을 넓게, 너무 조급하지 않게, 그럴 수 있지~ 라며, 오늘도 깨우친다.


몇 년 전, 속앓이하던 내 마음을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을 준 어느 문구를 다시금 적어본다. ‘친구’란, 만나기 전, 만나는 동안 신나는 것보다 ‘헤어질 때’ 미소가 지어지는 존재여야 한다. 나를 한 걸음 키우고 성장시켜준 문장이 이 글을 보는 독자인 누군가에게도 닿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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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을 살았느냐



인생을 마무리하는 즈음에 스스로 답해야 할 하나의 질문이 있다면 ‘내 삶을 살았느냐’가 아닐까? 타인의 삶을 살았다고 깨닫는다면 얼마나 허망할 것인가? (322p)


나만의 설레는 시간을 만든다. 버킷리스트, 그것은 자체로 열린 생각을 끌어내고 잠든 감각을 깨운다. (324p)

 


하고 싶은 모습을 찾아 여행하는 삶을 살았노라고, 삶의 끝에 그리 대답하고 싶다. 그래서 이 글을 빌어 솔직하게 토해내듯 써본다.

 

나는 표현하는 삶을 살고 싶다. 내 일을 했을 뿐인데, 다른 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이고 싶다. 다양한 인간군상을 만나 대화하고, 그들의 일을 하루라도 배우고 싶다. 한 번씩 만나보고 존경의 눈빛을 보내고 싶다. 내가 직접 꾸미고 만든 물건이 곳곳에 놓인 집에 살고 싶다.

 

한 편엔 나만의 작은 미술관도 두고. 이 정도만이라도, 내 삶은 내게 과분했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좋았던 문구들



“아~ 하고 입을 벌려봐, 그래그래 잘했어요.” 어렵게 수저를 넣을 땐 내 입술도 아마 같은 모양을 짓고 있을 것이다. 첫술을 잘 해결하고 작은 자신감을 갖는 그때 날 바라보는 아이의 눈길을 느꼈다. 담백하고 깨끗해서 바라보는 사람도 순간 그렇게 만드는. (47p)


창문을 연다. 숲을 담은 창에 드는 바람이 산뜻하다. 여름 흔적은 새벽 기운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다. 짙푸르던 잎은 조금씩 색이 옅어지며 간간이 다른 빛을 띠지만 전체는 아직 풍성하다. 창틀에 내린 송홧가루는 봄의 흔적이고, 방충망에 기대어 쉬는 벌이나 매미는 여름을 이야기한다. (215p)

 

도서 <존재와 사유> 덕에 오늘의 ‘삶’을 여행하고, ‘존재’를 느끼며 대화하고 확인할 수 있었다. ‘하루’를 주인으로 살 수 있고, ‘사유’할 수 있었다. 파스텔같이 옅고 몽글몽글한 문체이지만, 농도 깊은 시간이 짙게 뱄다. 배려와 시선, 연결, 인식, 시간 속 일상을 사유한 풍요로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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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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