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여행+표현+즐김

글 입력 2021.04.01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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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입니다...”


언젠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여느 때처럼 업무더미에 치이고 집으로 돌아온 날이었다. 몸은 무거웠고 머리는 멍했다. 간단한 저녁 한 상 차릴 힘도 없었다. ‘그냥 눕자’. 그리고 퇴근 후 루틴인 트위터에 접속했다. 그리곤 아무 생각 없이 화면을 내렸다. 그러다 눈앞에 나타난 글 하나.


<신박하게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찾는 방법>


몸을 일으켰다. 소위 ‘현타’가 온 시기였다.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곳은 어딘지’. 일 - 수면 - 일 - 수면이 반복되는 사이클을 걷고 있었기에 무기력했다. 급기야 ‘이 일이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이었는가?’까지 다다랐다.


방법은 간단했다. 4페이지 분량의 동사모음 중 본인의 ‘심장을 뛰게 하는’ 동사를 10개 거른다. 단, 사회에서 그럴듯해 보이는 단어는 제외. 그리고 나의 내면을 진실 되게 바라보며, 선택한 10가지 단어 중 3개를 고른다.


퇴근 후엔 침대에서 잘 안일어나는 편이지만, 다이어리를 들고 왔다.


그리고 동사 10개(사실 10개 넘게 고르긴 했지만)를 골랐다. 그 후 이어지는 고통의 시간. 동사 3개를 고르는 데는 고통이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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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하다, 여행하다, 표현하다, 연기하다, 웃게 하다, 공감하다, 탐험하다, 만나다, 소속되다, 상상하다, 즐기다, 이어주다, 이야기를 짓다, 제작하다
 


그리고, 치열한 서바이벌에서 살아남은 세 개의 동사.

 

 
여행하다 / 표현하다 / 즐기다
 


그러나 의문이 앞섰다. ‘과연 나만 이 동사를 남겼을까?’, ‘많은 사람이 이 세 동사를 남기지 않았을까?’ 하지만 의문은 눈 녹듯 사라졌다. 지인들이 선택한 동사 삼총사는 내 눈에 들어오지도 않은 생소한 동사였다. 예를 들어, 치유하다, 연구하다, 조립하다 등.

 

 

 

여행하다



매순간 어디론가 떠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언제부터였을까. 돌이켜보면 아주 어릴 때부터였다. 3살쯤 경북 울진의 외할머니 손에 길러진 2년 정도를 제외하면 줄곧 부산에 살았다. 그래서였을까. 부산에 대한 애정보다는 권태로운 마음이 더 컸다. 그래서 공부했다. 합법적으로 부모님을 설득해 독립하는 방법은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는 길뿐이었다.


그리고 스무 살, 서울로 ‘여행’왔다. 처음엔 짜릿했다. 매일이 ‘여행’이었다. 하지만 서울에 내 한몸 뉠 터가 생기니 또다시 서울이 지겨워졌다. 그래서 돈을 모았다. 그리고 ‘여행’했다.  싱가포르, 터키, 체코,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헝가리, 오스트리아, 일본, 중국, 캄보디아, 모로코, 인도네시아, 대만 등. 3개월 간 제주도를 ‘여행’한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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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모로코에서

 

 

한 곳에 오래 머물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누군가는, 예를 들어 최측근인 어머니, 일정한 삶이 좋다고 한다. 같은 직장에서, 같은 보금자리에서, 같은 사람들과 안정적인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세상의 풍파를 겪어보지 못했는지 아직까지는 변화구 같은 삶이 좋다. 그 변화를 ‘여행하다’라는 동사를 통해 가장 크게 느낀다.


어머니는 항상 나를 나무랐다. “여행 쫌 그만가라! 돈 아깝다!”


하지만 나는 심장을 움직이게 하는 '여행하다‘를 위해 ‘현생’을 살아간다.

 

 

 

표현하다



‘나’를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 초중고를 거치며 억눌려져 있던 자아표현 욕구가 성인이 되어서 분출된 것이나 다름없다.


초중고 때를 짧게 언급하자면, 말 그대로 ‘한국학생’이었다. 선생님이 ‘손들고 얘기해보자’라고 하면 정작 손을 들지 않는, 나서지 않는 것이 ‘미덕’이라고 배운 90년대 생 학생이었다.


성인이 되어서는 ‘표현’하고 싶었다. 처음엔 그 수단이 ‘옷’이 되었다. 한 패션잡지에서 의상으로 본인의 아이덴티티를 표출하는 모델 김원중을 보았고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초중고 시절 부모님이 사주시는 옷만 입어서 옷에 대한 욕구가 더 있었던 것 같다. 옷을 내 마음대로 고르는 자유를 누리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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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모델 김원중

 

 

잡지를 보고, 다양한 스타일을 접했다. 옷에 지출하는 비용은 많았지만 내가 어떤 개성과 관심사를 가졌는지 ‘표현’할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급기야 패션디자이너 학원에 다니기도 했다. 3개월 만에 그만두긴 했지만.


이후로는 다양한 직종, 인종 등의 사람을 만나 대화로 ‘표현’하다, 영상으로 ‘표현’하기 위해 PD를 준비했다. 무려 3년. 결과적으로는 PD라는 꿈을 이루지 못해 실패로 돌아갔지만, 글이라는 수단을 만났다. 이제는 글로 ‘나’ 그리고 ‘회사’까지 ‘표현’하고 있다.


죽기 전까지 어떠한 수단으로든 ‘표현’하며 살지 않을까.

 

 


즐기다



무책임한 말일수도 있지만, 이 단어를 보고 왜 심장이 뛰었는지 정확히 모르겠다. 지금 마음껏 즐기지 못하고 있어서? 아니면 퇴사할 필요 없는 한량이 꿈이라서?


이 단어에 마음이 설렜던 이유는, 지향하는 바이고 현재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는 지점이기 때문이 아닐까.


세상 모든 일이 즐거울 수는 없다. 그리고 생업을 이어나가는 ‘일’은 더욱 고통스럽다. 하지만 직업을 선택할 때 나의 관심사와 장점이 만나는 지점에 있는 직업군을 선택해야 한다는 확신이 있었다. 끈기 있게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은 ‘즐거움’에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람을 만날 때도, 음식을 먹을 때도,영화를 볼 때도, ‘즐거워야’ 한다. 즐겁지 않으면 지속하지 않는 편이다. 자칫하면 쾌락주의자로 비칠 수 있다. 힘든 상황을 잘 버티지 못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즐거움’을 추구하기에 어려운 상황에서도 동사 ‘즐기다’를 되찾기 위해 버틴다.

 

 

 

여행하다+표현하다+즐기다 = ?



나의 심장을 뛰게 하는 세 단어를 조합해보면 어떤 직업을 가질 수 있을까. 어떤 인생 계획을 세워야할까. 아직 답을 모르겠다. 하나하나 경험해보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또다시 무기력할 때,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세 가지 단어를 찾을 것이다. 여행하고, 표현하고, 즐길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전세계 거리 곳곳을 찍어놓은 유튜브 채널을 켜고, 글을 쓰고, 두 가지를 즐기며 하루하루를 설레는 마음으로 보낸다.

 

 

[신재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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