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오늘도 나는 세상과 밀당했다 - 가장 단호한 행복

글 입력 2021.03.29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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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행복을 꿈꾼다. 우리가 하는 행동의 최종 목적은 행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나부터 인생의 종착지가 행복이다.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 슬픈 이유는 그 결과가 나를 행복하지 않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한 때 나는 내가 열심히 하면 행복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행복해질 수 있을까? 스쳐 지나가는 인간관계에도 나는 쉽게 우울해지고 슬퍼졌다. 돈이나 사랑을 가졌다고 해서 행복해 질리 없었다.

 

이 책에서는 행복을 가질 수 있는 어떤 것이 아니라 하나의 과녁으로 생각해 보라고 한다. 아마 나는 그 과녁을 맞히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마음가짐으로 노력해야 할까?

 

과녁을 맞히기 위해서는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는 것이 먼저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활시위를 얼마큼 당기는가 위치를 어디에 두는 가이고 내가 할 수 없는 것은 바람의 방향과 세기 등이다. 만약 내가 바람을 고치려 한다면 난 평생 과녁을 맞힐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활의 방향과 팔의 힘을 조절한다면 과녁에 최대한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행복을 가지는 것 분별에서 시작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여기서 분별이란 뜻대로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별하는 것이다.

 

 
“주여,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평온한 마음과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와 그 둘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위 구절은 1세기에 살았던 철학자 에픽테토스의 담화록을 요약한 지침서 <엥케이리디온>에 담겨 있는 것이다.

 

에픽테토스는 스토아주의자였다. 스토아주의자들은 실용적인 철학을 추구했는데 에픽테토스는 그중에서 세 가지 규율을 새로 창조했다. 욕구의 규율, 행동의 규율, 승인의 규율이 그것이다. 책에서는 위 세 가지를 직접 실천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한다.

 

이 책은 철학 책이라기 보단 인생에 대한 개론서가 더 알맞다. 수학의 정석 마냥 인생을 살아가면서 모르는 게 있다면 한 번씩 펼쳐서 다시 봐야 하는 그런 책이다. 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인생의 가르침을 받기 위해 책을 펼쳤다.

 

 

 

세상과 거리두기



나는 항상 원하는 대로 일이 풀리기를 기도했다.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으면 내 기분은 지구 깊은 곳까지 내려갔었다.


 
“원하는 대로 일이 풀리기를 기대하지 마세요. 철없는 아이나 그런 기대를 합니다. 우주는 우리에게 빚진 것이 없습니다. 개인의 사정을 고려해가며 우주의 일을 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정말로 온전히 우리에게 달린 것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세요.”
 


나는 모든 것이 내가 원하는 대로 풀리길 원하는 철없는 아이였던 것이다. 우주가 내 편이기를 바랐다. 그러나 결국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나 자신 외에는 없다는 걸 알게 된 순간의 무기력감을 견디지 못했다.

 

에픽테토스의 가르침의 대체로 이렇다. 세계와 나 사이의 거리를 인식하고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는 것.

 

또 다른 가르침으론 이런 말이 있다. “모든 것을 적당히 취하고, 손안에 있는 동안 충분히 누리세요. 그리고 여러분의 손을 떠나도 아쉬워하지 마세요. 그것이 이 세상의 이치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가진 것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그들이 떠난다고 하면 미련 없이 그들을 보내주어야 한다. 그런데 책을 읽을수록 내 안의 작은 아이가 반발심을 들고일어났다.

 

 
왜 그래야 하는가? 왜 내 소중한 것들을 지키면 안 되는가? 왜 화내면 안 되는 것인가? 왜 이성적이어야 하는가? 세상이 내 편이면 안 되는 건가?
 

 

책에서는 삶의 통제권을 가지기 위해서라고 이야기한다.

 

 
-과녁을 명중하는 것을 목표로 삼되 일단 화살이 활의 시위를 떠나고 나면 갑자기 돌풍이 불거나 예기치 않게 과녁 자체가 움직여서 화살이 빗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나는 아직도 내 손을 벗어난 화살이 과녁에 맞지 않는 것을 견디지 못했던 것이다. 어린아이 마냥 모든 게 나의 뜻대로 되기를 원했다. 그렇다 중요한 것은, 내 손을 떠난 화살은 어찌할 수 없다는 것. 그것을 인정하는 데에서 시작하는 것이었다.

 

 

 

몇 가지 법칙들


  

이 책에서는 실용을 강조한 철학인 만큼 실제로 삶에 적용할 수 있는 구절들이 몇 가지 있다.

 

 

1.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비난이든 칭찬이든 비교든 아끼기. 침묵이라는 선택지를 잊지 않을 것.

2. 유머 감각은 필요하지만 너무 자주 또는 크게 웃지 않을 것. 우리는 더 이상 어린아이처럼 행동하며 위신을 잃어선 안된다.

3. 맹세를 해야 하는 일이라면 되도록 거절하기.

4. 대화를 나눌 땐 자기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하지 않기. 나는 생각만큼 대단한 사람이 아니며 다른 사람은 나에게 별로 관심이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면 안 되는지를 분별하고 그 이유를 알면서도 그것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이 모든 탐구는 쓸모 없어진다.

 

이 책의 제목이 가장 단호한 행복인 이유는 단호해질 때 비로소 행복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의 단호란 분별력을 가지고 행동하는 것이다. 무엇이 나를 상처 주는 것인지 분별하는 것.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면 안 되는지를 분별하는 것. 그곳에서부터 우리는 행복을 찾을 수 있다.

 

 

 

행복해지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여전히 나는 책을 읽으면서 세상과의 거리 두기에 반발심이 들었다.


나는 아직 온전히 슬프고 싶기 때문이었다. 누군가를 잃었을 때 인간을 잃었구나 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사랑했고 소중했던 모든 것들이 날 떠났구나 하고 아프고 싶었다.

스토아주의의, 에릭테토스의 말이 공감 가지 않은 것은 아니다. 세상과 거리 두기를 하는 것은 옛날부터 슬픔에 잠식 당하지 않기 위한 유명한 방법이다.

 

내가 아직 어리기 때문일까? 온전히 슬프고, 온전히 사랑하고 싶은 이유는. 아직 덜 아파봤기 때문일까. 거리를 두는 것은 생각보다 많이 어렵다. 에픽테토스가 말하는 법칙들을 실행하는 건 다시 말하지만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어서 감정에 쉽게 휩싸이기 때문에.

 

스토아주의는 인간과 동물을 논리적인 사고로 나눈다. 인간은 논리적인 사고가 가능하기 때문에 인간이다. 그러나 때로는 그것이 힘들다는 것을 에픽테토스도 알았기 때문에 단호한 행복을 강조했던 것이 아닐까.

 

인생에 단호해지는 것이 쉬웠다면 나는 이미 철학자가 되어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은 이유는 내가 철학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갖은 궁금증을 가지고 인생을 탐색하는 한낱 인간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 행복을 얻기 위한 정답은 없었다. 다만,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다양한 지혜들이 담겨 있었고 우리가 그 지혜들을 가지고 노력한다면 나도 모르는 새 과녁에 화살이 명중해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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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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