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유튜브 DJ들의 시대 [문화 전반]

글 입력 2021.03.2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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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라디오 DJ들이 골라준 노래가 유행했던 것처럼 요즘은 다른 방식의 DJ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유튜브 플레이리스트다.

 


캡쳐.jpg

 

 

‘퇴근길을 조직보스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치명적이고, 퇴폐적인 팝송’

 

‘혼자 있고 싶다, 아니 사실 누군가 옆에 있었으면 해’

 

‘짝사랑에 지친 마음들을 위하여’

 

From, 유튜버 때껄룩TAKE A LOOK

 

 

영화 속 주인공이 돼보고 싶고, 외로움에 침대를 뒹굴고, 누군가를 깊이 짝사랑하고 있다면 홀린 듯이 누르게 되는 제목들이다. 영상을 누르고 나면 노래가 끝날 때까지 나오지 못한다. 영상 속 댓글들이 금방이라도 영화화될 것 처럼 자세하고 생생히 살아 있어서 흠뻑 빠져버리기 때문이다.

 

플레이리스트를 bgm 삼아 댓글들을 하나씩 탐색한다.

 

음악으로 느껴지는 분위기에 살과 뼈를 붙이다 보면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우리는 그 이야기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나는 글을 읽을 동안 누군가를 죽이고 도망 다녔다가, 조직의 보스였다가, 또 어느새 미국 하이틴의 주인공이 되어 드라마틱 한 사랑을 하고 있다.

 

나 혼자 즐기는 이 영화가 끝나지 않기를 바랐던 건지 30분이 짧게만 느껴진다.


문득 이렇게 감성 충만하고, 본능에 충실하면서 글도 잘 쓰는 사람들이 어디 있다가 나온 걸까 싶었다. 감성적인 걸 오글거려 하는 사회에서 자신을 꾹꾹 눌러 담고 감내하면서 살아왔을 걸 생각하면 조금 슬퍼진다.

 

이 영상들이 유명해진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자신의 감성, 자신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배출할 수 없는 사회에서, 어떤 제약 없이 마음껏 표현해도 되는 이곳은 숨이 막혀있던 사람들이 찾고 있던 한 줄기 빛이었을 테니까.

 

그들은 배출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갔을 것이고 이 영상들은 훌륭한 배출구가 되어준다.

 

유튜브 DJ들은 그 점을 잘 알았던 것이다. 이미 이 전부터 사람들은 감성에 반응했다. 인스타 감성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람들은 특유의 감성에 열광했다.

 

유튜브 DJ들이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 사람들은 자신을 토해낼 수 있는 이 플레이리스트들을 사랑한다. 여기에서만큼은 마음껏 오글거려도 되기 때문에.

 

 

 

박소희 태그.jpg


 

[박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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