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전염의 이유 - 휴먼 네트워크

연결된 세상의 폐해
글 입력 2021.03.21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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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도 코로나로 이어지는 지금. 궁금했다. 왜 끝날 듯 끝나지 않을까? 왜 유럽이며 미국이며 중동이며 백신을 빨리 접종하려고 앞다툴까? 후자의 질문엔 '안정성을 위해서'라고 답할 수 있지만, 명확한 근거를 떠올리기는 어려웠다. 예방접종이 중요하다는 건 알아도 그 유효성이 와 닿지 않기 때문일 거다.

 

기억도 나지 않은 어린 시절부터 수두, 홍역, 파상풍 등 예방접종을 하였다. 커서도 마찬가지다. '발병/전염 위험성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상태'가 기본값이었다.

 

코로나는 정반대 상황이지만 결과적으로 같다. 아직 백신을 맞지 않았으니 백신의 유효성을 직접 체감할 수 없고, 한국은 이제 막 접종을 시작한 지라 간접 경험도 어렵다. '빠르게 접종을 시작한 영국에서 백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뉴스로 막연히 이해 중이다.

 

물음표가 난무한 상황, 『휴먼 네트워크』를 꺼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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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제목대로 사회 현상들을 사람들 간의 네트워크로 풀이했다.

 

네트워크는 무엇인가. 네이버 지식백과엔 '사람들을 연결하는 관계의 묶음'이라고 정의되었다. 다소 모호한 이 용어는 그물망을 떠올리면 쉽다. 그것도 아주 촘촘한 그물망. 딱 한 가지,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그물망은 한 부분과 다른 부분이 모두 일치하는 형태이고, 휴먼 네트워크는 어떤 중심을 기준으로 뭉치고 분열된 양상을 띤다.


그렇다면 중심에 있는 사람은 어떤 조건을 충족한 것일까? 저자는 4가지 기준을 이야기한다.


먼저 '도수 중심성'. 인기와 같은 의미이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에서 한 사람이 올린 정보가 팔로워들의 피드에 뜬다. 이 숫자가 많을수록 정보를 널리 퍼뜨릴 가능성도 커진다. 꽤 무서운 일이기도 하다. 많은 네트워크와 연결된 이가 잘못된 정보를 올리고, 상대적으로 인기가 적은 사람이 사실에 근거한 정확한 게시글을 올렸다고 가정해보자. 도수중심성 때문에 후자보다 전자의 정보가 훨씬 빠르게 퍼진다.

 

데이터에 기반한 정보의 오류라면 정정도 반박도 어렵지 않다. 하지만 누군가의 생각이나 가치관이 담긴 글이 팔로워들 사이에서 널리 퍼지고, 결과적으로 개인의 의견이 다른 이들의 의견보다 더 '사실적'이라고 받아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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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라고 여겨야 할까. 도수 중심성을 갖췄다고 해서 정보가 반드시 멀리 퍼져나가는 것은 아니다. '고유벡터성'이 높아야 가능하다. 즉 내가 아는 사람이 많은 것도 중요하지만, 그 사람들이 다른 네트워크와 잘 연결되어야 정보가 파도를 타듯 수평선 너머까지 닿는다. 이때 정보의 도달 범위(얼마나 멀리 정보를 퍼뜨리는가)와 관련된 '확산 중심성'과 다른 집단 사이를 잇는 핵심 인물 즉 '매개 중심성'을 갖춘 사람이라면 더욱 전파가 쉬워진다.


첫 번째 요소인 도수 중심성(인기)은 지인/친구의 합이지만, 다른 세 기준은 다양한 현상의 원인이 된다. 맨 처음으로 돌아가, 코로나 같은 전염병을 어떻게 이 네트워크로 설명할 수 있는지 살펴본다.


전염병과 관련된 네트워크의 주요 변수는 '기초감염재생산수'이다. 이는 감염병이 퍼지는 속도를 수치화한 것으로, 1 이상이면 질병이 확산하고 1보다 작으면 질병이 소멸한다고 여긴다. 그렇다면 이 수치가 1이 되는 시점은 언제일까? 여기저기 흩어진 소수의 네트워크 구성원이 작은 집합을 만들고, 이들이 서로 연결되어 커다란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시작할 때이다. 책에서는 이를 한 상에서 다른 상으로 변하는 '상전이 시점'이라고 표현한다.


한 명의 감염원이 한 명 이상에게 병을 옮기면, 그 감염은 점점 더 큰 양상을 띠며 지속한다. 거꾸로 생각하면, 한 명의 감염원이 한 명에게 병을 옮기지 않으면 그 감염은 확산세가 사그라든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그토록 강조하는 이유다. 코로나가 국내에 처음 퍼진 시작점을 떠올려보자. 한 명의 감염원이 지인 한 명에게, 그 지인은 자신의 가족 서너 명에게, 그 서너 명은 또 다른 이들과 접촉하며 현재까지 이어지는 중이다.


일 년을 넘겼는데도, 이런저런 규제를 가하는데도, 확산 규모는 꾸준히 제자리걸음이다. 늘어나기는 해도 특정 규모 이하로는 줄어들지 않는다. 한 명의 감염원이 한 명 이상에게 병을 옮기는 이상, 이 과정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개인의 네트워크를 일일이 규제하기엔 세상은 너무 긴밀해졌다. 사람이 모여야 이익을 얻는 사업체를 무시할 수도, 밀접하게 연결된 네트워크를 지켜 보고만 있을 수도 없다. 그래서 백신 개발에 열을 올렸고, 빠르게 접종이 시작되었다.


예방접종은 네트워크와 외부효과를 엮어서 살펴볼 수 있다. 외부효과, 언젠가 한 번쯤은 들어본 단어일 거다. 어떤 경제주체들의 행위/관계가 그와 무관한 제삼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복잡한 말을 책에서 나온 예방접종 예시를 가져와 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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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카페의 한 직원을 떠올려 보자. 그 직원은 독감 백신을 맞을지 말지 고민 중이다. 이때, 직원이 백신을 맞으면 그와 교류하는 모든 사람-손님, 점장, 다른 직원 등-은 독감에 전염되는 상황에서 벗어난다. 즉, 안전하다.


직원이 손님1을 보호하고, 손님1은 그의 동료와 가족을 보호하고, 그의 동료와 가족들은 또 다른 이들을 질병의 전파로부터 보호한다. 앞서 말한 기초감염재생산수를 1보다 낮추는 데에 기여하는 셈이다. 이것이 국가가 무료 예방접종에 나서는 이유다. 백신 접종자 일부가 결과적으로 전체 사회에 혜택을 준다. 특히 전염병에 취약한 계층을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 질병에 취약하다는 말은 곧 전염병을 옮길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짧은 예시로 전염병을 언급했지만, 책은 '인간의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다양한 현상을 다룬다. 내 친구가 나보다 친구가 많다고 느끼는 이유, 내 주변에 나와 비슷한 사람만 있는 이유, 여성 ceo를 찾기 어려운 이유와 경제적 불평등 같은 구조의 문제까지 네트워킹의 특성으로 풀이한다. 당연하게 여긴 일은 물론 의문을 품었던 일도 나름의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이런 질문을 평소에 품은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인간의 어두운 면과 불편한 진실들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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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매슈 O. 잭슨

 

옮긴이

박선진

 

분류

국내도서 < 과학 < 교양 과학

 

쪽수

480쪽

 

가격

19,800원

 

판형

152x225mm

 

출간일

2021년 2월 26일 

 

ISBN

979-11-6689-000-0(03330)

 

 

[박윤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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