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스트릿 노이즈 STREET NOISE - 울려퍼지는 무한한 가능성

거리의 예술이 피어나다
글 입력 2021.03.13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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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raffiti : 벽이나 그 밖의 화면에 낙서처럼 긁거나 스프레이 페인트를 이용해 그리는 그림을 뜻한다. 스프레이로 그려진 낙서 같은 문자나 그림을 뜻하는 말로, 유럽에서는 이미 거리의 예술로서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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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총 12년 동안 학교에 적응하고 주입식 교육을 받으며 거대한 입시 시스템으로 들어가기 위해 서로 경쟁하고, 질투하고, 자신을 다그쳐가며 살아왔다. 물론 학교와 교육은 사람에게 꼭 필요하고, 학교생활을 하며 배워나가야 하는 것들이 있다. 또, 주변 또래 친구들, 선생님들과 함께 공존하면서 살아가는 법도 익혀야 함을 잘 알고 있다. 이 모든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권위와 질서로 각자의 개성을 누르고, 체벌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고, 또 입시를 위한 주입식 교육에는 큰 반항심을 느꼈다.

 

나는 각자의 개성을 지키면서 사람들과 공존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고 또,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나의 개성이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해를 입힌다면 당연히 고쳐야 하고 눌러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타인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나의 것을 지키는 것이 왜 나쁜 일인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규칙이라는 틀 안에 갇혀 그 규칙이 누구를 위한 규칙인지, 누가 만들었는지, 왜 만들어졌는지 생각하지 않고 그저 그 틀안에 나를 끼워 맞추고 상처 입는 짓을 너무 오랫동안 해왔다. 그런 억눌려있던 감정들이 한 번에 터져 나와 요즘 같은 세대 갈등을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요즘도 종종 거리의 벽에 스프레이로 그려진 낙서를 볼 수 있다. 중, 고등학교 학창 시절엔 이런 낙서들이 더 많았던 것 같은데, 요즘은 눈을 크게 뜨고 살펴야 볼 수 있는 것 같다. 항상 마음 한편 이 시리고 억눌려있던 중, 고등학교 시절엔 가끔 마주치는 거리의 낙서들이 나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 것 같고 자유로운 느낌이 들어 나름대로 위로를 받았던 것 같기도 하다.

 

가끔 누군가는 지저분한 낙서로만 치부하는 일도 있지만, 나한텐 미술관에 고고하게 걸려 있는 미술품보다 훨씬 폭발적이고 자유로운 예술 작품으로 느껴졌었다. 평소 전시를 좋아하기 때문에, 해외에 가도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꼭 들리는 편이다. 유명한 작품엔 사람이 항상 모여있다. 그렇지만 그 사진을 깊게 들이마시며 음미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막상 사진을 찍고 나면 소원을 이루었다는 듯이 기뻐하며 또 다른 작품의 사진을 찍기 위해 떠난다. 나는 그런 액자 속에 담겨있는 예술 작품이 아름답지만 어딘지 모르게 힘겨워 보이고 슬퍼 보일 때가 있다. 반짝하고 사라져버리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마치 무대가 끝나고 공연장에 홀로 남겨진 배우 같다는 생각을 한다.

 

반면, 거리의 낙서들은 거침없고 자유로워 보인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듯한 색깔의 조합도 꽤나 신선하고 틀에 갇히지 않아 그 가능성이 무한하다. 벽을 가득 채웠다가, 또 한구석을 빛내고 있다가, 무대에도 제한이 없다. 오늘은 저 벽, 내일은 또 다른 벽에 위치한다.

 

이렇듯, 뭐든지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정교하고 세련되진 않지만 투박하고 거친, 정제되지 않은 느낌의 그래피티는 누군가에게는 골칫거리, 단순한 어린 젊음의 패기라고 생각될지도 모르지만 누군가에겐 자유로움, 신선함, 새로운 변화로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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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장은 잠실 롯데월드 몰 지하 1층 P/O/S/T에서 진행된다. 조금 찾기 어려운 곳에 위치하고 있어 몇 번 길을 헤맸다. 노란 조명을 받으며 자리하고 있는 다른 점포들 사이에 뭔가 다른 아우라를 내뿜고 있는 전시장을 만났다. 전시 공간은 빨갛고 까만 분위기를 내뿜고 있었다. 이질감이 들지만, 그만큼 신선했다. 온통 노란빛을 띄고 있는 와중에, 자신의 개성을 뚜렷하게 지니고 있었다. 빛과 어둠의 조화가 꽤 나쁘지 않고 신선하게 다가왔다. 게다가 이번 전시의 주제나 내용과 잘 어울릴 것 같아 무척 기대가 됐다.

 

전시를 본 날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퇴근을 하고 피곤한 마음을 이끌며 사람이 바글바글한 지하철을 타고 도착해 매우 심신이 지쳐 있던 상태였다. 집에서 잠실은 좀 멀었기에 솔직한 심정으로는 귀찮고 지치기도 했다. 피곤을 견디고 갈 만큼 재미있을까 하는 그런 생각도 들었다. 근데, 전시장에 들어가면서 그런 생각이 사라지고 전시를 보러 온 나 자신을 칭찬하고 싶었다. 일단 전시장의 분위기가 나를 사로잡았다. 롯데월드 몰이 만약 봄이라면 전시장은 겨울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밝고 희망찬 느낌은 아니지만 모든 걸 견디고 다가올 봄을 준비하는 겨울 같은 느낌. 그리고 요즘 나의 마음 상태와 비슷한 느낌이 들어 기대가 됐다.

 

전시는 생각보다 짧았지만, 오히려 모든 것이 응축되어 강렬했다. 짧고 강렬하지만 그 울림은 묵직한 느낌. 그래서 더 와닿았는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폭발하는 듯한 느낌과,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실제 전시장은 스트리트 느낌을 최대한 살린듯해 보였는데, 시도가 매우 신선했다. 거리의 낙서가 담긴 벽과 철창에 달려 있는 작품들. 어둡지만 잔잔한 분위기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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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작품의 방향을 뒤집어 새로움을 창조한 시도들이 눈에 띄었다. 사진 속 아름다운 여인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왜 그녀는 눈물을 흘리고 있을까? 누구나 알만한 유명한 배우의 당당해 보이고 아름다운 사진, 그 사진을 한 번 더 뒤집어 눈물을 흘리는 여인으로 표현하였다. 겉으로 보이는 것과 실제 삶에 관한 모순을 표현한 것일까? 이렇게 작가는 원래 알고 있던 것에 새로움을 더하여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보는 이로 하여금 새로운 시각으로 넓혀갈 수 있게 하였다.


그저 기존의 작품에 물감을 더했을 뿐인데, 새로운 가치와 생각이 탄생했다. 기존의 가치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 더 넓은 차원으로 시야를 넓힌 시도들이 좋았다. 뒤집고 무너뜨리고 덧칠해서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들을 보면서, 정말 많은 위로를 받았다. 현실을 직시하고 현실 안에서 소소한 기쁨들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도 좋지만, 현실의 아픔과 어두운 면도 과감하게 받아들여 변화시키려는 태도도 필요한 것 같다. 매일 바쁘게 살아가다 보면 시야가 점점 좁아지는 느낌을 받는데, 그러다 보면 여유도 사라지고 마치 기계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릴 적, 나는 반항을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미움을 받긴 싫었기에 겉으론 별 티를 내지 않고, 그저 랩이나 힙합 음악을 들으며 마음속 응어리를 풀어냈던 것 같다. 그래서 난 오래된 것에 반항하고 자신들의 길을 개척해나가는 사람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


새로운 시도를 하기 위해선 정말 큰 용기가 필요하다. 남들이 모두 짜장면을 외칠 때, 나 혼자 짬뽕을 외치는 건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우린 매일 일상 속에서 용기가 필요한 일을 직면하곤 한다. 누군가는 용기를 내서 실천으로 옮기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 그렇기에 난 거리에 울려 퍼지는 이들의 목소리와 작품이 참 용기 있고 대단하다고 느낀다. 작은 변화가 모여 큰 변화를 이루듯이, 이들의 작품과 현재까지 이어지는 많은 사람들의 용기로 세상이 조금 더 유연하게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다고 해서 자책하거나 힘들어할 필요는 없다. 어쩌면 그런 게 당연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틀 안에서 벗어나면 손가락 질 받고 마음의 상처를 얻는 경험이 많았으니까. 하지만 요즘 세상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나도 조금씩 작지만 소중한 용기를 내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그러다 보면 불안하고 길을 잃은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하지만, 조금씩 변화가 느껴진다. 그럴 때마다 나보다 앞서 용기를 낸 사람들을 보면서 또 나는 용기를 얻곤 한다. 이번 전시도 나에게 큰 용기를 선물해 줬다.

 

우리는 흔히 문화를 주류와 비주류로 나눈다. 하지만 나는 주류와 비주류 중 뭐가 옳다 나쁘다는 생각보다는, 주류는 나름대로 우리 사회에 필요하고, 비주류도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반항하는 정신이 있기에 우리 사회의 시야가 넓어지고, 조금 더 이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느낀다. 젠더나 연령, 경제, 문화 등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항상 의구심을 가지고 반항하는 정신. why not? 과 같은 물음표를 항상 마음속에 지녀야 유연한 태도로 세상을 바라보고 변화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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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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