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와 모델] 지토

글 입력 2021.03.13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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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있었을 때 같이 일했던 스텝 친구들 중 하나이다. 귀여운 친구다. 그리고 친해지고 싶었다. 마침내 제주도 떠나기 전날, 그리게 되었다. 시간이 많지는 않았어도, 얘기를 듣기에는 충분했다. 대화를 많이 못 해서 아쉽지만 그래도 이것도 자연스러운 흐름이니.


“노래하고 싶어서 부모님을 설득했어. 하지만 너무 늦은 걸까, 대학교에 준비하긴 늦어서 다른 학교에 가긴 했는데. 다시 돌아갈지는 모르겠어. 그래도 계속 노래를 하고 있어.”


“아, 그거 어떤 기분인지 알아. 어떻게든지 계속 이어나가게 되는 거 말이지? 나도 졸업하긴 했지만, 계속 남기고 싶더라.”


노래하는 친구. 음악과 미술. 청각과 시각 예술. 같은 예술 계열이어서 그런가, 말하지 않아도 공감되는 추상적인 영역이 분명하게 있었다.


“나는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사람이야. 영향력을 주고 싶어. 나랑 비슷한 사람, 닮았던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노래를 선택한 건- 그나마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이기 때문이야. 사실 영향력을 가장 잘 끼칠 수 있는 건 ‘글’의 영역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난 잘 못해서.. 전달하고 싶은 감정은 10인데 나는 30, 50을 말해버리거든. 그런데 10을 전달하기 위해 3만 써서 주면, 나머지 7은 상대 안에 자리 잡고, 뿌리를 내려서 10으로 키워진다고 생각해. 그런데 난 온전히 10을 전달하고 싶어서, 더 정확하게 많이 알려주고 표현하고 싶어서 많이 말하게 되는 것 같아.”


“그럼 단어가 중요하겠네.”


“응. 단어의 힘이 크지. 단어 선택도 잘 하는, 적재적소에 잘 쓸 수 있는 그런 힘. 그래서 랩을 생각하기도 했었는데, 전달하기가 나는 어렵더라고. 말도 많이 해야 하고.. 그런데 노래는 가사에 음을 넣어서 부르잖아. 예를 들어 ‘그리움이 쌓이네-’라고만 해도, 상대 마음에 뿌리내릴 수 있어.”

 

 

지토.jpg

 

 

밝은 연두색, 그리고 하늘색이 보였다. 머리카락은 단정하게, 그리고 전체적으로 청량감-까지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선선한 색이 쓰였다. 내가 먼저 얘기를 묻거나 꺼내지 않아도, 스스로 얘기를 즐기면서 하고 있었다. 그래서 덕분에 얘기를 들으면서도 그림을 더 편하게 그릴 수 있었다.


아, 너는 이런 색이구나. 하늘색. 연두색. 초록색. 그리고 청량하게 비치는 하늘과 숲의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널 궁금해하고 있었구나. 따뜻한 햇살 비치는 시원한 바람. 그 나른한 오후 같은 친구. 날씨야 언제든 바뀔 수 있고, 언제든지 불안정해질 수 있어도 이 바람은 간직할 수 있지.


무대 서는 사람은 특징이 있다. 명랑함. 물론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내가 직접 겪고, 본 사람들은 대체로 그랬다.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게 어색하지 않고,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얘기하는 것. 혹은 표현하는 것. 주목받을 때 더 빛이 나는 사람들. 그 모습이 참 좋다.


“왜 이름이 지토야?”


“에버랜드에 있을 때 이름이 ‘지토’야. 캐릭터 지토 닮았다고 해서, 지토라고 지었거든. 우린 항상 닉네임으로 부르고 생활했어. 에버랜드에 1년 있었는데 정말 행복했었어. 그리고 지금 바로 또 이렇게 제주도에 와서 불리고 있고. 이 이름으로는 행복한 기억밖에 없어, 감사하게도. 그래서 제주를 떠나서 현실로 돌아갈 때는 아무에게도 내 닉네임을 얘기하지 않으려고 해.“


“아, 행복한 순간을 봉인하는 느낌이야? 박수 칠 때 떠나는 건가. (웃음) 그래도 이름과 함께 행복한 기억, 추억을 보관할 수 있어서 참 좋겠다.”


“사실 인스타그램 계정도 지토라서.. 이름을 바꾸긴 해야 하는데.. 본 계정의 아이디랑 비밀번호를 까먹어서 지금 계정이 된 거긴 한데. 뭐, 이것도 의미가 있지 않나 싶어.”


제주도를 떠나기 전 날까지 거의 마지막 주간은 내내 그림을 그려서 에너지를 많이 쓰긴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사람들 하나하나를 손으로 잡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림으로 기억하고, 대화를 글로 남기면서 추억한다. 벌써 겨울의 끝, 청량감을 지니고. 다시, 봄이다.

 

 

[최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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