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번 한번만 봐준다 [사람]

글 입력 2021.03.13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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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시작은 이전보다 퍽퍽했다. 역병은 여전히 흉흉하게 우리 주변을 떠돌고, 온갖 유명인들의 구설수가 터져 나오는 와중에 통쾌하게 마무리된 건도 없다.

 

납득되지 않는 절망과 용납할 수 없는 악독함 속에서 간신히 버티는 우리들의 마음은 들꽃 한 송이 피어날 틈새조차 기대할 수 없을 지경이다. 비극이 연속되는 상황에서는 늘 실수가 나오고 잘못이 터진다. 그럼 이때다! 하고 다수의 분노 응어리가 터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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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잘못했지! 웬만하면 넘어가려 했는데 넌 진짜 못됐다.”


 

비판의 목소리가 칼바람에 닳아 뾰족해져서는 가해자를 마구 찌를 때가 있다. 그때는 정말 잘못한 사람을 꾸짖어 바른길로 갔으면 하는 마음인지 그 자리에 짓눌려 평생을 살았으면 하는 마음인지 헷갈린다. 한 놈만 걸려라, 하는 마음으로 누군가 삐끗하길 기다리는 것 같기도 한데, 그런 흉포함을 개인의 인간성 문제라고 하기엔 세상도 극심하게 메마른 터라 어느 하나 꼬집을 수 없는 애매한 가뭄 속에서 사는 듯하다.


누군가 잘못을 하고, 상처 입은 누군가가 생기면 그의 편에 서서 잘못을 꼬집고 반성을 유도해야 한다. 진심으로 뉘우치고 상대에 대한 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그렇기에 그 사람을 향한 날카로운 비판은 분명히 필요하다. 가르침은 물렁할 수 없어서 그것으로 인한 불편함은 잘못한 사람이 반드시 감내해야 할 몫이다.


그러나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모든 비판의 목적은 상처받은 사람을 위함이라는 것이다. 당신의 피해는 당신 잘못이 아니라고, 마땅히 사과받고 침해당한 당신의 것을 되돌려 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위로하고 격려하기 위해 제삼자도 나서서 가해자를 나무라는 것이다. 피해자는 온데간데없고 가해자를 묵사발 내기 위해 건네는 충고는 그저 또 다른 피해자를 낳게 될 뿐이다. 그토록 힐난하던 가해자와 닮아가는 것이다.


매번 누군가의 잘못이 수면 위로 떠 오를 때면 이건 이래서, 저건 저래서 용납할 수 없는 이유가 존재한다. 그런 갖가지의 당위성을 가진 스스로는 과연 무결하다고 말할 수 있는지 돌아봤으면 좋겠다. 과거 티비 프로그램에서 방송인 허지웅이 했던 이야기가 있다. 간혹 보면 네티즌들은 쉽게 상처를 받는 여린 감성을 소유하고, 조금의 흠도 없는 대단한 사람들 같다고.


이에 깊이 동감한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는 악인이고, 불쾌한 사람이었을 테니까 말이다. 내가 무심코 던진 돌에 맞아 상처 입었을 누군가는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그들 모두에게 석고대죄하고 자신의 잘못을 평생 속죄하며 사는 인간이 얼마나 될까. 아마 없을 것이다.


기사로 맞이한, 건너 들은 이야기로 맞이한 모든 사람의 잘못이 정말 다수의 누군가에게 고개 숙이고 움츠려야 할 만큼 중죄였는가. 잘못한 누군가를 보며 한마디 하고 싶을 때마다 한 번만 되뇌어 보자. 이 세상은 용납할 수 없는 것들 속에서 봐주고 넘어가 주는 너그러움 덕에 굴러가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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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어스름은 자신을 몰아내려는 해를 집어삼키려다 봐주어서 우리는 아침을 볼 수 있었다.

 

자연은 무자비한 욕심으로 저를 해치는 인간들을 덮치려다 봐줬다. 그래서 우리는 자연의 허락하에 새 생명을 잉태할 수 있었다. 목청껏 떼를 쓰는 아이를 달래느라 쩔쩔매는 부모를 모른 척 들리지 않는 척 넘어가 준 다른 손님들이 있다. 덕분에 부모는 곤란한 상황에서 아이를 교육하는 법을 배웠다.


저마다의 인내와 용서가 나를, 우리를 숨 쉬게 해준다. 나의 눈감아줌이 누군가를 살게 한다. 나의 모른 척이 누군가의 숨통이 된다. 세상은 감옥이 아니고, 잘잘못을 따져 죄를 벌하는 것은 우리의 당연한 의무가 아니다.


“이번 한 번만 봐준다.”


시혜적인 태도이더라도, 지금의 힘든 우리에겐 분명히 필요한 마음가짐이다. 나의 글이 불편한 누군가도 마지막까지 읽었다면 한 번만 넘어가 주길 바란다. 당신의 너그러움이 나의 자존감이 되어줄 것이다.

 

 

[오수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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