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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Review] 필요한 건 한 번의 용서 - 플리백 [공연]
엎질러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 화목한 가정도, 끈끈한 우정도, 순전한 사랑도 변하기 전과 같은 모습으로 되돌릴 수는 없기는 마찬가지다. 지우개도 다르지 않다. 연필로 쓴 글과 그림은 지울 수 있어도, 그 자국까지 완전히 없애지는 못한다. 다만 얼룩진 바닥은 걸레로 닦아낼 수 있고, 자국이 남은 종이 위에도 다시 새로운 문장을 써 내려갈 수 있다. 엎질러진 물은 돌아오지 않지만,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지 못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그저 단 한 번, 용서받을 수 있다면 한 사람은 다시 살아갈 수 있다. 좋고 나쁨을 잴 수는 없어도, 분명 이전과는 ‘다른’ 이야기다.
* 해당 리뷰는 연극 '플리백'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런던의 한 골목, 파산 직전의 기니피그 카페를 운영하며 살아가는 여자 '플리백'이 있다. 섹스와 농담 없이는 하루도 버틸 수 없는 그녀는 면접 자리에서 뜻하지 않게 상의를 벗어버리고, 성공한 언니와는 사사건건 부딪히기만 한다. 그야말로 구제불능인 나날의 연속이다. '지저분한 사람', '
by
백승원 에디터
2026.08.05
오피니언
영화
[Opinion] 지평선을 결코 가운데 두지 말 것, ‘파벨만스’가 알려주는 삶의 구도 잡는 법 [영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를 용서하고 사랑하게 될 거야
* 이 글은 영화 결말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 <미지와의 조우>, <레디 플레이어 원>으로 대표되듯, 수십 년간 관객들에게 압도적인 스펙터클을 안겨준 거장이다. 하지만 <파벨만스>에서 그의 카메라는 돌연 가장 내밀하고 연약했던 자신의 유년 시절을 비춘다. 영화 속 주인공 소년 '새미'의 얼굴을 하고. 그러나 이 작품의 이야기
by
최수경 에디터
2026.08.05
오피니언
영화
[Opinion] 목소리의 형태: 용서한다는 것은 [영화]
용서하고, 용서받는다는 것.
'용서'란 무엇인가, 에 대한 고민은 꽤 오랫동안 내 안에 머물렀다. 아홉 살 때, 짝꿍이 하도 괴롭혀서 일기장에 고충을 호소한 적이 있다. 그걸 읽은 담임 선생님은 짝꿍을 부르더니 갑자기 긴 나무 막대기를 꺼냈다. 그리곤 그 애의 손바닥을 강하게 내리쳤다. 나는 통쾌하지도, 기쁘지도 않았다. 심장이 쿵, 쿵, 쿵 뛰었다. 선생님은 나와 그 애를 복도로
by
전주현 에디터
2026.06.06
오피니언
영화
[Opinion] 그러므로 인간답게 살아가리라 - 프랑켄슈타인 [영화]
때로는 용서하고, 때로는 잊으며 살아가는 존재가 사람이다. 서로의 이름을 붙여주고 삶의 목적을 공유하는 동반자가 되는 것이 사람의 방식이다. 적자생존은 정확한 사람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적합한 사람이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깨져도 부서져도, 그대로 인간답게 살아갈 것이다.
지난 2월 초, 전 세계 언론계가 충격에 빠졌다. 14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워싱턴포스트(WP)의 기자 300여 명이 집단 해고된, 이른바 ‘워싱턴포스트의 죽음’ 때문이다. AI 대전환의 물결은 전문직과 생산직을 가리지 않고 직업 생태계 전반을 위협하고 있다. 매일같이 희망퇴직 권고와 인력 감축 기사가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이름만 대면 알 법한 대기업이
by
백승원 에디터
2026.02.23
오피니언
만화
[Opinion] 사랑과, 용서. 그리고... [만화]
로판 웹툰 '망나니의 누님이시다'를 읽고
화려한 작화와 화려한 연출, 그리고 이 모든 걸 아우르는 원작. 카카오페이지의 로판 웹툰들 중 상당수는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웹툰이다. 덕분에 날이 갈수록 쏟아지는 신작 웹툰들로 나의 지갑은 얇아지지만 하루하루 즐겁게 보내고 있다. 새롭고 재밌는 로판 웹툰은 로판 덕후인 나에게 늘 즐거움을 가져오니까! 그 중에서도 내가 특히나 애정하는 작품들도 있다.
by
서지희 에디터
2026.02.07
리뷰
PRESS
[PRESS] 미움의 시대에 '용서'를 말하다 - 연극 '태풍'
미움의 시대에 내리는 가장 혁명적인 선택
“인생은 한바탕 연극과 같다.” 셰익스피어의 이 오래된 문장은 국립극단의 연말 공연 〈태풍〉에서 더없이 구체적인 장면으로 되살아난다. 2025년 국립극단의 마지막 라인업 작품인 〈태풍〉은 셰익스피어의 마지막 걸작 『템페스트』를 오늘의 언어로 다시 불러낸다. 공연은 시작과 끝에서 끈질기게 관객에게 상기시킨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이 모든 것은 ‘연극’이라는
by
황수빈 에디터
2025.12.23
리뷰
도서
[Review] 책이 되는 문장들에 대하여 -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 [도서]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는 출판 혹은 책 쓰기를 꿈꾸지만 문 앞에 서성이는 글 쓰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임승수 작가의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를 읽으며 나는 기억 속 오래된 강의실 하나를 다시 열었다. 대학생 시절, 출판기획 수업을 들은 적이 있는데 같은 과 친구들과 팀을 이루어 출간하고 싶은 책을 기획했었다. 당시 시장 상황, 경쟁 도서, 차별 포인트 등 치열하게 이야기하고 발표 준비를 한 기억이 있다. “책은 무엇으로 만들어질까”를 묻던 시간들이 자
by
최아정 에디터
2025.12.21
작품기고
The Artist
[언어가 머무른 자리] 용서를 위한 기도문
한 송이의 꽃을 건넬 수 있기를
* 본문에 소설 내용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에 주의해주시기 바랍니다. 사는 동안 무수히도 많은 금이 생겼습니다. 마음의 잔금이 햇살에 찔린 물결만큼 많지만 상처입었다는 이유로 망가지진 않으려 합니다. 나를 강하게 하는 것도 약하게 하는 것도 당신이 아닌 내 자신임을 알기에 그럼에도 나를 미워하는 당신에겐 차라리 꽃을 바치겠습니다. 김영지, <레지나
by
손가인 에디터
2025.11.13
리뷰
공연
[Review] 이 세상의 모든 살리에리들에게 - 아마데우스
"당신을 용서합니다."
어린 시절, 에디슨의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완성된다"라는 말은 한동안 내게 노력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명언 중 하나였다. 그러나 이제는 그의 말 속 1%의 차이가 얼마나 결정적인지를 안다. 과학적으로도 99도와 100도의 차이는 단 1도에 불과하지만, 그 차이로 물은 끓는다. 그리고 비극은 바로 그 1도에서 시작된다. 이 비극은 연극 <
by
백소현 에디터
2025.11.03
리뷰
공연
[리뷰] 천재를 마주한 인간의 초상 - 연극 아마데우스 [공연]
살리에리의 시선으로 다시 쓴 <아마데우스>는 천재 모차르트를 바라보는 한 인간의 질투와 경외, 신에게 버림받은 자의 절망을 담고 있다.
살리에리의 시선으로 다시 쓴 한 인간의 고백 연극 <아마데우스>는 인간이 품은 가장 원초적인 욕망, 인정받고자 하는 갈망을 나타낸다. 같은 인물인 모차르트를 다루면서도 뮤지컬 <모차르트!>가 천재의 고뇌와 자유, 예술가의 해방을 노래한다면 연극 아마데우스는 정반대의 결을 취한다. 이 작품은 신에게 사랑받지 못한 인간의 절망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파괴적 모
by
김서영 에디터
2025.10.31
오피니언
문화 전반
[Opinion] &TEAM, 팬과 함께 도달한 무대 — 한국 데뷔가 가진 감정의 무게 [문화 전반]
무대를 향한 긴 여정과 한국 데뷔의 순간
K-POP 아이돌 그룹이 받는 트레이닝 시스템과 음악 스타일을 기반으로 기획돼 해외 현지를 주무대로 삼는 현지화 그룹은 K-POP 아이돌 그룹의 시스템에 기반해 K-POP 한국 팬덤의 니즈를 충족한다는 점에서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주무대인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굳건한 팬덤을 형성해 나가던 HYBE의 글로벌 보이 그룹 ‘&team’이 알린
by
김다영 에디터
2025.10.20
칼럼/에세이
에세이
[에세이] 사랑한다는 건 강하다는 것
이제 이 여름을 사랑해 버려야 될 것 같다. 미움은 버겁고, 사랑하는 사람은 강하다. 강함의 공식은 ‘이기는 것’에 있지 않다. 오히려 ‘져주는 것’에 있다.
지난주에 있었던 일이 아득히 멀어져만 가는데, 먼 훗날의 일은 유난히 또렷하다. 아지랑이가 기승을 부리는 한낮에 문득 알아챈다. ‘아, 더위를 먹었구나.’ 싫어하던 것을 좋아하게 된 일이 있는가 혹은 그러고자 노력해 본 적이 있는가 용서한 적이 있는가 분명 예전보다 너그러운 사람이 되었다고 믿는다. 그럼에도 여전히 용서하지 못한 것이 있다면, 바로 여름이
by
백승원 에디터
2025.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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