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이종(異種)과의 조우 - 중력의 임무

글 입력 2021.03.04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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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의임무_개정판_앞표지.jpg

 

 

 

Prologue.



정통 SF소설이었다. 나에게 소설을 고르라고 한다면 성장소설이나 스릴러, 추리 소설 이런 쪽을 좀더 좋아하기에 내가 직접 SF소설을 고르는 건 나에게도 생소한 일이다. 하지만 늘 장르를 편식할 수는 없어, 최근 보았던 영화 ‘승리호’의 세계관에 영향을 받아 한번쯤 소설로도 SF를 접해보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렇게 과학 법칙에 대해 세밀한 설명이 있고 이 법칙들이 내용의 전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SF는 처음이라 읽는 동안 문과생인 나로서는 머리에 적잖이 쥐가 나는 것을 느껴야 했다.


몇 번을 읽고 풀어도 이해가 가지 않았던 물리 계산법과 자세히 알고 싶지는 않은 각종 화학, 지구과학 지식들이 모든 챕터에 산재해 있어 어려웠지만 그럼에도 이 분야가 재밌는 이유는 내가 생각하기에 이런 점들 때문인 것 같다.


새로운 환경에 존재하는 새로운 법칙들, 이 법칙에 적응하며 살아가느라 만들어진 새로운 사회와 규칙들, 환경과 생명체의 관계 등이 소설 안에서 리셋되거나 심화된다. 이 소설 안에만 존재하는 설정값이라는 것도 독자로 하여금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집중하게 한다. 사람들은 언제나 새로운 것에 목마르고, 어딘가에 있을지 모를 우주의 생명체에 끊임없이 관심을 갖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충분히 매력이 있는 SF의 고전이라고 불리나 보다.

 


최고 중력 700G의 행성에서 펼쳐지는 정통 하드 SF의 대명사

과학적 엄밀함에 못지않은 소설적 재미까지

 

적도 지름 7만7천 킬로미터, 극 지름 3만 킬로미터의 극단적으로 찌그러진 팬케이크 모양의 외계 행성. 자전 주기는 18분, 지구 시간으로 하루면 80번 해가 뜨고 진다. 표면 최고 중력은 지구의 700배. 이 괴물 같은 행성을 탐사하러 온 지구인과 나름의 문명을 갖춘 지적생명체와의 극적인 조우. 그리고 두 종족은 지구인들이 잃어버린 관측 로켓을 찾기 위해 존재하지 않았던 장대한 탐험을 시작하는데….

 

평균기온 영하 170도의 행성을 뒤덮은 메탄의 붉은 바다에는 시시각각 허리케인이 몰아친다. 그 바다를 항해하는 외계생명체와 지구인들과의 끈끈한 우정, 그리고 배신. 과학에 대한 두 종족의 열정과 함께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흥미진진한 초고중력의 세계로 독자를 초대한다.

 

 


중력의 법칙



 

지구의 만유인력과 자전에 의한 원심력을 합한 힘. 지표 근처의 물체를 연직 아래 방향으로 당기는 힘이다. 만유인력을 중력이라고 할 때도 있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중력은 쉽게 말해 물체를 지표로 끌어당기는 힘이다. 물건을 던졌을 때 땅으로 떨어지게 하는 힘으로 지구 상의 모든 물체에는 이 중력이 작용한다. 중력도 힘의 일부이므로 이 힘에는 값이 존재한다. 지구에 사는 사람에게는 이 중력과 중력값에 대한 이해가 쉽다.

 

자세히 따지자면 지구가 완전한 구형이 아니며 자전을 하는 행성이기 때문에 지구 표면에서의 중력값에도 극지방(남극, 북극)과 적도에서 측정되는 것에 미미한 차이가 존재한다.

 

그러나 이 중력값이 한 행성에서도 극적인 차이가 나타나는 곳이 소설의 무대로 등장한다. 전체적인 형태조차 ‘찌그러진 팬케잌’같은 모습을 띠고 있는 외계 행성 ‘메스클린’은 지구와 그 환경이 매우 다르다.

 

 

 

외계 생명체와의 조우


 

 

백조자리 61번 별의 둘레를 도는 행성 메스클린. 목성의 3배 크기에 16배의 질량, 적도 지름이 극 지름의 2배가 넘는 납작한 쟁반 모양으로, 하루가 겨우 18분에 불과한 엄청난 속도로 자전한다. 이처럼 특이한 조건 때문에 메스클린의 환경은 지구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적도에서의 중력은 원심력 때문에 지구의 3배 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극지방에선 무려 7백배에 달한다. 평균기온은 영하 170도, 대기는 수소로 이루어져 있으며 붉은 메탄으로 가득한 대양을 가지고 있다.


- 출판사 서평 중

 

 

언제일지 모를 시간 속의 인간은 환경이 상이한 외계 행성을 탐사하고 로켓을 보낼 만큼 기술이 발달해 있다. 어쩌면 같은 정도로 발달한 기술을 인간이 현재 보유하고 있다 해도, 탐사할 대상을 찾지 못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온도와 중력값이 엄청나게 차이 나는 곳 메스클린에서도 인간의 지식과 탐사에 대한 욕구는 대단하다.

 

기상학자, 수학자, 물리학자, 생화학자 등은 메스클린의 위성인 투리에 있는 기지에 상주하며 메스클린인들과 무전기를 통해 소통한다. 이들 중 한 명인 찰스가 메스클린인들과 함께 그들의 행성에서 탐사를 하기도 했지만, 발리넌 선장을 필두로 한 브리호 상단이 갈 길은 앞으로가 훨씬 더 고단할 것으로 예상되었기에 찰스는 기지로 복귀한다.

 

이렇게만 쓴다면 이들은 사고와 소통이 가능하기에 인간과 얼추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라 추측하기 쉬울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모습은 내가 생각한 것과는 아주 다르게 묘사되었다. 형태로는 애벌레의 것을 가장 닮았고, 대략적으로 원통처럼 생긴 몸은 길이가 40센티미터 가량 되었으며 거리를 이동할 때에는 수많은 집게발과 집게손으로 기어다녔다.

 

중력이 극지방에서의 지구의 700배에 달하므로 이에 버티기 위해 아주 단단한 납과 같은 외피를 지니고 있으며, 인간이 사용하지 않는 음역대에서 메스클린어로 소통한다. 영상이나 삽화와 같이 이해를 돕는 자료가 있었다면 읽기에 더 수월했을 테지만 오로지 상상으로만 이들이 움직이고 대화하는 걸 상상하다보니 그들은 줄곧 내 머릿속에서도 번쩍거리는 금속성의 피부를 가진 애벌레로 간주되었다.


메스클린은 크기가 목성의 3배에 달하는 곳이지만 문명은 지구의 역사로 보자면 콜럼버스가 항해를 시작할 무렵에 가까웠다. 행성에서도 자신들이 살고 있는 곳이 아니면 아주 먼 반경까지는 가보지 않은 미지의 영역인 셈이었다.

 

브리호의 선장 발리넌과 선원들이 항해하는 모습을 보면 그래서 자연히 콜럼버스가 떠올랐다. 콜럼버스가 역사적으로 좋은 일만 했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겠지만 목적이 무엇이었든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고자 한 그의 용기만큼은 높이 사는 바이기에, 발리넌을 그에게 비교하기에 손색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학이 그들에게 미친 영향



이야기의 전체적인 플롯을 보면 지구인과 메스클린인, 브리호의 선원들과 그들보다 문명이 덜 발달한 두 종족, 그리고 좀 더 문명화된 ‘비행’이 가능한 종족 이렇게 크게 사각구도가 나타났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의 관계가 ‘과학적 지식’을 척도로 하여 우열이 드러났다는 점이었다.

 

브리호의 선원들은 지구인으로부터 그들의 위치 정보와 기상 예측 정보를 전달받으며 그들의 항해를 지속할 수 있었고 지구인들 또한 그들로부터 메스클린에 대한 여러 지질학적, 생화학적 정보를 얻을 수 있었기에 정보의 거래가 이들 사이에는 있었다.

 

다음으로 브리호와 문명이 덜 발달한 두 종족 사이에서는 브리호의 선원들이 인간들로부터 얻은 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무역 거래나 전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비행기술을 확보한 메스클린을 상대할 때에도 처음에는 그들이 가진 동력비행 물체, 글라이더에 매우 놀랐지만 브리호의 선원들은 이제 ‘던지기’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상태에 도달해 있었다.

 

과거에는 지면으로부터 수직 거리가 있는 어떤 곳이든 ‘높이’에 대해 강박적이고 비합리적인 공포심이 선원들이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중력이 700배인 이 행성에서는 높이차가 있는 곳에서 떨어지는 순간, 1초가 채 되지 않는 순간에 그 물체는 박살이 나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된다.

 

몸체가 40센티미터 정도인 메스클린인들에게는 더욱이 몇 미터가 체감상 몇십, 몇백 미터에 달하기 때문에 높이 차가 있는 곳에서 떨어진다거나, 어떤 물체를 던지거나 위 아래로 옮긴다는 것은 상당한 공포심을 극복한 후에만 가능한 것이었다. 그래서 던진다거나 떨어진다는 개념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지만 중력의 개념을 이해한 뒤로는 이 ‘던지기’기술이 가진 위력을 알고 상대방을 위협하는데에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

 

결과적으로 브리호의 항해는 인간들이 오래 전 쏘았던 로켓에 도착하는 데에 성공한다. 몇 천 킬로미터를 건너오는 동안 그들과 다른 부족을 만나며 얻는 것도 잃은 것도 많았지만, 인간과의 거래를 성공적으로 마치게 되었다. 인간들에게는 그 로켓이 오랫동안 수집한 메스클린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들로서는 인간에게서 여러 과학 지식들을 배울 수 있는 기회였기에 괜찮은 거래였다.

 

결말 부분에서 의외였던 점은 메스클린인들이, 아니 그 중에서도 계속해서 진취적인 캐릭터로 등장했던 주인공 발리넌 선장이 더 많은 지식을 요구했다는 점이었다. 과학과 수학에 대해 더 알면 알수록 메스클린인들의 문명이 발전할 것이라며 배우기를 적극적으로 원했다. 일말의 호전적인 태도 없이, 다소 이상적이긴 했으나 지식을 교류하는 장으로 변한 브리호는 이제 지구인과 메스클린인을 잇는 중요한 다리가 될 것이었다.

 

 


Epilogue.



지금까지 보았던 SF 소설에서는 다른 종족과의 전쟁이나 뜻하지 않은 기상 악화가 주요한 갈등원인이었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는 그러한 갈등조차 메스클린의 상이한 환경적 조건에서 기인한 중력, 자전 주기, 풍량과 풍향 때문이었으므로 인물 간 갈등은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자연과 인물들 간의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 변화를 어떻게 지구인과 메스클린인들이 힘을 합쳐 ‘과학’을 도구로 잘 헤쳐나가느냐가 이야기의 주요한 줄기였던 듯하다.

 

소설에 등장하는 과학 현상을 설명하는 부분이나 물리, 지구과학 관련 법칙 내용은 기초적인 지식이 없다면 이해하기에 힘든 점이 있다. 어릴 때 배운 과학 교과서를 머릿속에서 여러 번 뒤진 후에야 대충 감을 잡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런 점들을 차치하고서라도 다소 평화롭게 자신들의 거래를 수행해가는 지구인과 조금 다른 패러다임의 외계인들이 함께 겪어나가는 탐사 스토리가 흥미롭다.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한발씩 나서고 물러서며 지식을 공유하는 모습이 새로웠다. 마냥 탐욕적인 인간도 아닌, 그렇다고 무지함이 미개함으로 느껴지지 않는 조금 귀여운(?) 외계인들의 거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 기뻤다.


 

*

 

중력의 임무

 

 

원제: Mission of Gravity, 1954


판형 국판변형(137*197)

 

면수 60쪽

 

정가 14,800원

 

지은이 할 클레멘트 (Hal Clement)

 

옮긴이 안정희

 

펴낸곳 아작

 

발행일 2021년 2월 20일

 

ISBN 979-11-6668-010-6 04840

 

  

[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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