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자줏빛 가시나무 [음악]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당신의 쉴 곳 없네
글 입력 2021.02.27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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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자우림의 가시나무 노래를 들었다. 우연히 보게 된 영상이지만 쉽게 눈을 떼지 못했다.

 

눈과 귀를 끌어당기는 음악의 힘을 강하게 느꼈다. 시인과 촌장의 가시나무를 자줏빛으로 칠해 선보인 무대는 가시나무의 딱딱하고 날카로움을 부각시켰다. 그야말로 자줏빛 비가 내리는 숲 속의 가시나무였다. 대신 비가 내린 순간의 서늘함보다는 폭풍과 함께 휘몰아치는, 격정적인 감정을 표현한 무대였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 내 속엔 헛된 바램들로 당신의 편할 곳 없네

 

내 속엔 내가 어쩔 수 없는 어둠 당신의 쉴 자리를 뺏고 / 내 속엔 내가 이길 수 없는 슬픔 무성한 가시나무 숲 같네

 

바람만 불면 그 메마른 가지 서로 부대끼며 울어대고 / 쉴 곳을 찾아 지쳐 날아온 어린 새들도 가시에 찔려 날아가고 / 바람만 불면 외롭고 또 괴로워 슬픈 노래를 부르던 날이 많았는데 /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당신의 쉴 곳 없네

 

 

원곡에서 자기 성찰적인 노랫말과 고요하고 고독함이 느껴진다. 자우림의 색깔로 칠한 음악은 가시를 딱딱하고 날카롭게 만들었다. 원곡은 기도하듯 고요하고 고독함이 느껴진다면, 자우림의 가시나무는 폭풍 속에서 절규하면서도 애절함을 잃지 않는다.

 

특히 도입에서는 원곡처럼 고요하게 진행되다 고조되면서 에너지를 터트린다. 고요와 절규 상반된 분위기 차이를 이용해 절규의 힘을 더 강하게 만들었다. 음악에서 느껴지는 힘은 강했다. 단지 소리가 크고 화려하다 해서 느껴지는 게 아니라 정신을 헤집고 다니고 이끌어가는 것이 바로 음악의 힘이다.

 

가사가 그리 많지 않기에 구절 하나 하나가 강한 힘을 발휘한다.

 

 

 

내 속에는 내가 너무도 많아



김윤아의 울음으로 상기된 얼굴과 날카롭게 찌르는 목소리가 청중을 압도한다. 이 가사가 의미하는 바를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하는데도 노래에서 전달하는 바를 어렴풋이 느껴진다.

  

“요즘 뭐해?” 라는 말에 대답하기는 어렵다. 길게 대답하면 안 될 것 같고, 그렇다고 짧게 표현하기엔 그것도 완전히 나를 표현하기 어렵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이 예상할 만한 대답을 한다. 공부, 과제, 쉬고 있다거나. 더 깊게 들어가 나를 타인에게 드러내는 것도 쉽지 않다. 타인에게 내 속을 말하기도 어렵고, 드러내면 드러낼수록 부끄러움이 마음을 지배한다. 여러 생각들이 엉키고 설켜 모순된 생각을 타인에게 말하기 어려울 뿐이다.

 

아직까지 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부유하고 있다. 나는 내 속으로 움츠렸고, 내 속에 타인을 담을 공간은 점점 작아져갔다. 게다가 우울이 덮쳐 나뭇잎은 떨어지고 대신 단단한 가시가 자라나게 했다. 매사를 삐딱하고 비뚤게 바라보며, 자기 단단한 가시는 바람이 흔들릴 때마다 찌르고 새들이 가지밖에 남지 않은 가시밖에 남지 않은 나무가 되었다.

 

어릴 때부터 누구인가에 대해 고민해왔다. 명확히 한 단어로 나타내기에는 부족하고, 그렇다고 다채로운 색으로 칠해진 것도 아니었다. 비슷하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나’가 내 안에 가득 차 있다. 많은 ‘나’들은 그만큼 시끄럽게 속에서 재잘거렸고 나는 그들을 담기에 벅찼다.

 

 

 

음악의 힘


 

음악의 힘을 처음으로 느껴봤다. 단지 소리가 크고 화려하다 해서 느껴지는 게 아니라 정신을 헤집고 다니고 이끌어가는 것이 바로 음악의 힘이다. 김윤아 인터뷰에서 그때 당시 자신도 음악에 휘둘리면서 노래를 했다고 한다.

 

폭풍 속에서 절규하고 감정을 토해내는 목소리, 보컬과 비교해서 악기도 강하게 울린다. 도입부에서는 원곡과 고요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 후 밴드 악기가 합세해 날카롭게 울린다. 악기, 목소리가 함께 만든 음악은 부르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를 끌어들인다. 게다가 음악을 듣지 않는 때에도 듣고 싶다는 욕망을 자극한다.

 

고요에서 극적으로 넘어가면서 코드를 바꿔 편안함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서로 부대끼며’, ‘어린 새들도 찔려 날아가고’ 등 마디의 끝 부분의 코드와 끝음 처리를 변주해 목에 가시가 낀 것처럼 음악을 마냥 편하게 듣지 못하게 한다.

 

**

 

나가수의 무대는 자우림의 넓은 음악 스펙트럼을 보여주었다고 평가받는다. 그 중에서 <가시나무> 무대는 밴드로서의 사색적이고 어두운 감정을 보여준 무대라고 할 수 있다. 절규와 애절함이 존재하고 헤아릴 수 없는 감정을 건드린다. 오늘도 나는 가시나무를 듣는다.

 

 

 

오지영_컬처리스트.jpg

 

 

[오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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