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 안의 30호를 찾아라

“결국에 그 가수를 왜 좋아하나? 사람이 매력 있어서예요.”
글 입력 2021.02.21 02:28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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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에 그 가수를 왜 좋아하나? 사람이 매력 있어서예요.” 싱어게인 1라운드에서 30호가수의 무대에 대한 유희열 심사위원의 심사평이다.

 

지난 8일 결승전 무대에서 이승윤의 심사위원 점수는 2위에 그쳤지만 실시간 문자투표와 온라인 사전투표에서 큰 격차로 30호 가수 이승윤이 최종 1위에 올랐다. 과연 어떻게 방구석 뮤지션이었던 이승윤은 인기몰이를 하는 스타가 될 수 있었던 걸까?

 

심사위원을 비롯한 국민들이 그에게 열광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나는 궁금해졌다.

 

 

 

“저는 어디서나 애매한 사람이거든요.”


 

 

 

“충분히 예술적이지도 않고, 충분히 대중적이지도 않고, 충분히 락도 아니고, 충분히 포크도 아니고.”

 

그렇다. 이승윤은 포크송의 색이 짙은 것도, 락의 색깔도 아니고, 참가자들 중 가장 가창력이 뛰어난 것도, 외모가 제일 뛰어난 것도, 가장 똘끼가 있는 것도 아니다. 개별적인 측면에서 보면 뭐든 보통이상은 하는 음악의 정체성이 모호한 가수이다. 그러나 이상하게 그가 가진 모호한 것들이 모이면 범접할 수 없는 임팩트를 준다.

 

”제가 애매한 경계에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은 걸 대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했습니다.”

 

하나의 프레임에 규정되지 않고 이것도 저것도 다 잘할 수 있기에 그는 더 많은 것을 얘기할 수 있다. 그는 경연을 해오면서 포크와 락, 대중가요, 팝 등 다양한 곡을 선곡한다. 30호가 말했듯이 그는 경계인인데, 어디에도 포함이 안된 것이 아니라 경계를 허물어 모든걸 포함한 것 같다.

 

3라운드 ‘치티치티뱅뱅’ 무대에서 30호는 음악 꽤나 했다는 심사위원 모두에게 질문을 던졌다. 30년 이상 음악을 해오면서 듣도 보도 못한 음악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대중음악의 속성은 친숙함, 익숙함에서 오는 것이다. 그러나 대중음악을 평가하는 오디션장에서 그의 무대는 호불호가 갈렸다. 그가 가져온 것은 생경한 것이라 심사위원들은 낯설어 하기도 하는 반면, 그의 템포를 따라 즐기기도 한다. 30호는 ‘그 새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이 새로움은 대중가요로써 받아들일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리 오래 지나지않아 질문에 대한 답을 찾게 된다.

 

다음 라운드인 4라운드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무대가 바로 그 답이다. 30호의 강력한 존재를 보여주며 극찬을 받게 된다. 유희열 심사위원은 확신에 찬 어투로 말한다. “경계(개성)를 모호하게 만들면서 대중성을 취하는 아티스트가 많은데, 유일하게 30호가 (자신의 개성을 갖고 가면서) 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30호는 자신의 존재 의의를 구체화한다. ‘장르가 30호’라는 말이 현실화되는 순간이다. 자신이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면서 그의 애매함은 곧 무기가 된다. 애매함은 30호라는 장르가 됐고, 이제 그는 ‘장르의 개척자’로써 무대 밖 30호들의 대표가 되었다.

 

30호는 ‘정해진 틀에 자신을 맞추는 것이 곧 성공’이라는 사회적 통념이 틀릴 수 있다는 걸 자신의 존재로 증명한다. 30호와 비슷한 유형의 음악을 하는 사람 이외에 일반 대중들에게도 애매함은 있다. 재학중인 학과에 맞지 않아 다른 곳에서 서성이는 사람들, 속해 있는 부서와 맞지 않는 사람들, 자신의 분야에서 인정받지 못한 사람들, 자신의 길을 정하지 못한 수많은 경계인들이 있다. 자신의 모습을 잃지 않으며 대중의 사랑까지 얻어낸 30호의 우승은 수많은 방구석 30호들에게 통쾌함과 위로 그 자체였을 것이다.

 

 

 

30호의 자존감


 


 

“애초에 불호를 감수하자가 이 공연의 모티브였다”

 

파격적인 ‘치티치티뱅뱅’ 무대 이후 이승윤은 호불호가 갈릴 것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말한다. 나의 무대가 불호의 평가를 받더라도 하고 싶은 무대를 하고, 극 호의 관객이 있다면 이런 무대도 만족스럽다는 그의 태도가 느껴진다. 30호의 무대에서 '어떤 평가를 받던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30호의 뚝심'을 발견했다.

 

30호의 무대를 보고 있으면 오디션이 아니라 공연을 보고 있는 느낌이 든다. 콘서트처럼 MC와 심사위원에게 마이크도 넘기면서 자신의 노래에 사람들을 참여하게 하고, 넓은 동선과 몸짓으로 자유롭게 무대를 활보한다. 이 자유로운 모습 떼문에 관객들은 폭발적인 무대에서 통쾌함과 짜릿함을 느낀다.

 

주변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다. 과연 이승윤이 기어 다니는 듯한 퍼포먼스가 이상해 보일 거라고 스스로 생각하지 못했을까? 그에겐 눈치를 보거나 누구의 영향도 받지 않는 자존감이 있다. 그렇게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주기 때문에 30호는 절대 뻔하지 않다. 오직 자신의 것이기 때문에 신선하게 느껴지고 다음엔 어떤 걸 보여줄까 기대하게 된다.

 

그의 대범한 퍼포먼스는 강렬하다. 어느 누구도 하지 않았던 숨소리나 입소리로 하던 퍼포먼스들과 30호만의 몸짓들은 무대를 더 재미있게 만든다. 그래서 이승윤을 떠올리면 보컬보다는 몸짓 눈빛이 먼저 생각난다. 노래보다 사람이 생각난다. 어떤 옷을 입히든 옷이 아니라 사람이 보인다는 것이다. 이승윤의 자존감은 곧 매력이 되어 그를 대중의 머릿속에 기억시킨다.

 

그는 항상 30호 다운 선곡을 한다. 30호는 '오디션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한’ 선곡은 하지 않는다. 기존에 있던 오디션의 질서를 파괴하는 모습이었다. 오디션에 합격하려는 게 아니고 기회가 주어지면 그저 자기의 것을 하는 것이다. 특히 결승전 생방에서 가장 최근에 나온 이적 앨범의 정보가 없는 곡을 선곡한다. 항상 파격적인 무대를 보여줬던 이승윤은 결승전에서 대중의 기대치에 상응하는 자극적인 무대를 할 수 있었지만 그런 뻔한 선택은 하지 않았다. 갖고 있던 ‘재간’을 모두 빼고 절제된 정공법으로 자신의 목소리와 개성으로만 결승 무대를 꾸몄다. 자신이 어떻게 보이던 하고싶은 걸 그냥 하는 그의 대범함과 신념에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30호의 개똥철학


 


 

"내 깜냥을 잘알고있다. 이것 이상으로 욕심부리지 말자" 첫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경쟁이 치열한 오디션프로그램에서 그는 욕심이 없었다. 오디션으로 인기를 얻겠다는 야망이 없었으며 그러한 여유로운 모습들은 대중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3라운드에서 30호(이승윤)는 정들었던 63호(이무진)가수와 라이벌로 만나게 된다. ‘누가 이기든 지든 패배자를 심사위원으로 만들겠다.’ 우열을 가릴 수 없게 둘 다 좋은 무대를 선보여서 심사위원을 괴롭게 만들겠다며 30호는 라이벌전의 관념을 깨는 당찬 포부를 말한다.

 

 

 

 

"틀을 깨는 가수라는 틀에 갇히고 싶지 않다."

 

그는 자신이 하고싶은 음악을 도전하고 있는 것이지, 매번 새로움을 주는 가수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의 말에 또 한번 심사위원들을 놀래 킨다. 30호가 갖고있는 그 만의 철학이 그의 무대를 더욱 빛나게 해준다.

 

뒷받침 되어있는 실력, 주위 사람을 잘 챙기며 정을 나누고 사는 인성, 애매한 사람이라는 겸손한 모습에 30호만의 철학적 사유까지 담기니 그의 매력은 배가 된다. 누구의 영향을 받지 않고, 누구에게 영향도 주지 않으려 하는 30호는 진정한 자유인이다. 이승윤은 싱어게인에 출연하면서 그의 세계, 30호라는 소우주를 건설했다.


그는 자기 일을 사랑하고 자기 일에 대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하고싶은 것을 꾸준히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30호는 우리 시대의 청춘을 대변하는 사람이다.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르겠는 청춘들에게, 방구석에서 깨작거리던 무대 밖의 30호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어주었다. 우리는 30호와 같은 애매함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우리는 30호와 같은 가능성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우리 안에 숨어있던 각자의 30호를 찾아 하고싶은 것을 그냥 하는 진정한 '나'의 인생을 사는 것이 어떨까.

 

 

[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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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4
  •  
  • 정혜운
    • 하늘아래 새로울거 없을거 같은 나이에 새로운 행성을 발견하고 알아가는 줄거움을 주는 이승윤님에게  ㄱ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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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사람이라는 별
    • 이승윤을 떠올리면 노래보다 사람이 보인다!
      참 공감하는 표현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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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게인
    • 왜 저를 포함한 대중들이 이승윤 님의 무대와 노래에 특별한 매력을 느끼는지 잘 설명되어 공감되는 기사네요. 감사합니다.
    • 0 0
  •  
  • 핑크잉크
    • 음..........
      진짜 글 잘 쓰시네요^^
      마음속에 있었으나 글로 표현할 수 없었던 이승윤님을
      정말 정확하게 잘 풀어주신 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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