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웃을 수 있는 당신이 일류다 - 유에민쥔, 한 시대를 웃다!

글 입력 2021.02.13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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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jpg

 

 

최근 새로운 직장에서 일을 시작한 한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나 오늘 진짜 바쁘고 힘들었는데 웃는 내가 일류라고 생각하면서 일했다! 나 완전 프로지?"

 

헤벌쭉 한 웃음을 짓고 있는 유에민쥔의 작품을 보고 있자니 대단한 동시에 안쓰럽기도 했던 그녀의 말이 떠올랐다.

 

 

 

유에민쥔, 한 시대를 웃다!



중국 출신의 화가 유에민쥔은 차이나 아방가르드의 선두주자로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의 본 직업은 교사였으나 일하던 당시 발생한 천안문 사태에 혐오를 느끼곤 1990년부터 화가로 등단해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입이 한껏 벌어진 헤벌쭉 한 웃음이 특징인 그의 시그니처 <웃음>시리즈는 작가의 자조적 웃음이자 사회에 대한 허무와 풍자를 표현한 역설적 웃음을 표현한 것이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유에민쥔: 한 시대를 웃다!> 전시는 국내외를 통틀어 최대 규모로 열린 작가의 개인 전시이다. 그의 대표작부터 새롭게 공개된 콜라보레이션 작품들까지 폭넓게 구성된 이번 전시는 유에민쥔의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전시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웃음>(The Saddest Laugh in the World)를 시작으로 <한 시대를 웃다>, <사의 찬미>, <조각광대>, <일소개춘>, 등 총 6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웃음과 울음은 닮았다



우리는 종종 웃음과 울음을 구별하기 힘든 상황을 마주한다. 모 드라마의 출연한 배우의 우는 연기는 마치 웃는 것처럼 보여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유명한 밈으로 사용되고 있다. 극에 달한 아기의 웃음소리와 울음소리는 표정을 보지 않고 들으면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비슷하다. 그 소리뿐 아니라 웃음과 울음이 등장하는 순간도 비슷하다.

 

혹자는 당장이라도 터져 나올 것 같은 울음을 숨기기 위해 웃음이라는 가면을 쓴다. 승리와 패배는 동시에 발생하기에 웃는 사람의 뒤에는 울고 있는 사람이 존재한다. 이런 웃음과 울음의 유사성을 보여주는 또 다른 예시가 바로 유에민쥔의 <웃음>시리즈가 아닐까 생각한다.

 

작가 본인의 얼굴을 딴 시그니처 표정은 모든 근육을 활용한 듯한 극적인 웃음을 짓고 있다. 두 눈을 질끈 감고 입꼬리가 귀에 걸릴 것 같은 웃음. 너무 많이 웃어 벌게진 것 같은 피부의 색. 이는 분명 우리가 알고 있는 웃음과 가깝지만 왠지 모르게 처연하고 애달프다. 이는 그가 웃는 모습을 통해 풍자와 자조를 보여주고자 했기 때문이다.


 

“내 작품 속 인물은 모두 바보 같다. 그들은 모두 웃고 있지만, 그 웃음 속에는 강요된 부자유와 허무가 숨어있다. 나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누군가에게 조종당하면서도 아무 생각 없이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표현한다. 이들은 내 자신의 초상이자 친구의 모습이며 동시에 이 시대의 슬픈 자화상이기도 하다.”

 

- 유에민쥔

 

 

방관자.jpeg

 

 

이번 전시에서 눈길을 끌었던 작품 중 하나인 <방관자>. 작품의 중앙에는 벌거벗은 남자가, 옆으로는 배에 탄 채 그를 구경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바다에 빠진 그의 상황을 보면 당장 구조가 필요한 사람처럼 보이나 그는 공포에 질린 표정 대신 또 처연한 웃음을 띠고 있다.

 

그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은 잘 보이지 않으나 자세로 보아 그들은 바다에 빠진 남자에게 인사를 건네거나 핸드폰으로 그를 열심히 촬영하고 있다. 그 누구도 그를 위험에 빠진 사람으로 인식하고 구하고자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는 <방관자>라는 작품의 제목처럼 위기에 빠진 누군가를 보았을 때, 혹은 어떤 사건을 접했을 때 제3자로 존재하며 바라보기만 하는 우리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얼마나 많은 순간 속에서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거나 공감하지 못하는 방관자로 존재했던가?

 

자신만의 창조적인 방법으로 '방관'에 대한 자조와 풍자를 전달한 작품은 전시를 다 보고 나오는 순간까지 긴 여운을 남겼다.

 

 

 

죽음 앞에서 웃을 수 있는 자



우리는 죽음을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가? 죽음은 대게 어둡고 우울하고 두려운 것, 피하고 싶은 것으로 묘사된다. 누구나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하게 되지만 누구도 이를 환영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반면, 이런 죽음을 다채롭고 밝게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예시로는 멕시코의 명절 '망자의 날(Día de los Muertos)'이 있다. 영화 <코코>의 배경이기도 한 망자의 날은 죽은 이들이 자신의 가족이나 친구를 만나러 오는 날로 멕시코인들은 이들을 기리기 위해 꽃과 종이로 화려하게 제단을 꾸미고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기도 한다. 이렇듯 죽음을 밝게 표현하는 경우는 대게 언젠가 찾아올 죽음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태도에 기반한다.

 

개인적으로 죽음을 어둡게 표현하는 것보단 다채롭게 표현하는 후자의 경우를 선호하는데 유에민쥔의 작품들도 이에 해당했다. <사의 찬미> 섹션에 있던 그의 몇몇 작품은 멕시코의 명절 '망자의 날(Día de los Muertos)'을 떠올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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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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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자의 날'을 배경으로 한 영화 <코코>

 

 

죽음에 대한 모티브인 해골을 사용한 <사의 찬미> 섹션의 작품들은 어둡고 무섭기보단 밝고 경쾌하다. <연인>이라는 작품도 두 연인을 해골로 표현했으나 밝은 채색과 주변을 둘러싼 해바라기 덕에 화목한 느낌을 준다.

 

<사의 찬미> 섹션에 있던 또 다른 작품의 제목은 'A Great Laugh, A Glorious Death'였다. 해석하자면 '위대한 웃음, 영광스러운 죽음'. 죽음에 대한 유에민쥔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인 동시에 유에민쥔의 팝한 컬러감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들을 보며 유에민쥔은 죽음을 앞에 두고도 웃음 지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다.

  

 

A Great Laugh, A Glorious Death, Oil on Canvas 240x200cm 2012 ⓒYue Minjun 2020.jpg

Oil on Canvas 240x200cm 2012 copyright Yue Minjun

사진제공: 유에민쥔, 한 시대를 웃다! 사무국

 

 

만약 내 그림 속 인물들이 행복해 보인다면 그건 감상자가 행복하기 때문이 아닐까? 고독하거나 허무하게 보이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그 어느 것도 오독이라고 규정짓고 싶지 않다.

 

- 유에민쥔

 

 

자조와 풍자를 표현하고자 웃음을 사용한 유에민쥔이지만 그는 자신의 작품을 해석하는 데에 있어 한계 짓고 싶어 하지 않았던 듯하다. 그는 감상자의 상태에 따라 그림 속 인물들이 허무해 보일 수도, 행복해 보일 수도 있다고 말하며 어떤 것도 오독으로 규정하고 싶지 않다고 전한다. 또한, 전시를 보고 나서는 문 앞에는 세 명의 유에민쥔이 활기찬 포즈로 서 있고 이런 문구가 쓰여 있다. "웃음이 여러분에게 행복한 순간을 가져다주길 바랍니다."

 

 

웃음 .jpeg

 

  

현실에 굴복하고 허허 웃어버리는 모습에 자조한 작가이지만 전시의 마지막에서 작가는 우리에게 웃음과 행복을 빈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허무와 자조에 빠질 수 있는 힘든 시기를 보냈다. 암담한 현실 속에서 그를 잠시 외면한 것이든, 작가처럼 자조와 풍자를 담은 것이든, 혹은 고통과 슬픔을 가리기 위한 것이든 웃음 지을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엉성하더라도 웃음 지을 수 있는 우리가 일류다.

 

 

[이영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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